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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Mar 07. 2023

10명을 겪은 팀원이 본 최고의 팀장, 최악의 팀장

어느덧 직장생활 10년 차가 넘었다. 그동안 3번의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팀장을 만났다. 처음으로 숫자를 세어보니 총 10명이다. 팀원 개인의 외모, 성향, 업무 스타일이 모두 다르듯 내가 만난 팀장들도 모두 다른 타입의 사람이었다. 세상엔 여러 타입의 팀장들이 존재한다. 짧게는 두세 달 겪은 팀장도 있고, 길게는 몇 년간 함께한 팀장도 있다. 세 번째 회사에서 6년째 부서이동이 없었으나 팀명이 계속 바뀌고 팀장도 바뀌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겪어본 팀장들을 한 문장씩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곤 - 지사장,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훌륭한 인품, 실적도 우수하여 타의 모범이 됨

2. 훈 - 미친개라는 별명을 지닌 워커홀릭, 언어폭력과 권력을 가졌으나 나름 무탈하게 지냄

3. 김 - 영업직 경험으로 실적 중시, 안달복달 스타일

4. 주 - 실무를 오래 해서 매우 꼼꼼하고 건별 사소한 영역도 세세하게 챙김. 그래서 장단점이 명확함

5. 서 - 조용하고 부드럽고 다정한 스타일, 보고서의 황재. 커리어 전문성이 높고, 묵묵히 챙

6. 박 - 일 욕심 많고 사회성 좋음. 수평적 관계를 추구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웃으며 재미있게 일함

7. 진 - 네가 알아서 마음껏 꿈을 펼쳐봐~ 믿고 맡기는 스타일

8. 희 - 여전사. 해결사. 추진력, 판단력이 좋고 문제해결능력 탁월함. 팀원을 배려하고 리드를 잘함.

*가명


전반전까지는 팀장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팀장이 되면 원래 권위적이고, 성과만 중시하고, 업무 얘기만 하고, 재미없고, 소리를 지르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후반전으로 넘어가면서 '좋은 팀장도 있구나~'고 느꼈다. 다채로운 팀장들을 겪으며 초반 몇 년의 내 생각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그중 최근에 겪은 팀장님은 여러모로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었는데, 대표적인 2명을 생각하며 '좋은 팀장이란, 좋은 리더란'에 대해 적어본다.



최고의 팀장이란



1. 팀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가능성을 믿어주는 팀장

박팀장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가 팀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개성 넘치는 팀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업무 성실히 임하고 조직의 방향대로 이끌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그래서 같은 업무를 전달하더라도 A, B에게 접근하는 법이 달랐다. 게다가 업무분장을 할 때도 각 팀원이 어떤 일을 맡아야 가장 잘 맞는지, 성장할 수 있는지, 가장 업무 효율이 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처음 맡은 팀장 역할임에도 늘 '리더십'을 고민하고 그 핵심에서 '팀원의 발전'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리더십이 생겼다.


업무를 추할 때는 방향성을 잘 잡아주면서, 팀원의 의견은 존중했다. 그래서 나만의 논리로 '이 사업은 이런 점으로 인해 이런 문제가 예상되고, 효과성은 미비해 보이므로 반대한다'라고 주장도 곰곰이 들은 뒤 수용해 줬다. 상급자가 팀장에게 지시한 업무였는데도, 나의 논리를 인정해 주고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평소 '각자 아이디어 제출 해!'가 아니라 함께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아주 편안하게 조성했기 때문에 우린 유머와 웃음이 오가는 회의시간에 재밌는 의견을 냈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이는 팀의 탁월한 기획, 성과가 되어 돌아왔다. 그가 팀원의 의견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들어주며,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공개 석상에서 팀원을 칭찬점이다. 3년간 함께 일하는 동안 그는 내부, 그리고 외부 기업과의 회식자리에서 2번, 나를 대놓고 칭찬했다. 평소 내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외부 공식석상에서, 매우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본인이 동행한 팀원의 강점을 칭찬했다. 달리 말하면 자랑했다. 그러자 상대 팀장소속 직원을 칭찬하는 훈훈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팀장이 언급한 평가는, 예리하게 관찰하고 겪으면서 알게 되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진심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 일은 애사심이나, 업무 동기부여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희팀장은 업무를 재촉하지 않는다. 일단 시키면, 성격이 급함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이 보고 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팀원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필요한 부분이었다.

- 다 했어? 어디까지 했어? 아직 멀었어? (+그거 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려?)


어제 업무 지시 해 놓고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묻는 팀장도 있었다. 가장 바쁜 마감시기에 본인이 시킨 업무에만 몰두하셨는데 그때의 어렴풋한 짜증이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 나 역시 미숙해서, 그 일은 인수인계받아 배워서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팀장 지시니까 '네!'라고만 대답했다. 그 뒤로는 늘 중요도와 긴급성을 파악하기 위해 데드라인을 체크하는 습관이 들었다.


