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거의 하루종일 내리는 늦은 밤에
하이톤의 아기고양이 소리가 추운 한밤중의
고요함을 깨운다.
나는 고양이를 안 키워봐서 모르겠지만
저 정도 소리면 어딘가 많이 아프거나 불편한
거같단 생각이 들었다. 토리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저렇게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나는 밤에 잠을 잘 못 자는데 그 고양이 소리가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토리를 보니 소리에 민감한 토리는
고양이 소리는 안 들리는지 편히 잠들어 있다.
사실 나에게 지금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에서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나는 편히 잠들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뛰쳐나가 저 고양이들을
다잡아 우리 집으로 데려 올 것도 아닌데,
지금 누워있는 침대가 가시방석이 된다.
날이 밝고 아침 산책을 나가보니, 역시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높으면서 좁은 담벼락에서
나와 토리를 보면서 어젯밤에 들었던 고음의
아기울음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젯밤에도 추운데 저 담벼락에서 울어 소리가
더 잘 들렸나 싶을 만큼 밤에 들었던 소리와
똑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토리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까 본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 주차장
차 밑에서 역시나 나와 토리를 주시하면서도
토리가 고양이를 향해 짖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토리 숨숨집에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줄 비닐을 덧씌우고, 바닥에
방석을 하나 깐 뒤에 거기다 토리 배변패드
두 장을 더 깔아 한 겨울 잠시라도 눈보라를
피해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조금은 허접한 피난처(?)를
만들어 우리 집 주차장 구석에 두었다.
거기다 미리 사놓은 고양이 사료와 따뜻한
물을 떠다가 놓았다.
그런데 며칠 더 지켜봐야 겠지만 그날밤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실 나도 내 혼자 사는 집도 아니니 최대한
자제하고 물만이라도 실컷 마시라고 물만
떠다가 줬었는데, 혹한의 겨울은 아무리 털이
있다한들 새끼고양이들에게도 한계치가
있을 거 같아 겨울만 나고 뒷정리는 내가 모두
하겠다는 마음?! 다짐으로 잠시 쉴 곳까지
만들어 주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한테 길고양이 얘기를 자주 했고,
그럴 때마다 나도 다리도 아프고, 토리도
있으니 적당히 하라면서, 또 사람들한테
공격받을 수 있으니 절대 밥 같은 거 챙겨 주지
말라는 나를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혹한의 겨울은 너무 춥다;
세상 나만, 혹은 내 가족만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다 데려다 키울 수 없어도
지나가는 생명을 조금이라도 어여삐 여기는
마음으로 나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정을
베푸는 그런 따뜻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대신 주차장에 세어둔 차를 탈 땐 꼭 노크는
몇 번하고 타자 고양이가 밑에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