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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미션 임파서블 8>>

Mission Impossible: The Final Reckoning

by 금사대제

1. 영화 소개


- 제목: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The Final Reckoning)

-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Christopher McQuarrie)

- 출연: 톰 크루즈(Tom Cruise), 헤일리 앳웰(Hayley Atwell), 빙 레임스(Ving Rhames),

사이먼 페그(Simon Pegg), 폼 클레멘티에프(Pom Klementieff),

그레그 타잔 데이비스(Greg Tarzan Davis), 이사이 모랄레스(Esai Morales) 등

- 장르: 액션, 첩보물

- 제작 국가 및 연도: 미국 / 2025년作

- 제작 및 배급사: Skydance Media, TC Productions(제작),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배급)

- 관람 등급: PG-13(15세 이하 관람 불가)



2. 줄거리


치명적인 AI 엔티티(Entity)의 소스 코드를 열 수 있는 열쇠를 회수한 지 두 달 후 IMF 요원 이단 헌트(Ethan Hunt: 톰 크루즈 )는 에리카 슬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소스 코드 열쇠를 반납하고 복귀하라는 지령을 받지만 이를 무시하고 그레이스(Grace: 헤일리 앳웰 )와 함께 엔티티의 하수인이었던 가브리엘(Gabriel: 이사이 모랄레스 扮)을 추적한다. 그러나 가브리엘의 음모에 걸려들어 오히려 그레이스와 함께 납치당한 이단은 가브리엘에게서 베링 해에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세바스토폴호에 침투해 일명 <토끼 발(Rabbit's Foot)>로 알려진 파드코바 모듈(Podkova module: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는 핵심 모듈)을 회수해 오라고 강요당한다.


이싼.jpg <IMF 팀 리더 이단 헌트>


이단과 그레이스는 IMF 팀원인 벤지 던(Benji Dunn: 사이먼 페그 扮)과 새롭게 IMF에 합류한 파리(Paris: 폼 클레멘티에프 扮)와 테오 드가(Theo Degas: 그레그 타잔 데이비스 扮)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단과 팀원들은 가브리엘이 엔티티와 통신할 때 사용한 캡슐을 통해 전 세계가 핵전쟁의 위협에 직면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핵전쟁이 발발한 경우 엔티티가 생존을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보안 디지털 벙커로 숨어들 것이라는 정보도 함께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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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해커 루터 스티켈 / 오른쪽: 전산 전문가 벤지 던>


이단은 다른 팀원들을 핵잠수함 세바스토폴호의 정확한 침몰 위치를 알아내라며 베링 해의 외딴섬 세인트 매튜로 파견하고, 본인은 해커 루터 스티켈(Luther Stickell: 빙 레임스 扮)을 만나기 위해 영국 런던의 지하철 아지트로 향한다. 루터는 홀로 비밀리에 엔티티를 파괴할 수 있는 악성코드 <포이즌 필(Poison Pill)>을 개발하지만, 이를 눈치챈 가브리엘이 아지트를 습격해 포이즌 필을 탈취하고 핵폭탄을 이용해 루터와 이단을 제거하려고 한다. 긴박한 순간 루터는 자신을 희생해 핵폭탄을 해체하고 이단을 구한다. 이단은 미국 위싱턴 DC로 복귀해 슬론 대통령을 직접 만나 엔티티를 막기 위한 작전 수행의 전권을 위임받는다. 그러나 CIA 국장 유진 키트리지는 작전 실패의 위험성을 들어 이에 반대한다.


이단의 팀원들은 베링 해의 세인트 매튜 섬에서 유배 중이던 전직 CIA 정보 분석관 윌리엄 던로와 그의 아내 타피사를 만나고 그들의 조력으로 핵잠수함 세바스토폴호가 침몰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낸다. 던로의 오두막은 이미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에게 점령된 상태였으나, 파리와 드가 요원이 러시아 특수부대원들과 교전하는 사이 그레이스와 타피사는 개썰매를 이용해 오두막을 탈출해 이단과 접선하기로 한 지점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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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소매치기 그레이스 / 오른쪽: 암살자 파리>


이단은 미해군 항모 CVN-77 USS George H. W. Bush호와 잠수함 SSGN-726 USS Ohio호의 도움을 받아 해저에 침몰해 있는 세바스토폴호로 침투해 구사일생 끝에 토끼 발을 무사히 회수하지만, 잠수함에서 탈출해 심해에서 수면으로 부상하는 중에 잠수병 증세로 의식을 잃어버린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레이스와 타피사가 이동형 감압장치를 이용해 이단의 목숨을 구해낸다. 이단과 팀원들은 가브리엘을 처단하고 엔티티를 격리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보안 디지털 벙커로 향한다.


