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는 역할놀이를 즐겨한다. 본인이 각자 맡을 역할을 지정해 주기도 하고, 부모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면 식당 요리사가 되어 온갖 음식을 주문받고 서빙해 준다.
한 번은 남편과 한창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역할놀이에 심취한 아이가 계속 주문을 받으며 대화를 못하게 했다.
- 손님, 어떤 요리해 드릴까요?
- 볶음밥이랑 샐러드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손님^^ 볶음밥과 샐러드 해드릴게요! 지금 주문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금방 해드릴게요! 1시간 정도 걸릴 수 있어요 손님, 아시겠죠??
- 네네, 괜찮아요
최근에 겪은 상황들이 아이 입을 통해 술술 나온다. 얼른 주문하고 다시 대화하려고 보니, 금세 요리를 해와서 또 계속 말을 걸어온다.
- 손님, 주문하신 볶음밥과 샐러드 나왔습니다.
- 네, 얌냠(휘리릭 먹는 시늉)
- 손님,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쓰셔야죠. 여기 있어요. 손님, 이것도 먹어보셔야죠. 이건 계란 볶음밥이에요. 손님, 또 무엇을 해드릴까요?
이렇게 친절하고 손님에게 계속 말을 거는 식당이 있다니. 이 단계를 거치면 계산을 해야 하고 그다음에 다시 새로 주문을 해야 한다. 먹는 시늉 하며 틈을 타서 이야기 좀 나누려고 했더니, 숟가락 놓으면 다음 대사를 해야 하니 틈이 없다.
나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 손님, 무슨 요리를 해드릴까요?
- 음~~~ 스페인 요리 해물빠에야랑 이탈리아에서 먹어 본 까르보나라 그리고 지중해식 오일 듬뿍 넣은 문어샐러드요!
- @#%&**%*$@@
주문한 메뉴를 그대로 따라 말해야 하는 아이는 엄마의 장난에 블라블라 흉내 내다 웃고 만다.
가족이 산책하는 길, 이번에는 아이가 역할을 정해줬다.
- 내가 엄마고, 아빠는 아빠, 엄마는 아기야!
- 응!
- 여보, 식사하세요~
- 어휴 배고파, 오늘 메뉴는 뭔가요?
오늘 메뉴는 돼지 볶음밥에 김치 국물이에요!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김치 국물이 웬 말인가!
아이는 보통 주변 상황과 경험을 통해 흡수한 것을 역할놀이로 풀어내곤 한다. 난 김치 국물이란 단어를 써 본 기억이 없고, 식탁에 올린 적은 더더욱 없는데 어쩌나. 누가 오해하면 곤란하다.
아니면 오늘 남편이 뭔가 잘못을 했을까? 나는 웃음을 지으며 남편에게 얘기했다.
- 여보, 오늘은 김치 국물에 밥 맛있게 드세요ㅎㅎ
김치는 안돼요~ 국물만 드립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산드라러스는 4~7세 시기에 역할놀이가 최고의 교육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표현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달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력의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