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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Sep 09. 2023

오늘 저녁 메뉴는 뭔가요?

아이와 역할놀이

5세 아이는 역할놀이를 즐겨한다. 본인이 각자 맡을 역할을 지정해 주기도 하고, 부모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면 식당 요리사가 되어 온갖 음식을 주문받고 서빙해 준다.


한 번은 남편과 한창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역할놀이에 심취한 아이가 계속 주문을 받으며 대화를 못하게 했다.


- 손님, 어떤 요리해 드릴까요?

- 볶음밥이랑 샐러드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손님^^ 볶음밥과 샐러드 해드릴게요! 지금 주문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금방 해드릴게요! 1시간 정도 걸릴 수 있어요 손님, 아시겠죠??

- 네네, 괜찮아요


최근에 겪은 상황들이 아이 입을 통해 술술 나온다. 얼른 주문하고 다시 대화하려고 보니, 금세 요리를 해와서 또 계속 말을 걸어온다.


- 손님, 주문하신 볶음밥과 샐러드 나왔습니다.

- 네, 얌냠(휘리릭 먹는 시늉)

- 손님,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쓰셔야죠. 여기 있어요. 손님, 이것도 먹어보셔야죠. 이건 계란 볶음밥이에요. 손님, 또 무엇을 해드릴까요?


이렇게 친절하고 손님에게 계속 말을 거는 식당이 있다니. 이 단계를 거치면 계산을 해야 하고 그다음에 다시 새로 주문을 해야 한다. 먹는 시늉 하며 틈을 타서 이야기 좀 나누려고 했더니, 숟가락 놓으면 다음 대사를 해야 하니 틈이 없다.


나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 손님, 무슨 요리를 해드릴까요?

- 음~~~ 스페인 요리 해물빠에야랑 이탈리아에서 먹어 본 까르보나라 그리고 지중해식 오일 듬뿍 넣은 문어샐러드요!

- @#%&**%*$@@


주문한 메뉴를 그대로 따라 말해야 하는 아이는 엄마의 장난에 블라블라 흉내 내다 웃고 만다.




가족이 산책하는 길, 이번에는 아이가 역할을 정해줬다.


- 내가 엄마고, 아빠는 아빠, 엄마는 아기야!

- 응!

- 여보, 식사하세요~

- 어휴 배고파, 오늘 메뉴는 뭔가요?



오늘 메뉴는
돼지 볶음밥에 김치 국물이에요!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김치 국물이 웬 말인가!


아이는 보통 주변 상황과 경험을 통해 흡수한 것을 역할놀이로 풀어내곤 한다. 난 김치 국물이란 단어를 써 본 기억이 없고, 식탁에 올린 적은 더더욱 없는데 어쩌나. 누가 오해하면 곤란하다.


아니면 오늘 남편이 뭔가 잘못을 했을까? 나는 웃음을 지으며 남편에게 얘기했다.


- 여보, 오늘은 김치 국물에 밥 맛있게 드세요ㅎㅎ


김치는 안돼요~ 국물만 드립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산드라러스는 4~7세 시기에 역할놀이가 최고의 교육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표현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달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력의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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