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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Apr 11. 2021

불면증 육아대디 남편을 재우는 나만의 방법

돌 때까지 아기를 육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재우는 것이었다. 잠자리가 바뀐 뒤 스스로 잠드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1시간에서 3시간씩 울기를 반복했다. 울다 지쳐 쉬었다가 놀아주면 웃었다가 또 잠투정으로 소리르며 울기를 무한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을 맞이하기 일쑤였다. 비몽사몽 하는 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안아재우지 않고 바닥에 눕혀 재우는 습관을 들였다. 7개월이 넘어서야 울음 없는 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육아휴직 중인 남편은 크게 2가지 변화가 생겼다.


하나는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과 저녁에 반주를 하는 습관이다. 집에서 아기랑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유일한 해소 창구가 술이 되었다. 안 마시던 술을 통해 육아 대디의 쌓인 피로를 풀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 없다 보니 올빼미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아기가 잠들면 밤이 되어 그제야 자유시간을 맞이하니 소중한 자유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려고 잠을 최대한 유보한다


육아는 체력전인데 매일 새벽에 잠들다 보니 몸이 신호를 보낸다. 혓바늘이 돋고, 소화가 잘 안되며 체력은 더 떨어진다.


결국 어쩔 수 없이 12시 전에 잠들기를 결심한 남편,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눈을 질끈 감고 침대에 눕는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이나 일찍 잠드는 것은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온 누군가에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누울수록 눈이 말똥말똥~ 남편이 한숨 쉬며 말한다.



- 나 잠이 잘 안 와



매일 밤 자장가를 부르고 책을 읽어주고 인형극 놀이를 하며 아기를 재우는 엄마인 나는 이번엔 사명감을 가지고 남편을 재워야 한다. 다 큰 어른을 재워본 적이 없어 잠시 난감했지만 아기에게 불러 준 자장가를 불러봤다


- 자장~ 자장~~

- 아니야! 그만~!! 잠이 확 깨


첫음절을 시작도 하기 전에 퇴짜 맞았다. '그래. 이건 걸음마 아기에겐 통할지 몰라도 다 큰 어른에게 적용할 방법은 아니야'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 말한다.


- 여보, 내가 재워줄게! 나만 믿어!

당신을 색깔에 비유하면 어떤 색인 것 같아??

- ........???

- 음, 아니면 당신을 동물에 비유해봐. 어떤 동물과 닮았고 그 이유는 뭐야??

- 나 갑자기 너무 졸려. 나 먼저 잘게



어려운 면접 질문을 하자 머리 아픈 남편이 갑자기 자는 척을 하더니 이내 진짜로 잠이 들었다. 내가 또 말 붙여 올까 봐 꿈나라로 도망간 것이다. 하.. 하하?? 성공인가??? 성공이네!!!!



그로부터 며칠 뒤 한 번 더 시도해봤다. 책을 펴면 잠들던 내 과거를 떠올리며 지루함이 지속되면 잠이 오는 것에 착안해서  최대한 진지한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 잠이 잘 안 오네~

- 여보! 내가 재워줄게?! 당신은 최근에 언제 가장 행복감을 느꼈어????

- 나 갑자기 졸려...

- 아니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감사한 일 5가지를 말해봐.

- 나 졸려서 먼저 잘게. 쿨~~ 쿨~~~





야호! 오늘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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