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저의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객관적인 시선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고찰해보는 글입니다**
나의 where do i belong 시리즈를 열심히 쓰다 잠시 멈췄다. 한국에 대한 온갖 불만으로 가득 차, 글의 색이 오염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답답함이 글에서 고스란히 묻어 나와 나 스스로도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뉴스 보기를 멈췄다. 영어를 할 줄 아니, 해외 기사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핀란드 총리의 난잡한 사생활 스캔들이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고, 분노를 느끼지만 이젠 그것 조차 감각을 잃어간다(getting numbed).
그렇게 그래도 한국 사람이니 한국 뉴스는 알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종이 신문을 오려 뉴스를 전달해주는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신문사의 좋은 오피니언과 칼럼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한국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가장 중요한 이슈들을 접할 수밖에 없더란다..
그중 하나가 김건희 여사의 석사, 박사 논문에 관한 이야기였다.
본인은 공부와 학업에 매우 열성적인 편이다. 학력이 높다고 인성이 좋고 실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성실도와 집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했다. 특히, 대학원 석사 논문도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고작 석사 눈문이라고 하겠지만, 내 분야에서는 석사 논문으로 취직을 할 만큼( 본인도 그렇게 취직을 했었다.) 석사 논문이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쉽지 않았다. 교수들의 입맛을 맞추는 건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다. 직장 상사에 비위를 맞추면 돈이라도 나오지. 이건 내가 내 돈 , 아니 더 최악으로 부모님 돈을 써가면서 남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 나라 교육의 실체이고 부정적인 부분이다.
연구자의 의견과 연구 방식은 도덕적인 기준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성적 취향(sexual orientation)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 반대이다. 논문은 정치적이면 안된다. 특히, 현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근데 애초부터 어떤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이 고작 예술대 석사논문을 읽는다고....) 내용을 담으면 안 된다. 한국에서는 기독교는 개독교로 통하기 때문에 어디 가서 기독교인인 것을 드러내면 안 된다. 아니 뭐 드러내던 말던 자기 자유이지만, 이런 공식적인 논문에 자신의 성향이 드러나서는 안된다. 그게 내가 배운 논문 작성법이다. 하지만 나는 청개구리 성향이 매우 짖은 이단아이다. 하지 말라면 더 한다. 정치적이면 안된다길래 정치적으로 썼고, 교수들의 입맛을 맞춰야 된다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교수님이 싫어해도 계속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어찌 됐건, 한번 떨어졌지만 결론적으로 논문을 통과하고 졸업을 했다. 그리고 그 당시, 학교 조교를 하며 더러운 꼴을 많이 봤다. 한국인 교수님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물론, 정말 존경할 만한 교수님들도 많으시겠지만 찾기 어렵겠죠?).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서 정유라,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의 자녀들 입시 비리로 떠들썩했던 지라, 온갖 현타가 찾아왔다. 왜. 대한민국에서는 장학금 하나 받는 것도 부모 백이 필요한 것인가. 한마디로, 부모는 그렇게 잘났는데 자식은 평균 이하라서 장학금조차 부모 도움 없이는 받지 못하는 멍청이들인가 싶었다. 나는 교수 연구 논문을 대신 쓰며 장학금을 받았는데 말이다(당연히 석사생이 썼으니 그 논문은 통과되지 못했고, 내가 쓴 글을 다듬어서 다시 제출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에 나와 인생의 단맛 짠맛을 여러 번 경험한 후, 대한민국 학교의 시스템과 교육자들의 마인드에 학을 떼던 중,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제 그만 과거를 놓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돈 많은 사모님의 논문 표절 사건이 터져버렸다. 한두 번 듣고 본 것이 아니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은가? 고작 석사논문도 제대로 못써서(솔직히, 무슨 철학과 논문도 아니잖아요... 영어로 쓰는 것도 아니고) 표절 의혹이 불거지고, 이제는 박사논문 내용을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연구에 연자도 붙이기 힘든 대학생 수준의 내용으로 박사 논문을 쓰고 박사를 딴 사람을 보니, 올해 박사 입시에서 떨어진 나 자신이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차라리 잘됐다. 이렇게 비리가 만연한 곳에서 박사를 따겠다고 교수들 앞에서 알랑방귀를 뀌며 돈과 나의 젊음을 낭비하느니,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내 사업을 하며 결혼생활을 즐기는 게 더 유익하겠다고.
그렇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국민대만의 일이 아니다. 모 대학 판사 부인부터 시작해서 모 대학병원 센터장 사모님까지. 뒤늦게 석박사를 하면서 자신의 갤러리 직원들에게 글쓰기를 시키고, 리서치를 시키고 더 나아가 돈을 주고 논문을 완성시키는 일을 한두 번 보고 들은 게 아니다. 그 정도로 한국 대학 리서치 프로그램의 과정은 썩을 대로 썩었다.
이것은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팩트이다. 보수 진보할 것 없이 권력자들의 가족들이 몇 학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아는 국민들의 기준을 뭉개버리고, 성실히 정직히 졸업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 그리고 몇몇 정직한 교수들을 욕 먹이고 있다. 한심하고 한심하다. 제발 능력이 안되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최근 큰 인기몰이를 했던 수지 주연의 쿠팡 플레이 드라마 '안나'에서도, 안나가 다른 사람의 학위를 도용해 교수 자리까지 가는 것을 보고 '저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현실보다 더 현실일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왜 하필 또, 미술사/예술철학 관련 교수란 말인지. 설정도 참..
미술 전공자로서, 부끄럽다. 미술계에 이런 여자들이 많으니, 발전이 없다. 내 글에 누가 욕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보고 들은 게 있고 내가 경험한 게 있는데. 보수니 진보니 떠나서, 이렇게 타락해버린 대학교들의 현실을 쉬쉬한다면, 과연 20년 30년 뒤의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정유라 엄마는 대통령 절친이었다. 조국의 딸은 대한민국 민정수석의 딸이었고,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다. 사돈의 팔촌까지 나대게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니. 교훈을 얻는다. 큰일을 할수록 그냥 싱글로 지내길. 아니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고, 자식 인성 교육에 목숨을 걸기. 자신의 알쌍한 자존심으로 자식 인생 망치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