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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Jun 16. 2023

매주 목요일이 되면 휴직하고 싶어진다

워킹맘 1년 5개월 차이자 육아 만 4년 차 엄마다.(남편 육아휴직 기간 제외) 퇴근 시간이 최소 1시간 걸리다 보니 정시퇴근하고 집에 와도 늦은 저녁이라 피곤은 한가득이고 짧은 저녁시간 아쉽기만 하다.


맞벌이부부가 된 후 9시-18시 출퇴근을 해 본 적이 없다. 부부 중 누군가는 등원 또는 하원의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1년은 동이 트기 전에 나가 8시 출근을 했고, 올해는 '9시 반-18시 반' 근무시간 개설을 요청해 이용하고 있다. 정시퇴근해도 집에 오면 19시 반이다.


다행히 하원을 맡아주시는 시어머니가 아이 저녁을 챙겨주기 때문에 아이가 늦은 시간까지 굶을 일은 없다. 하지만 집에 오기 무섭게 부부가 밥을 차려 먹고 눈 깜박하면 8시 반이 되어있다. 이때부터 아이 씻기고 잘 준비하면 실로 놀아줄 시간은 몇 분 남지도 않는다. 길어야 하루 중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저녁 1시간도 안된다.


어떤 날은 바지런 떨며 나가 선선한 바람 따라 산책하며 온전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비록 잠이 늦어지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매일 조금이라도 읽어주며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늦은 시간이지만 온 가족이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찰나의 저녁시간에 온전한 행복을 맛보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어떤 날은 보롯이 밥 해 먹고, 돌아서서 아이 씻기고, 양치시키고, 뭐 하면 시간은 이미 밤이고 아이랑 제대로 놀아준 것도 없이 하루가 끝나 있다. 등 뒤로는 설거지가 쌓여 있고, 거실은 언제나 난장판이며, 치울 시간도 여력도 없기에 주말에 몰아서 정리한다. 먼지 한 톨 없 깨끗하게 걸레까지 청소된 집안을 제공하고 싶지만 현실은 눈을 감고 못 본 체 지나치고 만다. 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할 일은 끝도 없는 걸까.


그러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진 게 참 많고, 감사한 일이 넘치기에 불평이나 불만 자 쉽게 내뱉어도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원을 남의 손이 아닌 가족 손에 맡길 수 있고, 맞벌이 부부의 공백시간을 할머니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고, 매일 반드시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아니며, 등하원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굴러가고 있고, 무엇보다 밝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아이가 잘 자라나고 있고, 유연근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모습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요일이 되면 위기가 닥친다. 오늘은 그 위기가 금요일에 왔다. 주말에 보충한 에너지가 바닥이 나는 딱 그 시점! 7시 반에 집에 와서 아이랑 조금 시간을 보내다 보니 8시가 넘어간다.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밥차릴 힘도,  먹을 기운도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 것이 없이 텅 비어있다. 한 주간의 냉장고 식량도 고갈되는 시점이다.


회사에서 새로 맡은 업무는 주말 프로그램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 워킹맘이란 이유로 혼자 못 나가는 입장이다. 민망함을 견디는 건 내 몫이다. 단축근로를 하고 싶지만 급여가 깎이니 선뜻 서류를 낼 수도 없다. 급여만 줄고 근무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게다가 집이 멀어 단축근로를 해도 집에 오면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과 같다.


아이는 오늘 생일잔치하고 물을 잔뜩 받아와서 기분이 업되어 있다. 선생님 놀이를 하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음악 선생님 역할이라 참새처럼 종알종알 노래를 부른다. 멍하니 앉아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아쉬움이 올라온다. 이렇게 예쁜 모습을 하루 중 짧게 밖에 못 본다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야 하루 2시간이라니. 그마저 어른들 저녁 먹고, 아이 씻는 시간을 모조리 포함한 시간으로 말이다. 이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짧기만 하다.


매일이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정신없이 산다는 핑계로 곁눈질로 바라본 건 아닌지, 안일이 많다는 이유로 우리의 황금 같은 루하루의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는 건 아닌지, 언제나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를 핸드폰 너머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과 아쉬움 감정이 함께 몰려온다.


목요일만 되면 찾아오는 다 관두고 쉬고 싶은 마음 오늘도 일렁이는 파도처럼 출렁출렁 타고 있다. 지치고 힘든 날에는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가 될 것이고, 감사함과 기쁨이 먼저 느껴지는 에너지 좋은 날에는 '오늘 하루도 좋았어'가 될 것이다. 이런 하루들이 모여 1년이 되고, 그 1년이 쌓여 몇 년이 훌쩍 지나가겠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장 바쁘고 고단한 시기들도 지나가 있고 언젠가 오늘을 회상하며 잔잔한 미소와 함께 그리워하는 날이 오겠지.


일 가정 양립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해낼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나는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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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30616061500236

여기서 눈에 들어온 건 하루 7시간 근무라는 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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