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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Milk Jan 23. 2024

메콩강의 매력이 무엇이라 묻는다면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그런데 루앙프라방에서는 보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내고, 자신의 눈으로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바라봐야 한다(시간 하나는 충분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리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p.175



그러게 도대체 라오스에 무엇이 있길래 각양각색의 관광객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저 멀리 유럽에서부터 이곳까지 방문하는 것일까?(미국 관광객들도 마주쳤지만 대부분 프랑스-영국-독일 그것도 백인 관광객들이 90%였다) 만약 이곳이 인도네시아의 발리라면, 맑은 파란색의 바다와 다양한 휴양섬이 있는 필리핀이라면, 아시아 대륙의 미식을 이끌 수도 있을 것 같은 섬세한 맛이 있는 베트남이라면, 어릴 적 교과서에서부터 보고 들어온 앙코르 사원이 있는 캄보디아라면(물론 라오스에도 앙코르 사원의 일부가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라오스의 음식은 이렇게 훌륭한 맛만큼이나 세계적인 관심이나 찬사를 받지 않으며, 아름답고 시원한 해변으로 유명하지도 않으며, 럭셔리한 리조트들이 즐비해 있지도 않는다. 아무리 수도인 비엔티안이 매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매우 작은 도시이며 3일을 머무르기도 지겨울 수 있는 규모이다. 라오스에서 국제공항이라고 불리는 곳은 인천공항의 4분의 1 정도라고 하면 너무한 것일까? 도대체 라오스에 무엇이 있길래 이 많은 유럽 배낭객과 중국인, 그리고 일본인,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는 것일까?


루앙프라방, 인구는 2만 명 남짓한 이곳. 그리고 이것에 크고 작은 사원이 분포해 있고 그 사원들이 빼곡히 모여 있어 일명 '불도'로 불리는 루앙 프라방 - 옛 란상 왕국의 수도였지만 국방상의 이유로 16세기 들어 비엔티안으로 수도를 이동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서 이러한 루앙프라방을 일본의 나라와 비교한다. 16세기 천도 이후로 '나라'처럼 종교적인 감취가 감도는 곳으로 '고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불교의 국가 그리고 그중에서도 크고 작은 사원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주황색 승복을 입은 어린 승려부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승려까지 쉽게 볼 수 있다.


일단, 이곳에서의 첫날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고. 둘째 날부터 이곳을 제대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꽤나 매력적이지만 작았다. 라오스의 여행을 마무리한 이 시점에서 한 달 전의 여행을 천천히 돌아보면 이 글을 쓰고 있다 보니, 전체적인 라오스의 인상은 매력적이지만 그 매력적인 부분이 지극히 적은 면적에 분포해 있다는 것이다. 루앙 프라방은 매력적이다. 정말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이유의 대부분이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남겨진 건물이 호텔이나 식당,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과 그나마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한, 즉 어딘가를 여행할 때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비교적 쉬운 여행을 떠나는 대부분은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건물이나 풍경이 라오스의 불교 사원과 오래된 건물들과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력이 나에게로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곳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 이곳 사람들도 딱히 남에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 베트남이나 발리에서 식당의 메뉴를 확인하기 위해 조금만 기웃거려도 웃으며 자신의 식당으로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절대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라오스 사람들에게 교육이나 힘들게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요소는 그들의 문화와 삶에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숫자와 계산에 약해 보였다. 몇 번이나 계산을 틀리거나 아주 쉬운 계산도 계산기를 이용하는 것을 보며 이들이 진짜로 숫자에 약한 것인가? 싶은 의구심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들은 친절했다. 순박했고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가끔 정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너무 느긋한 여유가 있었지만 이것 또한 그들의 문화라면 문화였다.


루앙 프라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정중 하나는 쿠킹 클래스와 크레이지 골프, 그리고 선셋 크루즈였다. 일단 쿠킹 클래스는 루앙 프라방의 ‘밤부 레스토랑(Bamboo restaurant)‘의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미리 식당에 방문해서 쿠킹 클래스와 관련해서 문의를 하며 언제 어떤 시간에 가능한지 알려준다. 우리는 쿠킹 클래스가 시작하기 전날에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오전에 시작하는 쿠킹 클래스를 등록했다. 그 후에 마을을 돌아다니며 골목을 관찰하고 맑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느린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강을 끼고 있는 마을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구역은 서양 음식점과 서양 팝이 꽤나 시끄러운 현대적인 바(bar) 그리고 마사지샵과, 비교적 값비싼 실크 옷을 판매하는 샵이 모여 있었다.


남편은 루앙프라방에 도착하기 전부터 크레이지 골프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제가 알기로는 한국에는 크레이지 골프를 운영하는 곳이 없는 걸로 압니다만은..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크레이지 골프는 미국에서는 대중적이고 유명한 놀이이며, 영국이나 유럽에서도 꽤나 알려져 있는 미니 골프다. 우리가 찾은 크레이지 골프장은 영국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유아기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영어 학원& 데이 케어 학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시원한 냉장고에 있는 물이나 맥주, 음료를 선택해서 마시며 우리가 원하는 만큼 놀 수 있는 시설이었다. 일단 크레이지 골프는 1부터 13까지의 장애물이 있는 코스를 거치는 꽤나 재미있는 야외 활동이다. 루앙프라방의 시내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차로는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크레이지 골프 on google



주소:

