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아래의 괴리감, 점점 멀어지는 거리감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를 아주 작은 틈은 내 마음을 비집고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만큼 그 흠집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을 향한 내 시선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무대 위 환상과 무대 아래 감정 사이의 괴리감이 깊어질수록, 미묘한 거리감이 서서히 우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공연을 볼 때마다 내 안에서는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다.
기대는 사라지고 어느새 불안과 초조함만 자리 잡았고, 노래가 끝난 뒤에는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한때는 맹목적이기까지 했던 그를 향한 시선은 점점 더 빛을 잃고 날카로워져만 갔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감탄 대신 숨길 수 없는 실망감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나는 왜 그의 실수 하나하나에 그토록 예민했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박수만 치고 돌아 나오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늘 끝까지 남아, 부족했던 장면들을 곱씹어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분명 잘하는 사람인데, 왜 갈수록 무대는 성의 없어 보이고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는 걸까.
날이 선 채 신경을 곤두세우며 공연을 보는 일이 반복되자, 나는 더 이상 그를 만나는 게 기다려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내가 그를 떠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가족과의 갈등 이후 감정을 추스를 틈도 없었다. 바뀐 직장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매일 모든 기력을 다 쏟아붓느라, 스스로를 돌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때였다.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있던 내가 유일하게 색을 되찾을 수 있었던 순간은,
그의 무대 아래를 지키는 그때뿐이었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를 향한 감정 자체가 내 삶의 유일한 출구였기 때문에.
빛나는 그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부심으로 나는 어둠을 견뎌낼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빛을 굳건히 지키는 사람이었고, 그 자리는 내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는 곳이었다.
그 진심이야말로 나를 버티게 하고, 무너지지 않게 하는 단 하나의 안식처였다.
무대 위와 아래의 괴리감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두려워졌다.
싸늘한 삶에 포근한 온기가 되어 준 그 따뜻한 손을 도저히 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 사람이 사라진다면, 내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 마음을 그의 곁에 붙들어 놓고 싶었다.
살기 위해서.
하지만 아무리 진심이어도,
사랑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자꾸만 찾아왔다.
그때마다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이 점점 더 버거워졌다.
분명 사랑하는데, 왜 나는 매번 이렇게 아파야 하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건 아니구나.’
당장은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정에도 끝이 있고, 그 끝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의 시작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