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모르고
<데어 윌비 블러드>를 다시 보며 Arvo Pärt의 서늘한 fratres가 나온 순간,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You don't know me 무대를 떠올린다. 한 곳을 후벼 파듯 반복되는 현의 집요함은 마치 멈추지 않는 시추기의 굉음을 닮아있다. 무용수들은 서로를 갈구하며 엉키고 부딪히지만, 그 격렬한 몸짓의 끝에 남는 것은 결국 영영 알 수 없는 타인이라는 지옥 뿐. 그러나 그리하여 돌아가는 내 안에는 어디 천국이 있던가. 언제봐도 몸서리쳐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또다시 눈을 감을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