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아에 대한 단상
“I cross out words so you will see them more.”
바스키아는 가리기 위해서 가리지 않고, 지우기 위해서 지우지 않는다. 밑그림 위에 여러 겹의 레이어를 덧칠하며, 숨겨진 것을 오히려 드러낸다. 겹겹의 팔림세스트 속에서, 그는 자신이 보는 것을 우리도 함께 바라보길 바란다.
영화 <인셉션>에서도 묘사되었듯, 으레 꿈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모호하다. 장면들은 뚝뚝 끊기고, 개연도 맥락도 없이 여기저기서 이어붙인 듯 보인다. 하지만 기실 이 모든 이미지들은 기억과 무의식에서 온 것. 바스키아는 이 현실의 조각들을 덧칠하고 일부를 지움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기어코 그 꿈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열등감이 뒤엉킨 나르시시즘. 그의 세계는 의도적인 불확실성 위에 서 있다. 하나의 상징은 모호하지만, 항상 다른 의미와 겹쳐진다. 풍요와 빈곤, 영과 육, 신과 짐승들. 미술사의 다양한 레퍼런스가 거리의 언어와 뒤섞이며, 개인의 트라우마와 시대의 정체성을 동시에 펼쳐낸다. 그의 캔버스 위에는 시간과 기억과 상흔이 켜켜이 쌓여있다.
서른도 되기 전에 끝난 그의 생애 마지막에 꾼 꿈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그림으로 남을 수 없었기에 더이상 함께 꿀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남겨진 왕관을 바라보며 되뇌일 수밖에. 이 세상 모든 마이너들의 상처와 저항과 죽음에 영광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