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고고한 아티스트, 호의가 권리로

솔직함이라는 가면 뒤 숨겨진 무례함

by 렌토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그의 이기심과 취사적 선택은 팬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배려와 존중이 결여된 태도는 멤버와 동료, 스태프 등 공적 관계에도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자신의 음악만 특별했고, 타인의 노력은 언제나 쉽고 가벼웠다. 그에게 사람은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쓰임새로 구분되는 자원이었으며, 타인의 호의는 그가 누려 마땅한 당연한 권리였다.

자신도 창작자이면서, 다른 창작자와 작품을 존중하지 않았다. 타인은 그의 위대한 창작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동료가 만든 홍보영상은 ‘고작 15초 릴스 하나’로 폄하되었고, 디자이너 지인의 노동은 친분이라는 명목 아래 대가 없이 소비되었다.

타인의 시간과 노력은 그에겐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니 모든 관계에 불만을 갖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동료, 소속사, 선후배, 심지어 팬들까지도 그의 험담 대상이 되었다.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그 사람이 이 모든 언행을 팬 앞에서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사실이었다.

예의를 지켜야 할 공적인 관계인 팬에게,

가장 사적인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

그건 팬을 존중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언제든 배출해도 되는 ‘아래의 존재’로 여겼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팬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오만한 확신 역시 그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내뱉는 말이 얼마나 수준 미달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남을 깎아내리는 말을 ‘솔직함’이나 ‘쿨함’ 정도로 착각하며, 그 말의 무게나 여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야기들이 외부로 흘러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팬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은 게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그 사람은 가수와 팬의 불균형한 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팬에게 대가 없는 노동을 요구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개인적 불만과 주변에 대한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다.

어리숙한 모습으로 위장하여 동정심을 자극해서,

늘 ‘을’을 자처하는 팬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결국 문제는 험담이 아니었다.

그 말을 아무에게나, 특히 팬에게 해도 된다고 믿었던 태도가 가장 문제였다.

자신이 위에 있고 팬이 아래에 있다는 확신. 그 비뚤어진 우월감이 그가 대하는 모든 관계에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


그는 늘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다뤘다.

필요할 때는 다정하고, 쓸모가 사라지면 언제든 정리하는 관계.

그의 친절함은 신뢰의 표현이 아니라, 관계 유지를 위한 임시적인 수단에 불과했다.

비뚤어진 마음으로 쌓은 관계가 오래 지속될 리 없었다. 타인의 진심을 발판 삼아 높이 오르려 했던 오만함은, 결국 그를 지독한 고립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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