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노래가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를 찾고 있었다. 얼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놓였고, 아픈 몸도 거짓말처럼 낫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위로였다.
무대 위의 그는 정말이지 눈부셨다.
자유분방하게 무대와 객석을 누비는 모습,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노랫말. 그 모든 건 ‘아름답다’는 단어 하나로는 차마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채운 다양한 분위기의 셋리스트는, 나에겐 선물 같던 시간이었다. 같은 곡도 그의 손끝에서 매번 새로 태어났기에, 내가 가지 못한 공연은 늘 레전드가 되었다.
공연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인생을 걸 만한 명분이,
그때의 우리에게는 분명하게 있었다.
무대 아래의 그는 더욱더 따스했다.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부르며 사인을 건네줄 때면, 마치 세상이 멈춘 듯 우리 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모습, 수많은 관객 사이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그 분명한 시선. 그가 나를 기억하고, 알아봐 주는 순간들이 쌓여갔다.
다정한 눈빛, 따뜻한 미소, 아낌없이 쏟아내던 열정, 사소한 무대도 허투루 하지 않는 성실함까지.
그는 본받고 싶을 정도로 밝고 바르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내가 와준 덕분에 열심히 하고 싶었다”는 그 말.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 어딘가에 머물며, 모든 시절의 나를 일으켜 세워줄 것 같았다. 살면서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나는 이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버텨낼 수 있겠지.
그 사람,
얼굴만이 아니라 마음도, 말도 참 예쁘기만 했다.
어느 하나,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람,
그때 참 예뻤다.
하지만, 그렇게 가까워진 게 문제였을까.
애써 단단하게 지켜온 마음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