희팀장은 적당한 선에서 길을 닦아주고, 뒤에서 기다려주고, 그러면서 밀어주는 역할을 잘했다. 적당한 가이드를 주고 그 안에서 자율성을 부여했다.



2. 업무 해결 능력

팀장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물론 개인이 업무를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 조직이 큰 문제에 봉착하면 결국 팀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일선에서 진두지휘 해야 하는 게 팀장의 역할이다. 그때 '왜 일을 이렇게 했어?'라고 다그치기만 하고 정작 해결책은 나 몰라라 한다거나, '네가 알아서 해' 하고 아무 액션이 없다면 그야말로 팀원 갈 곳을 잃고 정처 없이 헤매는 양이된다.


희팀장은 그런 부분에서 여전사였다. 매일 다른 종류의 사건이 넘쳐나는 전쟁터 같은 조직에서 그녀는 해결에 집중했고, 결국 어떻게든 해결해 나갔다. 그녀를 보며, 팀장이란 또는 직장생활이란 마치 아주 어려운 큐브를 눈앞에 두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기에 탁월함을 보였다.


예를 들면, 외부 클레임이 터져서 전화가 불통이고 불만이 밀려올 때 신속하게 대응 방향을 잡아줬고, 사업 예산이 갑자기 몇천만 원 더 필요하게 된 경우에도 여러 안을 고민하며 해결해 나갔다. 며칠간 인력이 부족할 땐 대학 연계 자원봉사인력을 섭외해서 해결했다. A 안이 통과가 안되면 B안을 금세 떠올려서 해결했고, 타 부서 협조가 막힐 때도 같이 열을 내며 함께 해결책을 고민했다.


나의 경우는 주요 행사에서 홍보물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 적이 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새로 시도한 축제현장이 구체화되면서 예기치 않았던 과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계획과 완전히 틀어지게 되었으며, 예산과 시간은 없고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현장 디자인은 엉망이 될 수도 있는 고비였다.


결국 꼬인 실타래를 내가 차근차근 풀어가야겠지만, 그때 팀장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 걱정 마! 어떻게든 해결될 거야!! 문제는 결국 해결되는 법이야!!!


이 한마디가 내겐 큰 용기가 되었다. 30년 경력에서 오는 믿음이 내게도 옮겨왔다. 그 기적 같은 믿음, 강인한 말의 힘, 팀장의 든든한 조력을 바탕으로 나는 결국 전전긍긍하던 문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이런 믿음과 함께 그동안 닥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을 것이다. 그녀의 내공이 반짝반짝 빛남을 느꼈다.



반면 최악의 팀장도 있다. 개인적 견해를 담아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풀어본다.




최악의 팀장이란



1. 휴가 쓸 때 눈치 주는 사람

회사를 다니며 가장 싫었던 부분은 휴가 쓸 때 눈치 주는 것이다. 지금은 수평적 조직에서 상대적으자유로운 편이나, 그때의 습관이 있어서 여전히 '휴가'를 말할 땐 긴장된다. 심호흡을 하고, 어떤 타이밍에 말해야 할지 고민한다. 왜냐하면 사회초년생 몇 년 동안, 하루짜리 휴가여도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늘 면박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온갖 고민과 번뇌를 거친 후 어렵사리 말을 꺼내면 대답은 이랬다.


- 내일 휴가 좀 내겠습니다

- 왜???


자연스러운 반응일 순 있다. 그런데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경직된 분위기를 연출하면 다음번 휴가말할 때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냥 이유 없이 쉴 수도 있는데 언제나 이유가 꼭 필요할까. 그래서 다음번엔 사유와 함께 얘기했다.


- 가족 생일이어서 하루 휴가 내고 다녀오겠습니다.

- 그래?? 휴가 내다녀온다고? 흠... 과연 그걸 좋아하실까?


이건 극단적인 예시고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요즘은 사유를 묻진 않아서 편하긴 하지만, 사유를 얘기해도 그걸 상사가 판단할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휴가 내고 생일축하를 해드리는 건 당연히 좋아하실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의문을 제시하다니.


좀 더 자유로운 조직에서 주말 행사로 열심히 근무한 적이 있다. 보통 주말도 아니고 공휴일이 겹친 황금연휴였다. 팀원들 모두 정당히 쉬고 있을 때 혼자 나와 땡볕에서 하루종일 일했다. 그리고 대체휴무를 부여받았다. 3주쯤 지났을까? 어차피 한가한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멀리서 놀러 온 친구 방문일에 맞춰 대체휴무를 냈다. 명백히 대체휴무지만, 나의 주말출근 노고는 어느새 모두에게서 잊힌 지 오래였다. 오직 내 기억에서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 저 내일 하루 휴가 좀 내겠습니다.

