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나팍 Oct 16. 2024

디즈니랜드의 성,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 환호를!

퇴사 후 나홀로 유럽여행기 6

디즈니랜드의 모티브가 된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도착했다.


어릴 적 꿈꿨던 성이 눈앞에서 현실이 되어 펼쳐져 있었다. 20년 전에 마음껏 꿈꿔보길 잘했네! 그 덕분에 진짜 이곳에 오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나도 그 당시에 이게 현실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린 나에게 유럽은 멀고 어렵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막연하기만 한 그런 미지의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길 꿈꿨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나는 꿈꿀 수 없었을 것이다. 러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마음껏 꿈꿔 본 덕분에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꿈도 무시당하거나 부정당하거나 평가받지 않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꿈을 꾸는 당시에는 현실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고 '네게 가당치나 않은' 비웃음이 될 수도 용일지언정,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것을 꿈꿔야 한다.  명제는 당연하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우리는 '꿈꾸는 것'부터 두려워하고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을 꾸는 것은 자유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힘이 드는 일도 아니다. 그저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손해 볼 일도 전혀 없다. 들에게 밝히기 어려우면 속으로 생각하고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루고 싶은 것, 목표하는 것, 바라는 점을 마음껏 상상하고 소망해 보자. 그중에 하나가 정말 짠~ 하고 이뤄질지는 일단 먼저 꿈꿔 본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결과니까 말이다.


이곳으로 나를 이끈 건 잠재의식에서 꿈의 원리가 작동했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느 때에 어떤 방식으로 갈 수 있을지 그만한 큰돈을 벌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곳으로 이끈 건 어릴 때 '이곳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이 확실했다. 지금, 이 순간, 20대에 이루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한, 언젠가 은퇴 후라도 나는 반드시 이 앞에 서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동화 속 마법 같은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성 앞에 서서 꿈만 같은 현실을 마음껏 즐겼다. 성은 설경 속 배경과 어우러져 더욱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었다. 성 뒤로 마리엔다리(Marienbrucke)에 오르자 참고서에 봤던 바로 그 컷이 보였다.



"우와! 진짜 신기해! 참고서 사진에서 봤던 바로 그 모습이잖아!"


나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성을 마음속에 담았다.


가이드투어로 성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정작 성의 주인은 6개월 밖에 살지 못했고, 그 후로 100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성이라고 했다. 뜻한 동화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슬픈 이야기였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이 성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돌아갔다. 해가 지기 전 뮌헨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도 다시 이동했다.


성이 높은 곳에 위치해서 돌아갈 때는 버스정류장까지 한참 동안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했다. 반대로 그 길을 따라 올라오는 사람들도 보였다. 잘 포장된 길 위로 세계 각양각색의 관광객들이 힘차게 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엔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었고 걷기가 어려워 휠체어를 타고 오는 노인도 있었다. 아이를 태운채 유모차를 밀고 올라오는 아빠도 보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이부터 태어난 지 70년 넘은 어르신들까지 모두 같은 길 위에 있었다.


나는 자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걷기도 숨이 차 힘들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오는 사람들과 그 휠체어를 밀고 기나 긴 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내가 만일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유럽여행'도 저들처럼 휠체어를 탄 시점에 가능했을까? 회사에 있는 동안 짧은 여름휴가만 가능했기에 장거리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일 회사원이라는 이유로 30년 동안 좋아하는 여행을 못 다닌다면, 모든 것을 은퇴 후로 미뤄야 한다면, 그래서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만족지연능력'을 평생에 걸쳐 써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 시점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불만족한 상태로 30년을 견디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나는 만족지연을 은퇴 후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평생에 걸쳐해야 하는 일에서 만족과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태어나 한 번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그 일을 쟁취하기 위해 후회 없이 정진하고 싶었다. 만일 끝내 그런 직업을 찾거나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이다.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 다른 길을 찾아가면 된다.


망설이다가 하지 못했던 선택과 가지 못한 길을 후회하며 새장 안에 갇힌 새로 살기보다는, 새장 밖으로 탈출해 하늘을 한 번이라도 날아보는 게 나에게는 맞았다. 안전하지만 무엇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새장을 나와 하늘을 향해 날 때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리스크를 감당한 자만이 하늘을 나는 영광과 희열을 맛볼 수 있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기회는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한다. 나는 그 리스크와 불안감을 극복하고 안갯속을 기꺼이 걸 것이다. 비록 외롭고 힘든 길일지언정 언젠가 따뜻한 햇살을 맞이할 것을 믿으며 말이다.






설경으로 뒤덮인 퓌센은 아름답고도 쓸쓸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선 아늑함과 동시에 고독함을 느꼈다. 아마 지금의 내 삶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정적인 모습에서 평안함보단 추위와 외로움을 더 느꼈으리라. 하얀 눈으로 덮인 마을은 '번잡함'과 정반대의 표현이 딱 어울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 공간에서 떠도는 나그네처럼 하룻밤 묵으며 벽난로 앞에서 쓸쓸한 고독을 온전히 음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뮌헨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

.

.


뮌헨에선 더욱 신나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여행, 독일에 온 진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