보안 디지털 벙커에 도착해 보니 예상대로 가브리엘과 수하들이 먼저 와 매복한 채 이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20분으로 맞춰진 시한장치가 장착된 핵폭탄을 보여주며 토끼 발을 내놓으라고 이단을 협박한다. 그 순간, 키트리지 국장이 이끄는 CIA 작전팀이 현장을 급습하고, 전투 중 혼란을 틈타 가브리엘은 토끼 발을 탈취해 핵폭탄의 시한장치를 작동시키고 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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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CIA 요원 테오 드가 / 오른쪽: Villain 가브리엘>


이단은 나머지 팀원들에게 디지털 벙커의 일을 해결하도록 맡겨 두고 홀로 가브리엘을 붙잡기 위해 쫓아간다. 던로와 드가가 핵폭탄을 해체하는 동안, 파리와 그레이스는 부상당한 벤지를 도와 엔티티를 가두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단은 복엽기에 매달려 가브리엘과 사투를 벌이고 천신만고 끝에 토끼 발과 포이즌 필을 되찾는다. 가브리엘은 부서진 복엽기에서 낙하산으로 탈출하던 중 비행기 꼬리날개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고, 이단은 무사히 탈출해 포이즌 필을 토끼 발과 결합해 엔티티를 격리하는 데 성공한다.


사건이 해결된 뒤 이단과 팀원들은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든다. 그레이스로부터 엔티티가 담긴 USB를 전달받은 이단은 임무 완수와 함께 팀 해체를 선언하고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3. 평가


아마도 근래 가장 성공적인 할리우드 액션 프랜차이즈를 둘만 꼽으라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시리즈와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이 두 시리즈는 지난 30여 년간 전자는 8편, 후자는 11편의 속편을 연속 개봉하며 인기 몰이를 해왔다. 두 시리즈 모두 비현실적인 고난도 액션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이어왔으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카 체이싱(car chasing) 액션에 특화한 반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첩보물로서 육해공을 망라한 전방위 액션 장면을 선보였다. 그러므로 첩보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미션 임파서블>>의 진정한 경쟁작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아니라, <<007 James Bond>> 시리즈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세 가지 시리즈를 비교하면 <<007 James Bond>> 시리즈는 사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장수 프랜차이즈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 <<007 Dr. No>>가 1962년에 개봉했으니, 명실상부한 할리우드의 고전 프랜차이즈이자 인기 첩보물 시리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제임스 본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속 스파이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에 비해 이단 헌트(Ethan Hunt)와 제이슨 본(Jason Bourne)은 지명도면에서는 제임스 본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독특한 성격과 매력을 바탕으로 첩보물계의 대표 캐릭터로서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세 캐릭터에 관한 짧게 비교, 설명해 보고자 한다.


Daniel Craig in Skyfall(2012).jpg <007 James Bond in Skyfall(2012)>


먼저, 제임스 본드는 영국의 대외 첩보기관 MI-6 소속으로 SBS(Special Boat Services: 영국 해군 특전단, 세계최강의 특수부대로 명성이 자자한 영국 공군 특전단(SAS: Special Air force Services)의 해군 버전이다. 미군의 Navy SEAL은 영국의 SBS를 모델로 청설 된 특수부대이다.) 출신의 해군 중령(Royal Navy Commander)이자 최고의 멋쟁이(제임스 본드는 항상 멋진 고급 슈트나 턱시도 차림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스파이다. 007은 00 섹션(Double 0 section: 살인면허(License to Kill)를 보유한 MI-6의 특수요원 부서)의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뜻으로 제임스 본드의 암호명(code name)이다. 007은 본디 냉전시대에 KGB, GRU, 슈타지(STASI) 등 공산권의 첩보부에 맞서 서방 세계의 이익을 수호하는 영국 스파이(시리즈 6편의 제목이기도 한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의 첩보원)였으나, 냉전이 붕괴되고 난 이후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인류의 수호자(?)가 되었다. Q master(특수장비 개발부서의 총책임자)나 여성 요원 Miss. Moneypenny, 수많은 본드걸들(Bond girls), 그리고 때때로 그의 직속상관인 M의 조력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본 얼터메이텀.jpg <Jason Bourne in The Bourne Ultimatum(2007)>


