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아래, 진짜 그를 마주하다

모르는 게 차라리 나았을까?

by 렌토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건,

모르는 채로 두는 것보다 더 잔인할 때도 있다.


무대 위 사소한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공연이 끝나고도 집요하게 곱씹으며 나는 그의 모든 순간에 집중했다.

그렇게 집착일지도 모르는 깊은 몰입 끝에, 더 이상 덮어둘 수 없는 진실을 마주했고, 그 이후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가 가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공연 중에 종종 가사를 틀리곤 했지만, 그 정도쯤은 라이브의 묘미라며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실수는 계속 반복되었고, 무대 위 그는 더 이상 관객을 바라보지 않았다. 노래는 계속되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프롬프터에만 머물러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 따뜻한 눈빛은 이제 모니터에만 갇힌 채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공연도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갔다.

마치 이전 공연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은 듯이. 셋리스트도, 변하지 않는 편곡도, 멘트까지도 전부 똑같았다.

그걸 깨달은 순간, 믿음과 애정으로 가득했던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에 서서히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반복의 문제가 아니었다.

변화에 대한 의지와 관객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결과였다. 연습의 부재는 무성의한 무대가 되어 돌아왔다.

그의 공연은 이제 의미 없이 돌고 있는 낡은 회전목마 같았다.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서도 실망은 계속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공연이 끝난 뒤 기다리던 팬들 앞에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힘들다'는 이유 하나로, 인사 한 마디 없이 차를 타고 떠났다. 자신보다 더 오래 더운 곳에서 기다렸던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무례함이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기에 확신이 있었다.

이 마음은, 이 행복은 당연히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데, 어떻게 완벽하기만 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걸까. 왜 나는, 나의 바보 같은 기준만으로 그를 판단하고 신뢰했던 걸까.


무대 위의 그는 여전히 빛났지만, 무대 아래의 나는 점점 빛을 잃어갔다. 그는 그대로인데, 나만 무대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와 가까워질수록,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더 행복할 줄 알았는데, 모든 건 내 착각이었다.

이 모든 걸 다 알아버린 이상, 다시 모른 척하며 사랑할 수는 없었다.


몰라도 되는 진실을 알게 된다는 건,

어쩌면 조금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