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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Oct 30. 2024

아이랑 수영장 다녀오며 나누는 대화

6살 아이는 매주 주 1회 수영장을 다닌다. 집 근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함께 걸으며 돌아오는 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아이가 수영하고 재롱 피우는 모습을 유리 너머에서 이따금씩 행복하게 바라보기면 하면 되는 1시간의 자유시간 또한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운동하고 한 껏 기분이 상쾌해진 아이는 간식을 먹으며 폴짝폴짝 콩콩 뛰기도 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걷기도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눈 우리의 대화


- 집에 가서 밥 뭐에다 먹을까?? 계란말이?

- 음~~~ 돈가스!

- 돈가스??

- 응! 오늘 점심 유치원에서 돈가스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어

- 아하! 근데 낮에 먹었는데 또 돈가스 먹겠다고? 냉장고에 하나 있긴 할 텐데... 음..(오븐을 10분 예열하고 돈가스를 20분 구우면 최소 30분이나 소요되고 그럼 지금 7시 넘었는데 밥을 아무리 빨라도 7시 40분에 먹고, 그러면 언제 양치하지. 잠도 늦어지겠네. 돈가스 꼭 먹어야 하나?)

- 응! 돈가스 먹을래

- 아.. 그렇구나. 돈가스 먹을 거야? 냉장고에 있긴 할 것 같은데 일단 찾아봐야 하고.. 음... 돈가스 오래 걸리는데 음.. 일단 해볼까??

- 응! 마가 용기 있으면 하고 용기 없으면 안 해도 돼~



응? 용기? 무슨 용기를 말하지? 그릇을 하는 건가? 돈가스 담는 용기가 따로 있나?



- 용기?? 너 용기가 무슨 뜻인 줄 알고 얘기하는 거야?

- 응

- 용기가 뭔데~~?


용기는 부끄러울 때
 '난 할 수 있다!' 하고 가는 거야



오. 해석이 생각보다 명쾌한데? 딱 맞는 소리네! 근데 왜 나한테 갑자기 용기를 얘기했지? 아하.. 내가 돈가스 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망설이고 있으니까 그런 거구나~~ 고개를 갸우뚱하다 한참 후에야 이해된 엄마였다.


그런데 저녁 메뉴를 정하다 우연히 얘기 나눈 용기에 대한 아이표 국어사전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내게 쉽고 친근하게 용기 내라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다.





엄마가 부끄럽거나 망설이게 될 때 '난 할 수 있다!' 외치고 그냥 한 번 가볼게! 용기 내어 나아갈게!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난 할 수 있다!' 멘트 한번 날리고 그냥 가는 거야~ 


그래, 좋았어!!!! 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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