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을 모르는 장애인
약자를 대하는 자세
나는 정부에서 공인한 장애 복지카드를
갖고, 9평 빌라에 혼자 사는 1인 가구이다.
다른 거 다 차지하고 한국에서 여성 장애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내 기준에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마침 어제가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실 나도 매년 모르고 지나는 날이긴 한데,
특수교사인 친구가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자기네 학교에 와서 일반선생님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서
장애인날인줄 알았고, 물론 나는 강연을
하지 않았다, 평일에 내 맘대로 회사를
뺄 수도 없고, 강연을 해본 적도 없는
내가 괜히 친구 학교에서 친구 망신을
시켜서도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복지카드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장애인 중에서도 나는 보행이 자유롭지 않은
지체 장애인이다, 가끔은 뉴스에서 무늬만
장애인으로 등록해서 뭔가 혜택을 많이
받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는데, 나도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그런 부류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도 한 번 타본 적도
없고, 뛰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지금도
잘 걷지 못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직장도 다니면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활을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장애인이면 세금도 안 내고,
나라에서 돈도 나오는 거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세금도 많이(?) 내고,
나라에서 돈은커녕 라면 한 봉지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장애인이 혼자 사는데
주민센터에서 가끔 한 번씩 방문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소름 돋게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주민센터에서 우리 집에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전동네에선 한 번 그 동네 통장님이
이사 오고 얼마 안 되어 한 번 온 적이 있다.
'가끔은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
차원에서라도 나 같은 1인가구에는
나라에서 정기적인 방문이 있으면 좋겠다'.
아무튼 나는 운전도 하고 다니고, 다행히도
휠체어는 피나는 노력 끝에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휠체어를 버리고 근근이
걸을 수 있게 되어서 다른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보단 훨씬 더 이동이 수월 할 순
있고, 내가 하는 일도 그냥 오래 앉아있는 게
미덕인 직업인지라 앉아서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싸움하다가 자판만 두들기면
되는 직업이라 회사에서도 나한테 뭐 특별히
해주는 건 없고, 직장 사람들도 내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해 주는 것도 없다.
다만 같이 밥 먹으러 갈 때 내 걸음 속도에
맞춰준다거나, 가끔 사무실 이동이 있을 때
모니터나 컴퓨터 옮기는 걸 도와주긴 한다.
하지만 더 걱정인 건 요즘 같은 험한
세상에 나는 한없이 약자이다, 누가
나에게 시비를 건다 해도 나는 반항은
커녕 도망조차 칠 수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만약에 집에 괴한이 침입한다거나,
길에서 시비가 붙는다거나 할 때 나는
온전히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서
가끔은 그게 두렵고 무섭기 하다.
또 요즘도 가끔 있는 일이긴 한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키가 작고 걸음도 온전히 걷지
못하니 가끔은 얕잡아 보거나, 줄을 서있는데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런 상황을 당할 때 '내가 장애인이니까
너도 한 번 장애인 돼 봐라'하는 그런 마음은
없고, 다만 이젠 그런 사람들을 그들이 나를 보는
것보다 내가 그들을 더 측은하게 볼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이제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이 되거나 그렇지 않은데, 사람 많은 곳은
내가 다니기 불편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잘 다니지 않는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몸이, 정신이 좀 불편한
사람일 뿐이지 생각은 그냥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약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시선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냥 위에 말한 거처럼 나처럼 걸음이 느리면
속도를 좀 맞춰 걸어 준다거나 하면 되는
정도이지 뭘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부담을 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가끔 다니다 보면 인도 턱이 너무
높아서 다리가 짧으면서 힘이 없는
나에겐 인도 턱 하나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 길을 돌아갈 때도 있는데,
이런 건 나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사실 장애인에게 편한 시설이 많은 사람에게
편리하다. 그래서 인도 턱을 좀 낮추고,
또 건물에 만드는 경사로를 궁여지책으로 만드는
거말고 좀 각도를 낮춰 만들어주면 좋겠다.
어떤 은행이나 건물은 경사로가
계단보다 더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나도 장애인을 위해서
뭐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뭔가 누군가의
희생만으로 내가 이렇게 크게 불편함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정말
친구 학교에라도 가서 친구와 내가 부럽지
않은 강연도 좀 하고, 장애인에 관련해
작은 목소리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