둘째, 제이슨 본은 미육군 특수부대 레인저(Ranger Unit)의 대위 출신으로 테러리스트에게 암살당한 아버지(나중에 이것 역시 트레드스톤의 흑색 공작이었음이 드러난다.) 때문에 CIA의 암살조직 트래드스톤(Tread Stone) 소속의 살인병기가 되었으나, 작전 중 총살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빠져 조직을 이탈한 후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캐릭터이다. 두 명의 여성(한 명은 연인인 마리(Marie Helena Kreutz)이고, 다른 한 명은 CIA 직원이었던 니키 파슨스(Nicolette "Nicky" Parsons)이다.)들의 조력을 받기는 하지만 철저히 혼자 활동하는 '외로운 늑대' 스타일의 요원이다. 제이슨 본의 적은 과거 자신이 소속돼 있던 CIA이다. 이 점에서 제이슨 본은 제임스 본드나 이단 헌트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캐릭터이다.


1744682943422Ed2ad.jpg <이단 헌트와 그의 팀원들 in Mission Impossible: The Final Reckoning(2025)>


마지막으로, 본작의 주인공인 이단 헌트는 델타 포스(Delta Force: 해군 소속의 데브그루(DEVGRU)와 쌍벽을 이루는 미육군의 최정예 특수부대, 대한민국 육군의 '707 특임단'은 델타 포스를 모델로 설립된 부대이다.) 출신으로 CIA 내부의 비밀 조직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현장 작전팀 리더(Field Operation Team Leader)이다. 이단 헌트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해선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대신에 곡예에 가까운 고난도 액션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리고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과 달리 팀의 조력을 받아(실질적으론 이단 헌트 1인극(one-man show)에 가깝지만)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간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원작 소설이 있는 <<007 James Bond>> 시리즈나 <<제이슨 본>> 시리즈와 달리 1960년대의 인기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그런데 TV 드라마에는 '이단 헌트'라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TV 드라마 속 IMF 현장 작전팀 리더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제1편(1996년 작)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짐 펠프스(Jim Phelps)이다. 그러나 팀을 이끌던 짐 펠프스가 변절해 음모를 꾸미다가 이단에게 제거된 이후부터 이단 헌트는 짐 펠프스를 대신해 팀 리더로 활약하게 된다.




시리즈 제8편에 해당하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전작이었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Mission Impossible: Dead Reckoning)>>(2023)과 스토리 라인을 공유하는 후속작이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작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새로운 시리즈 후속작이 제작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본디, 탄탄한 스토리 라인보다는 화려한 액션 장면을 전면에 내세운 시리즈인 데다가 연속된 한 가지 스토리 라인을 전후(前後) 두 편으로 나누어 다루다 보니 영화의 진행이 많이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구나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긴, 러닝 타임이 무려 169분에 이르는 영화이다 보니 극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제작 당시부터 시리즈의 최종작임을 내세웠기에 영화 내내 시리즈 전편을 아우르는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시리즈 제1편에서 CIA 정보 분석관이었던 윌리엄 던로가 재등장해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거나, 시리즈 제3편에 등장했던 <토끼 발(정작 제3편에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토끼 발의 정체가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았다.)>의 실체가 알고 보니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는 핵심 모듈이었다는 식의 에피소드가 영화 내내 계속된다. 그런데 이런 설정들도 이야기를 억지로 짜 맞춘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시리즈 제6편(폴아웃)에서 CIA 국장으로 나온 에리카 슬론이 본작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돼있는데, 제1편에서 CIA 국장이었던 유진 키트리지가 전작(데드 레코닝)에 이어 제8편(파이널 레코닝)에서도 여전히 CIA 국장으로 나온다든지(시리즈 제2편에서 제6편까지는 각각 다른 인물이 CIA 국장으로 등장한다.), 시리즈 제7편에 처음 등장한 소매치기 좀도둑에 불과한 그레이스(역대 가장 매력 없고 밋밋한 캐릭터의 mission Girl이었다.)가 느닷없이 IMF 요원이 된다든지, 제7편에서 악역이었던 파리가 죽지 않고 살아나 새로운 Mission Girl로 등장하는 등의 설정은 어설프다 못해 눈에 거슬릴 지경이다.(아마도 역대 가장 매력적인 Mission Girl이었던 일사 파우스트의 갑작스럽고 허무한 죽음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조된 설정이었던 듯하다.)


