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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Milk Oct 26. 2022

(단편소설)조금은 아픈 이야기

1. 나와 같은 얼굴

거울에 비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렇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내가 지난밤 마주 했던 다른 존재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1

이전부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때가 있었다.

상상에 상상을 더한 꿈도 주기적으로 꾼다.


그렇지만, 언제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의 느낌이나,

실제 삶이 아닌 꿈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들을 마주한것이 전부 였다.

이렇게 실제로 내 눈앞에 나타난 적은 없었기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열이 끓어 정신이 몽롱 하기는 했다.

그래도 해열제를 먹고 푹잠을 자고 일어난 터라, 잠들기 전 만큼 몸이 힘들지는 않았다.

주변은 고요했다.

다른 아이들은 수련회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나간듯 했다.

수련회에 참석하자 마자 감기가 심하게 걸려 고열과 두통 그리고 침을 삼킬때마다 배가 되는 목의 고통을 참아야 했다.


하필이면,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 다툰탓에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었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댄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산으로 뒤덮힌 수련회장은 바람소리와 나무 흔들리는 소리외에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싶었다.

서울의 따듯한 방안에서 엄마의 간호를 받으며 누워있고 싶었다.

도대체, 이런 수련회는 왜 와야하는 것인지 다음부터는 참가하고 싶지 않은 수련회 였다.

무서운 교관들은 이 어린 아이들의 기강을 잡겠다고 잔뜩 화가난 목소리로 아이들의 정신을 교란 시키는 느낌이었다.


#2


먼저 눈앞에 나타났던 형태는 어린아이였다.

짧은 일자 단발을 한 아이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키와 몸의 크기로 보아 나보다도 어린 아이같았다.

그 여자아이는 검은색 퍼 자켓을 입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겉옷을 하나씩 벗으며 계속해서 나를 응시했다.

빨간색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이 쌀쌀한 날씨에 적합한 옷차림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를 응시하며 바라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황에 적합한 반응을 할 수 없었다.

고열에 시달린 터라 순간 내가 헛것을 보는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제 상황 이였다. 적어도 나에게 그 상황은 실제 상황이었다.

나와는 다른 존재가 내 눈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당황 스러움을 감추며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할지 고민했다.

내심, 용기를 내어 지지않고 그 아이를 쳐다봤다.


그렇게 속에서 요동치는 생각과 감정들과 씨름하고 있을때쯤, 아이는 사라졌다.


아이가 사라지고 나니 무서움이 몰려왔다. 

이불로 둘둘싸고 계속해서 아이가 있던 곳을 응시 했다.

분명히 빌딩에는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내가 머물던 방의 층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 했다.

누군가 저벅저벅 들어오는 소리였다. 

아마도 무언가를 놓고 간 학생이거나, 관리인 아니면, 선생님이 아닐까 상상해봤다. 

그 발자국 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거나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 하나없이 고요 했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그렇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상황만 보면 누군가 내가 머물고 있던 방앞으로 걸어와 그 앞에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고요함 속에 전달되는 긴장감.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미친듯이 문을 두드릴것만 같은 그 긴장감.


그때였다.

사라졌던 단발머리 소녀가 다시 나타났다.

그옆에는 검은색 옷과 모자를 쓴 창백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 둘의 입은 새빨간색이었다.

그렇게 덤덤히 나를 쳐다봤다.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소리를 지를 수도

그렇다고 그들을 가로질러 도망갈수도

숨을 수도 


심지어,

정신을 잃을수도 없었다.


그렇게 정신이 혼미해지던 순간,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이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색이 되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나를 보며 친구들이 몸은 괜찮냐 물었다.

담임 선생님도 내가 걱정되어 확인하러 오셨다.


그 발자국 소리가 신경쓰여 혹시 방앞에 누군가 있지 않았냐 물었더니,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3


그 다음날 일찍 서울로 출발했다.

학교에서 대절한 고속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자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께 연락을 받고 수련회 내내 몸살 감기로 고생한 나를 엄마는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먹고싶은걸 해주시겠다며 장을 보러 나가셨다.

나는 내방에 있는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응시했다. 


그 순간


그 단발머리 아이의 얼굴이 내 얼굴과 겹쳐 보였다.

그 단발머리 아이의 얼굴은 내 얼굴과 흡사했다.



그 아이는 누구 였을까?

몸의 열감과 허약해진 몸과 정신때문에 마주했던 찰나의 환각이었을까.

찰나라고 표현하기엔 꽤나 긴시간처럼 느껴졌던지라 더욱 실재 같았다.

아니면, 나를 닮은 다른 존재가 철저히 혼자가 된 나의 시간을 방문했던 것일까.


To be conti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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