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을 위해 갈아 넣은 13시간의 기록

어느 찍덕의 하루

by 렌토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록입니다.)


9:30 외출 준비 시작

카메라 배터리 확인, 메모리카드 포맷

삼각대와 그에게 주려고 사둔 선물도 챙긴다.


10:00 출발

11:00 기차 탑승


13:30 지방 기차역 도착

택시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

14:00 공연장 근처에서 식사


15:00 공연장 도착

행사여서 지정석은 없다. 영상 찍기 좋은 자리를 찾아 공연장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본다.


15:30

그가 리허설을 위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나를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이 맛에 덕질한다.


16:30 행사 시작

다른 팀의 무대를 보며 카메라 세팅값을 수정한다.

17:00 무대 시작.

17:30 무대 끝. 총 7곡.

퇴근길을 배웅하기 위해 재빨리 짐을 정리하고 달려 나간다.


18:00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전달했다.

18:30 공연장을 나온다.

기차 시간에 맞춰 바쁘게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19:00 기차역 도착

기차역에서 친구들과 간단하게 저녁식사

20:00 기차 출발

돌아오는 2시간 반 내내 카메라의 영상을 휴대폰으로 전송하고, 편집을 시작한다.


22:30 기차역 도착

23:30 버스 환승 후 집 도착

24:00 샤워하고 잘 준비 완료

02:00 3곡 업로드 완료






20XX년 X월 XX일, 토요일

지출 총 168,000원(티켓값 무료)


공연 시간 30분. 총 외출 시간 13시간 30분.

3곡 겨우 편집해서 업로드 완료. 나머지 4곡은 내일 올려야지.

눈이 침침하고 손목이 시큰거린다.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다.

지방 행사라 이동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무료 공연이지만 음향도 괜찮았고, 오늘 컨디션도 좋았는지 무대도 잘 마쳤다.


왜 나는 매번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 싶지만,

너무 좋은 걸 어떡해!!


가끔은 너무 버거워서 그만둘까 싶다가도, 내 영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

내가 하지 않으면 이날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결국 또 카메라를 들게 된다.

영상을 찍어 올린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니.

나 참 고생 많이 했다.


다만...

최근 들어 계속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요즘 공연 레퍼토리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느낌.

그가 올리는 sns 그 어디에서도 연습실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

나뿐만 아니라 오늘 함께 공연을 본 친구들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 무대 위의 그는 여전히 좋다.

그래서 그게 더 찝찝하다.

분명 뭔가가 걸리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사서 고생을 하면서도

나는 또 다음 주에 갈 스케줄을 정리하고 있다.


다음 주에도 또 똑같은 무대를 하려나?

설마 아니겠지.


피곤해서 괜히 더 넘겨짚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일단 자야겠다.


목요일 연재
이전 10화재능을 맹신한 자의 직무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