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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Dirty Angels>>

여성 특공대의 사투와 희생을 그린 액션 스릴러

by 금사대제

1. 영화 소개


- 제목: 더티 엔젤스(Dirty Angels)

- 감독: 마틴 캠벨(Martin Campbell)

- 출연: 에바 그린(Eva Green), 마리아 바카노바(Maria Bakalova), 로나 리 시몬(Rona-Lee Shimon),

루비 로즈(Ruby Rose), 조조 T. 깁스(Jojo T. Gibbs), 에밀리 브루니(Emily Bruni) 등

- 장르: 액션, 드라마

- 제작 국가 및 연도: 미국 / 2024년作

- 제작 및 배급사: Millennium Media Nu Boyana Film Studios(제작), Lionsgate(배급)

- 관람 등급: R(19세 이하 관람 불가)


<더티 엔젤스의 리더 captain Jake>



2. 줄거리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직후 일군의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테러리스트들이 수도 카불의 한 여학교를 습격해 아프가니스탄 교육부 장관의 딸 바디아 두라니(Badia Durani)와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의 딸을 포함한 다수의 여학생들을 납치한다. 바디아와 친구들은 테러리스트들을 피해 옥상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붙잡혀 몇 명은 옥상에서 운동장으로 내던져져 잔혹하게 살해되고 나머지는 납치돼 끌려간다. ISIS 테러리스트들은 인질 한 명당 1천만 달러의 몸값과 5일 내에 탈레반(Taliban)에게 체포돼 수감 중인 광신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성직자 셰이크 알 시말리(Sheik Al-Shimali)의 석방을 요구한다.


미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 포스(Delta Force)의 구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미군은 새로운 구출 작전을 구상한다. 1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로 붙잡혀 투석형에 처해져 죽을 뻔했으나 극적으로 구출돼 재활 중인 해병 대위 제이크(Jake: 에바 그린 扮)를 리더로 군사장비 전문가 록키(Rocky: 로나 리 시몬 扮), IT 및 통신장비 전문가 긱(Geek: 조조 T. 깁스 扮), 무기 전문가 슈터(Shooter: 에밀리 브루니 扮), 폭발물 전문가 밤(The Bomb: 마리아 바카노바 扮), 의무병 메딕(Medic: 루비 로즈 扮), 그리고 닥터 마이크(Dr. Mike: 남성 의사)로 구성된 여성 특공대(Dirty Angels)를 특수 작전팀으로 조직해 파키스탄으로 파견한다. 여성 특공대는 국제구호 NGO 의료팀으로 위장해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한다.


아프가니스탄 교육부 장관(바디아의 어머니)은 더티 엔젤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암약할 수 있도록 돕지만, 작전이 실패할 것에 대비해 별도로 딸의 몸값도 준비한다.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한 더티 엔젤스는 제이크의 현지 정보원 아위나(Awina)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탈레반의 무기고를 습격해 무기를 마련해 구출 작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무기고 탈취 도중에 닥터 마이크와 CIA 요원 트래비스가 희생된다. 이 일을 계기로 현지 정보원 아위나가 실은 ISIS의 이중 스파이였음이 밝혀진다.


12dirtyangels-review-gqbf-videoSixteenByNine3000-v2.jpg <더티 엔젤스 대원들: 왼쪽에서부터 긱, 슈터, 록키, 제이크 그리고 메딕>


ISIS는 미국 대사의 딸을 미끼로 경찰서에 폭탄테러를 가하고 바디아와 여학생들을 테러리스트의 신부로 팔아넘기려 한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더티 엔젤스는 감옥에서 이송 중인 셰이크 알 시말리를 중간에 가로채 인질로 삼는다. 그러나 작전 중에 부상을 입은 록키가 ISIS에 포로로 붙잡혀 참수형을 당한다. 더티 엔젤스는 셰이크 알 시말리와 납치된 여학생들을 맞교환하고 위조지폐를 몸값으로 지불하는 방법으로 ISIS를 속여 넘기려 했으나 몸값 1천만 달러가 위조지폐라는 사실이 들통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제 여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목숨을 걸고 ISIS의 아지트인 동굴 기지에 잠입해 정면 대결을 벌이는 방법뿐이다.


여학생 인질들을 구조하기 위해 ISIS의 동굴 기지에 침입해 전투를 치르는 중 제이크는 1년 전 자신을 죽이려 했던 테러리스트 두목과 사투를 벌여 다마스쿠스 월도(月刀)로 목을 잘라 죽인다. 비록 몇몇 대원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더티 엔젤스는 바디아와 여학생들을 무사히 구출해 헬기로 대피시킨다. 마지막 순간 제이크는 헬기에 탐승하지 않고 부상당한 채 일행의 탈출을 돕기 위해 동굴에 남아있던 긱을 구하기 위해 현지인 운전사 말릭(Malik)과 함께 차를 돌려 동굴로 되돌아간다.