- 그래? 에궁.. 휴가 갈 수 있겠어?


좀 더 부드러운 말투였고 반대나 강압은 없어 보이지만 은근한 압박이 내포되어 있다. 바쁜 시기에 일도 많은데 휴가 갈 수 있는 상황인지 조심스럽지만 명확한 뜻을 담아 묻는 질문이었다. 매번 주말 출근 할 때는 괜찮냐고 걱정한 적 없으면서 말이다.


업무 일정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1년 365일 중 하루 쉰다고 어떤 타격이 있을까 싶다. 팀장의 근심걱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가한 시기에만 휴가를 낼 수 있다면, 그 편안하게 마음 놓고 휴가 갈 수 있는 시기는 도대체 언제 오나요?라는 생각이 스쳤다. 365일 중 어느 하루의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했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결코 사소한 영역은 아닌 것 같다.



2. 퇴근 후나 주말에 연락하는 사람

신입 막내 시절, 주말에 전화벨이 울렸다. 팀장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잡고 전화를 받았다.


- 네, 팀장님!

- 어, 그.. 생수 주문했어?


'네?? 지금 고작 생수주문 확인하려고 주말에 전화하신 거예요???'라고 미처 전하지 못한 질문이 허공을 맴돌았다. 바깥에서 안 그래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찰나의 주말을 즐기고 있는데, 짧은 전화 한 통은 나를 무겁고 긴장되는 사무실로 순식간에 소환시켰다. 덕분에 주말 기분도 망쳐버렸다. 중요한 업무 얘기도 아니고, 고작 생수 확인하려고 전화를 하시다니.


팀장에게는 인간에게 목숨처럼 없어서는 안 될 '공기와 물'처럼 꼭 필요한 요소일 수도 있지만, 내겐 아니었다. 충분히 월요일에 출근해서 물어봐도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전화를 하셔서 물어보신 걸까? 많은 생각이 스쳤다. 혹시, 주말에도 팀장이 출근해 있는 걸 어필하시는 걸까? 나도 주말출근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인 걸까? 아니면, 생수가 똑 떨어져서 당장 갈증이 나서 위태로운 걸까? 그도 아니면 궁금한 건 즉시 확인하고 답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일까?


나중에 연차가 쌓이고 알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하려던 질문조차 그 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게 가벼운 건 그때그때 확인하거나 메모를 하는 편인데, 아마도 그 일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궁금해서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묻고 답을 얻는 것. 아주 사소한 질문이니까 간단히 통화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지만 전화받는 직원 입장에선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회사일을 주말에 논의한다는 건 사소한 생수라도 싫었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어야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 뒤로 회사가 바뀌고, 연차가 쌓인 어느 날, 팀장에게 밤 9시에 전화가 왔다.


- 아, 이거 말이야, 이만해서 이게 맞나? 뭐였지?? (아주 사소한 복무 등 규정 질문)

- 아~ 팀장님~~~ 지금 시간이 몇 시예요~ 9시잖아요 9시ㅋ 달님도 자러 가는 시간이에요ㅋ

- 아, 미안. 깜박깜박하니까 잠깐 바로 물어보려고 했지ㅋ

- 깜박하시면 메모장에 적으셨다가 물어보세요ㅋㅋ 질문하신 건 이러이러합니다. 내일 뵐게요^^


어느덧 웃으며 시원하게 할 말 다 하는 팀원으로 변해 있었다. 집에 시계 없으면, 시계라도 사 드릴 심정이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편하고 좋아하는 팀장이어도 퇴근 후에 업무 얘기를 나누고 싶진 않다. 이미 내 하루의 10시간 이상을 회사에 헌신하며 일하는데, 고작 몇 시간도 안 되는 자유시간은 사수하고 싶다. 회사 내에선 100가지 질문을 해도 상관없지만 퇴근 후 시간은 존중받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떠오른 프랑스의 '퇴근 후 업무 연락 금지법'은 반가운 뉴스다.


ⓒ한국일보






팀장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존경심이 생기고 리더십이 있다고 느껴졌는지 떠올리며 적어봤다. 그리고 팀원 주제지만 좋은 팀장과 나쁜 팀장의 기준을 두고 평가해 봤다.


그러나 좋은 팀장, 나쁜 팀장을 논하고 바라기 전에 나부터 좋은 팀원이 되어야 한다. 팀장이 보기에도 분명 '같이 일하고 싶은 팀원, 같이 일하기 싫은 팀원'이 있다. 이 일하고 싶은 팀원으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 같이 일하고 싶은 팀장이 되어 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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