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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Milk Nov 06. 2022

(단편소설) 조금은 아픈 이야기

2. 물건들의 이야기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간결한 리듬에 맞춰 들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소리가 나는 곳을 응시한다.

계속해서 같은 소리가 난다기보다는 일정 간격을 두고 소리가 났다. 


분명히 이 방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말을 걸듯 그렇게 조심스러운 소리가 났다. 

어느덧 소리가 멈추면 다시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내심 기다리게 된다. 


이 방에는 나와 몇 개의 가구 그리고 나의 소지품들이 전부이다. 

내 옆의 침대는 비어 있다.


얼마 전 사고로 떠난 아내의 빈자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운 좋게 잠이 드는가 했더니 조심스러운 물체의 마찰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물건들은 서로 대화를 한다.

주인을 의식한 물건들은, 자신의 주인이 있을 때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지만, 주인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적지 않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소리를 내는 물건들은 떠난 아내의 물건들인 것 같다.

비스듬히 새워놓은 아내의 그림들과 쌓아 올린 그녀의 책들 그리고 노트와 종이들이 방 한쪽 가득하다.


그녀가 여행을 하며 모아둔 작은 소품들과 전통 가면들 그리고 그녀의 옷 몇 가지까지


내 마음처럼 남겨진 물건들도 자신의 주인이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인간의 마음과 손짓 그리고 온기가 담긴 물건들이 그렇게 주인을 잃어 요란스럽게 소리를 낸다. 


심지어 그녀가 혼을 다해 완성한 그림과 애정을 다해 수년간 써온 물건들은 주인을 잃고 깊게 통곡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렇게 깊어진 밤.

차갑게 가라앉은 겨울밤의 공기가 문턱을 넘어 들어오고 

나의 마음도 남겨진 공간과 물건의 마음도 요란스럽다.


그래도 한때 사랑받던 나와 이 물건들은 생이 다할 때까지 그녀를 추억하겠지.


물건도 살아 숨쉬는걸 알턱이 없는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물건을 처분한다. 

버려지고 찢겨지고 망가지는 물건들의 신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그렇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찢기는 신음소리를 듣을 수 있는 이들은 물건에 경의를 표하기 시작한다. 


결코 혼자란 없다.

방에 혼자 남겨졌다고 해서 혼자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보고 있고 듣고 있고 느끼고 있다.


To be continued....


이 글은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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