<적진에 침투하는 더티 엔젤스 대원들>



3. 평가


<<Dirty Angels>>는 전쟁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남성일 거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폭력이 난무하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초인적인 힘과 용기로 무장한 남성 영웅(Rambo가 이런 류의 대표 캐릭터다.)이 아닌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여성들이 전사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쟁 활극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더티 엔젤스의 대원들이 여성이라고 해서 그들이 나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더티 엔젤스 대원들은 위기의 순간 남성 못지않은 용기와 강인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페미니즘(feminism)적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여성은 감수성이 풍부할 뿐 결코 나약하지 않다.


<ISIS에 납치된 용감한 아프간 소녀 바디아 두라니>

하다 못해 ISIS에 사로잡힌 인질 중 한 명인 바디아조차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납치 당시 "탈레반(탈레반은 본디 파슈토어로 이슬람 율법학교(마드라사)의 학생들을 뜻하는 명칭이다)은 적어도 꾸란을 읽어보기라도 했지만 당신들은 문맹이어서 자신과 조상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주제에 꾸란을 언급하며 알라의 뜻을 주워섬기는 다에쉬(DAESH: ISIS의 전체 명칭을 아랍어로 옮긴 말 ‘다울라 이슬라미야 이라크 샴(al-Dawlah al-Islamiyah fi al-Iraq wa al-Sham)'의 앞글자(da-i-i-sh)를 따 순서대로 배열한 호칭으로 '짓밟다'라는 뜻의 아랍어, '다샤(daasha)'와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멸칭이다. 우리말로 대략 '불한당' 혹은 '불량배' 정도에 해당하는 표현이다.)에 불과하다."며 당당히 맞서고 절체절명의 순간 기지를 발휘해 보초를 쇠그릇으로 때려눕히고 탈출하는 기개를 보여준다.


이런 더티 엔젤스의 양면적인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단연 여성 특공대의 리더 제이크다. 그녀는 포로로 붙잡혀있던 중 겪은 전쟁 트라우마 때문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면서도 치열한 전투 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과 결단력을 보여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동료 대원들을 지키려는 따뜻한 인간미도 함께 지닌 인물이다.


제이크는 동료 록키가 ISIS에 붙잡혀 참수형을 당하는 영상을 지켜보며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일 만큼 여린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지만 전투에 임해서는 적의 보초를 처치하기 위해 뒤에서 몰래 접근해 목을 조르며 단숨에 정수리에 단검을 찔러 넣거나 테러리스트 두목과 맞대결을 펼치다 칼로 목을 긋고 자상(刺傷)을 벌려 목을 찢어 죽이기 위해 적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내리누르는 장면에서는 무자비하고 냉혹한 전사(戰士)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주인공 제이크 역을 맡은 에바 그린은 이 영화를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내밀한 감정 연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녀는 내면의 상처를 지닌 리더로서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열연을 펼친다. 영화 속에서 에바 그린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선보며 다른 출연진을 모두 압도하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에바 그린은 2006년 개봉한 <<007 Casino Royale>>에서 여주인공 베스퍼 린드(Vesper Lynd) 역에 캐스팅된데 이어 <<Dirty Angels>>에서도 주인공으로 발탁됨으로써 마틴 캠벨 감독의 연출작에 두 차례 주연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두 영화 속 에바 그린의 이미지는 극명하게 대립한다. 전작에서는 역대급 본드걸로 손꼽히며 매혹적인 아름다음을 마음껏 뽐냈던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는 러닝 타임 내내 피 튀기게 치고받고 싸우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땅바닥에서 뒹구느라 미모는커녕 제대로 망가진 모습(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제목처럼 정말 dirty 하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va Green as Vesper Lynd 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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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베스퍼 린드 역의 에바 그린 / 오른쪽: 제이크 역의 에바 그린>


중성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체중도 눈에 띄게 많이 줄였다. 에바 그린은 급격한 체중 감량 탓에 남심을 설레게 했던 풍만하고 굴곡진 몸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삐쩍 마른 몸매에 늘 어두운 표정을 짓는 우울한 캐릭터를 지닌 여군 장교로 등장한다. 그녀의 미모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전투복을 입은 모습은 그럭저럭 봐 줄만 했지만 극 초반 해병 장교복을 입은 모습은 영 어색하고 안 어울린다.


<美해병 장교복을 입은 에바 그린의 모습은 너무나 어색하고 안 어울린다.>


그래도 에바 그린은 <<Dirty Angels>>에서 열연을 펼치며 자신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미모 밖에 없는 그저 그런 여배우가 아니라, 연기력까지 겸비한 진정한 연기자임을 당당히 증명해 보인다.


<<Dirty Angels>>는 진부한 흥미 본위의 액션 스릴러라는 차원을 넘어서 여성의 용기와 헌신을 주제로 진지한 서사를 펼친다. <<Dirty Angels>>는 흔해 빠진 남성 중심의 액션 장르에서 벗어나, 여성들만의 짙은 전우애와 강인한 의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덧붙여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여성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스토리 전개나 액션 장면이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여성 특공대를 모티브로 내세운 특이한 설정과 출연진의 빼어난 연기력만으로도 시청하는 내내 104분의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마틴 캠벨의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에바 그린의 연기 변신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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