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휴가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낙으로 살았다.
그래서 내 여권에는 다양한 국가, 도시들의 사증 도장이 찍혀있었고, 쌓여가는 도장을 볼 때마다 뭔가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더믹 이후 여권을 쓸 일이 없어져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아예 여권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청소를 하다가 서랍 맨 밑에 있는 내 여권을 발견했다.
아뿔싸- 내가 그렇게 분신처럼 생각하던 여권이 만료되서 쓸모없는 종이책이 되어버렸다니.
충격이었다.
다시 언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훗날 해외여행이 다시 가능할 시점이 되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 바로 다음 날 여권을 발급하러 갔다.
새 여권을 받으니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 못해서 우울했던 내 마음에 한 가닥 희망의 꽃이 피어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