Ban Vieng Mai 7/415, Luang Prabang 06000 Laos



쿠킹 클래스는 오전 8시 반에 모이는 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니 9명 정도 되는 유럽 관광객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차를 마시며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일단 우리의 예약을 도와주었던 사장님인지 직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어가 꽤나 능통했던 젊은 남자분이 오늘의 일정을 알려주었다. 일단 툭툭(동남아의 대표적인 야외 택시)를 타고 루앙 프라방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시장을 탐방하며 라오스 음식에 주로 쓰이는 식재료들을 탐방한 후, 오늘의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방문한 시장은 한국의 시장보다 더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어둡고 침침했으며 베트남에서 음식 투어를 할 때 방문했던 시장과 닮아있었다. 정말 다양한 채소와 새벽 일찍 문을 연다는 축산 구역은 이미 문이 닫혀 있었고, 그 외에도 마른 과일을 파는 곳도 있었다. 우리는 라오스의 대표적인 스티키 라이스(우리나라의 찹쌀밥과 비슷한 쌀밥의 종류)를 만드는 찹쌀을 구경하고, 버펄로 껍질 튀김을 먹어보고 비교적 서양인들에게 생소한 채소와 식재료를 돌아보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다시 툭툭를 타고 밤부 레스토랑 소유의 농장과 야외 레스토랑이 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레스토랑의 쓰임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중요한 행사를 위해 사전 예약을 받고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레스토랑 같았다. 1층에는 쿠킹클래스에 최적화되어 있는 구조로 큰 식탁에 앉아 셰프님의 설명을 들은 후 직원들이 나눠주는 재료를 가지고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었다. 재료를 손질하고 어떻게 손질 한 재료를 다루는지, 튀기거나 끓이거나 찌거나 다양한 한 조리 방법을 거쳐 완성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위층 야외 테이블로 옮겨졌고 수영장이 있는 큰 야외 공간에서 맛있는 음료와 함께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쿠킹 클래스 치고 조금 비싼 감이 있었지만 스티키 라이스를 만드는 방법(물론 한국 집에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마당과 대나무 재료가 있다면 모를까)을 구경하고, 갓 지은 스티키 라이스와 함께 오묘하고 섬세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이 쿠킹 클래스의 큰 이점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라오스식 카레와 메콩강에서 잡은 흰 살 생선을 바나나 잎에 감싸 부드럽게 찐 요리 그리고 조리된 밥을 주먹밥처럼 동그랗게 만들고 빵가루와 계란을 묻혀 튀긴 후 그것을 다시 작은 크기로 부신 후 기름에 살짝 튀기듯 볶아낸 민트 향의 허브와 고기(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입맛에 맞는 것으로 고를 수 있습니다)와 함께 신선한 초록색 상추와 다른 채소들에 싸 먹는 남카오(Nham Kao)는 정말 일품이었다.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기름에 튀긴 라오스 고추를 조금 넣어서 쌈을 싸 먹으면 꽤나 맵고 느끼해진 속을 달래줄 수 있다. 이후로 다른 식당에서도 이 음식을 주문해 보았지만, 이 날 쿠킹 클래스에서 먹은 것만큼의 섬세한 맛은 아니었다. 이곳의 셰프님은 라오스에서도 가장 실력 있는 요리사가 아닐까 싶었다. 요리사님의 따님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강아지 세 마리와 따듯한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귀여운 새끼 동물을 보며 마음이 녹아내리는 감정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쿠킹 클래스보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귀여운 새끼 강아지들에게 더 마음이 쏠린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 후 어디서도 이 정도 수준의 라오스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쿠킹 클래스 이후에 나눠준 요리 레시피가 가득한 작은 책과 이날의 경험은 꽤나 소중했다. 오전부터 오후를 함께 한 탓인지 금세 친구가 된 유럽 사람 몇 명은 같이 커피를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굳이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 대화를 트지 않는 우리 부부는 그들의 친목을 신기해하며 숙소로 향했다.


Copyright 2024, Lenamilk  All rights re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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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서 흐르는 메콩강은 정말 잔잔하다. 서울로 돌아와 이 글을 작성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다시 읽어본다. 그와 내가 공감하는 부분이 비슷한 걸 보면 아무래도 고도로 발전한 일본과 한국이라는 동아시아의 국가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라오스는 정말 묘하고 묘한, 정복할 수 없는 특이한 매력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정복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무리 두 번째 방문한 라오스 여행을 되돌아보더라도 단어와 문장 하나로 혹은 색이나, 감정으로 포장이 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 곳에 10일 이상 머물기 시작하면 나만의 언어와 감각으로 그곳을 정의하려 한다. 그렇게 그곳을 기억하다 보면 쉽게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콩강은 한강처럼 강인하면서도 외롭다거나, 유럽 국가들의 화려한 강이랑 비교하기도 애매하다. 아직 이집트를 가보진 않았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나일강과 메콩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니(올해 가을에 이집트에 갑니다!) 그때 가서 다시 한번 메콩강에 대해 생각해 보면 결론이 나올까? 왠지 모르게 백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던 루앙 프라방은 그나마 수준 높은 양식과 와인, 칵테일을 맛볼 수 있으며 다른 곳보다 가격은 높지만 수준 높은 전통 라오스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꽤나 많다.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이 묘한 느낌을 다른 누군가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여정에 메콩강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다음 편에 등장할 메콩강에서의 크루즈 그리고 메콩강 해변에서의 물놀이, 방비엥에서의 카야킹, 배를 타고 들어갔다 7km의 동굴까지. 그 경험들을 정리하다 보면 메콩강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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