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샤콘느
모든 음악의 시작이자 끝인 바흐, 그런 그의 음악 중에서도 단 한곡만을 들어야 한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샤콘느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 곡을 일컬어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라 찬미했다. 아무리 위대한 바흐라 할지라도 이보다 빛나는 것을 두 번 쓰지는 못했으니. 이 하나의 곡에 인간이 느끼는 모든 비통함과 애환이, 멀리서 이를 관조하는 신의 닿을듯 말듯 희미한 위로가 담겨있다.
피아노 한대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부조니의 샤콘느가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라면, 브람스의 왼손을 위한 샤콘느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좁고 어두운 우물이다. 오른손이 마비된 클라라에게 이 곡을 바치며 브람스는 편지에 '하나의 작은 악기를 위한 단 한 줄의 오선 위에 바흐는 가장 깊은 생각들과 가장 강한 느낌의 모든 것을 썼노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샤콘느를 쳤을까.
오늘 캉토로프는 브람스가 만든 심연으로 모두를 데려가 한손을 가만히 한켠에 둔 채 나머지 한손만으로 부자유를 통한 자유함을 보여주었다. 밑바닥에서 위를 향해 날아오르다 다시금 곤두박질칠때의 낙차의 크기와, 그 지난한 과정이 계속 변주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영원회귀의 무한함. 그 굴레의 무게에 지지 않고 순간을 살아갈때에 생의 자유와 구원이 있을 터. 이 여운이 쉽게 가실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