자리끼 준비하셨나요?
인생의 안전 방지턱 몇 개나 넘어섰나요?
어릴 때 부모님께서 저녁에 주무시기 전에
늘 머리맡에 자리끼를 두셨다, 이불을
펴고 누우시려다가도 자리끼를 깜박
잊으신 날은 다시 일어나셔서 항상 자리끼를
준비하시고는 다시 눕곤 하셨다.
그런 모습이 어린 눈에도 그저 신기하기도
하고, 참 귀찮아 보이기도 했다.
그땐 왜 머리맡에 꼭 물을 두고 주무시는지,
주무시다 일어나셔서 그 미지근한 물은 왜
드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근데 요즘 내가 밤에 깨면
꼭 물을 찾아 마시게 된다, 귀찮으니까
안 마시고 계속 자려다가도 목이 말라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요즘 먹는 약이
많고, 거기다 겨울 난방 때문인지 더 자주
건조함을 느끼게 되어, 이제 나도 굳이 일어나
벌컥벌컥 물을 마신 뒤에 다시 잠다리에 들곤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나도 귀찮아도 자기 전에
텀블러에 물을 한가득 준비해 두는
버릇이 생겼다......ㄸㄹㄹ(또르르;;)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이 참 생경하고,
좀 서글프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고 참 어떻게 이렇게 나이 드는
모습이 사람마다 생김새는 달라도 비슷하게
닮아 가는지도 신기 하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계시지도 않은 엄마의
모습을 내가 이렇게 하는 거 보면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편한 것들이
한 두 개씩 생기고, 몸도 약해지면서
아파 오는 건 이제 조금씩 더 가까워 오는
죽음이란 단어에 좀 더 불안해하지 말고,
좀 더 초연해지라고 이런저런 브레이크를
걸어 불안한 인생에 안전 방지턱을 마련해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사실 지금 이런 얘기를 나누기엔 좀 오버 같긴
하지만, 우리가 요즘 여러 미디어에서 참담한
사건 및 사고를 보면서 하는 말이 '가는데
순서 없단 말이' 가끔은 나의 뒤통수를
서늘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좀 더 편안한 죽음을 맞기
위한 그 시간이라 생각하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생기는 불편함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자란 생각을 하다가도...
하지만 아직 쿨하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