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나와 같은 질환을 가진 친구가 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이다.
미란이를 처음 봤을 땐 그녀가 몇 번의
언론고시의 쓴맛 끝에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결국은 MBC 라디오 신입 PD로
취업한 지가 얼마 안 됐을 때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새벽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녀는 나처럼 체구도 작고,
신체적으론 약해 보였지만, 그녀의
야무진 얼굴과 말투는 전혀 약해 보이거나
왜소해 보이지 않았다. 당당해 보였고
사실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나는 이것저것을 떠나서 그녀를 만나면
그녀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너무 신선해서 한 번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녀의 이야기에, 그녀에게
빠져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선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한 겨울에 오대산을 정상까지
다녀왔다'는 얘기였다. 그 이야기를 처음
그녀가 나한테 했을 땐 신선하다 못해
나한텐 너무 충격적(?)이어서 정상까지
등반을 했다고 얘기를 할 때쯤은 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정말이냐며, 몇 번 반문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산에 다녀온 게 무슨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도
아니고 그리 놀란만 한 이야긴가 하겠지만,
나의 이전 글에도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우리 집 앞도 눈이 오면 나가는 게 무서워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서 나가지 않는데, 산을
그것도 동네 동산도 아닌 오대산을 한 겨울에
다녀온 얘기는 말 그대로 나한테 너무 신선한
충격(?) 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그녀는 같은
질환(우린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질환을 갖고 있다)을
갖고 있어 나는 어릴 때부터 조금이라도
위험한 건 절대 하면 안 돼'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나에겐 그녀의 이야기가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그녀는 아프리카 봉사를 한 달간 다녀
왔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또 내 뒤통수를 얻어맞은 거처럼
그녀의 아프리카 얘기에 감탄사와 탄식을
남발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프리카는
선뜻 다녀오지 못한 곳이고,
혼자서 여행을 가기엔 위험할 거 같아
그곳을 내 여행 리스트에 늘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으로 넣어 났지만, 선뜻 가지
못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호화패키지여행도 아닌
행군이나 다름없는 봉사활동으로
아프리카를 다녀왔다는 것도 너무 신선했다.
여행은 내가 그녀보다 혼자서 훨씬 많이
다녔지만 그녀의 아프리카 얘기를 듣는
순간 패배자(?)가 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외 이것저것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이러면 안 돼, 저러면 안 돼'라고 내 나름의
내 안전지대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무슨
신념처럼 생각하면서 그 바운더리 안에서만
살아온 나에 비해, 내 앞에서 작은 체구의
그녀는 내 안전지대 선을 넘나들며 살아온
그녀의 통통튀는 경험들을 듣고 있을 때면,
'그 걸 왜?!'라는 의문과 가끔은 내 머리에서
띵 소리가 날 정도로 놀라웠다.
그 흔한 자전거 타기도 나한텐 '그 위험천만한 걸
왜...??!'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제껏 살아왔는데,
그녀는 자전거가 타고 싶어서 무작정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는 얘기도 놀랍다...
무엇보다, 그녀는 본인의 이야기를 가장
본인답게 그녀만의 서사를 담아 아주
생동감 있게 들려주면 나도 뭔가를
막 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는데
있어서는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이어서 서로 집도 오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도 해주고 가끔은 눈물도
흘리면서 자주 보진 않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는 든든한
친구이다.
얼마 전엔 '빈틈의 위로'라는 책 발간과 함께
북토크도 하면서 PD와 작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는 미란이의 앞날을 늘 응원하고 싶은
친구이다. 물론 그녀의 응원이 나한테 힘이
될 때도 많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