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샤콘느

스베틀린 루세브의 리사이틀을 듣고

by sue



힌두의 신 크리슈나의 일화. 어린이의 모습을 한 크리슈나는 양어머니인 야쇼다에게 흙을 먹어 꾸중을 듣는다. 크리슈나가 흙을 먹지 않았다 말하자 야쇼다는 이를 믿지 않고 입을 벌려보라 화를 낸다. 신의 입 안에는 우주가 들어있다. 야쇼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별들과 자기 자신, 그리고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흙까지도 본다. 만물의 질서를 목격한 그녀는 말한다. “나의 신이시어, 이제 입을 다무셔도 됩니다.“


계속 들어도 영영 거듭하여 듣고 싶은 음악은 바흐가 유일할 것이다. 음악 너머의 음악. 오늘 나는 스베틀린 루세브의 바이올린과 함께 눈이 멀도록 환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가 무저갱같은 캄캄한 저 아래로 하염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마지막 파르티타의 샤콘느. 루세브의 온 마음을 다한 정직한 연주를 통해, 하나의 주제 위에 변주가 층층이 쌓여 이윽고 거대한 성전이 되었다. 활을 떠난 음표가 공간을 맴돌다 새로 태어난 음표와 함께 공명하는 순간, 크리슈나의 입이 열리듯 또다른 궁창이 열리며 나는 건져올려졌다.


이 가늠할 길 없는 어두움과 밝음 덕에 평소에는 볼 수 없던 것을 볼 수 있다. 나를 이루는 모든 낱알같은 조각들과 저 멀리 아득히 크고 높은 것들까지. 공연장을 나서는 나의 마음은 야쇼다가 느꼈을 경외로 가득하다. 이땅에 바흐를 보내신 이여, 이제 입을 다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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