이 시리즈의 대표 흥행 요소인 고난도 액션 장면 역시 식상함을 금치 못하겠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은 <<007 James Bond>> 시리즈의 액션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특수 장비를 활용한 고난도 스턴트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두 시리즈의 액션 장면은 이스라엘 군의 육박전 기술인 '크라브 마가(Krav Maga)'를 기반으로 한 격투 장면이 주를 이루는 <<제이슨 본>> 시리즈의 현실적인 액션과는 달리 과장이 잔뜩 들어간 비현실적인 액션이 많이 등장한다. 본작의 대표 액션 장면은 심해에 가라앉은 러시아 핵잠수함 세바스토폴호에 잠수로 침투한 후 <토끼 발>을 회수해 탈출하는 장면과 영화 후반부에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복엽기 액션 장면이다.(이 복엽기 액션 장면은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이번 회차를 대표하는 액션 장면이다.) 이 두 장면 모두 스턴트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촬영한 주연 배우 톰 크루즈의 나이를 잊은 열정이나 박진감 넘치는 촬영 기법 등은 높이 살만 하나, 현실성이라는 측면에선 과학의 원리를 철저히 무시한 정말 말이 안 되는 엉터리 설정이 등장한다.


01.40551403.1.jpg <심해에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에 잠수로 침투, 탈출하는 장면>


먼저, 수심 수백 미터 해저에 가라앉은 핵잠수함에 잠수로 침투했다 탈출하는 장면은 스쿠버 다이빙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인간이 특수 장비 없이 맨몸에 공기통(air tank)만을 메고 잠수할 수 있는 최저 수심은 대략 70미터 안팎이다.(실제 일반인들이 레저 스포츠로 즐기는 스쿠버 다이빙은 5~10미터 정도의 수심에서 이루어진다.) 그나마 수심 40미터 이하로 잠수하려면 높은 수압을 견디며 활동하기 위해 아르곤(Argon: 질소 혼합가스)을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장시간 물속에 머물면 질소 중독 현상이 일어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잠수 가능 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60분을 넘길 수 없다. 그것도 SSU(Ship Salvage Unit: 해군 해난구조전대) 대원같이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나 가능한 일이지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수심 150미터 이하의 심해로 잠수하기 위해선 우주복처럼 생긴, 높은 수압을 견디기 위해 단단한 금속이나 특수 고분자 화합물로 제작된 갑옷 같은 형태의 대기압 잠수복(ADS: Atmospheric Diving Suit)을 착용해야만 가능하다. 호흡도 공기통으론 어림도 없고 해수면 위에서 대기압 잠수복의 헬멧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특수장비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높은 수압과 저온의 바닷물에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처럼 일반 습식 잠수복(wet suit)을 입고 수심 150미터 아래로 잠수하면 높은 수압 때문에 순식간에 온몸이 오징어포처럼 찌부러져 죽게 된다. 수심 40미터 아래로만 잠수해도 일반인은 수압 때문에 고막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맨몸으로 수심 수백 미터 아래로 잠수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독일의 U-Boat를 비롯한 재래식 잠수함의 최저 잠항 심도가 대략 200미터 정도였다는 걸 감안하면 이게 얼마나 황당무계한 이야기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심해 잠수를 위해 대기압 잠수복을 착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비단 높은 수압 때문만은 아니다. 낮은 수온에 견디기 위함이기도 하다. 비록 따뜻한 열대의 바다라 할지라도 해저는 햇빛이 전혀 투과되지 못하기 때문에 수온이 무척 낮다. 심해의 수온은 평균 5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수온에서 장시간 머물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선 이단이 극지방 베링해의 심해로 잠수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단은 이런 상황에서 잠수함의 좁은 어뢰 발사관으로 탈출하기 위해 그나마 입고 있던 잠수복까지 벗어버리고 말 그대로 맨몸으로 잠수한다. 더구나 공기통 없이 수면으로 탈출하기 위해 감압 조치도 없이 바로 급부상한다.(40미터 이하로 잠수했다가 잠수병 증세 없이 무사히 수면으로 부상하려면 대략 5미터마다 한 번씩 감압 조치를 취하며 최대한 천천히 상승해야만 한다.) 영화에선 얼음물속에서 건져낸 이단을 휴대용 감압장치로 살려내는데, 이게 현실이었다면 이단은 수면에 떠오르기도 전에 질식사했거나(인간이 호흡을 참을 수 있는 한계는 고도로 훈련된 인원도 3~4분 정도에 불과하다.), 아니면 저체온증으로 동사(凍死)했을 것이다. 게다가 잠수복에 장착된 공기부력장치의 도움 없이 수백 미터를 수영만으로 부상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수백 미터 심도에서 무호흡으로 감압 조치 없이 급부상했다가는 체내 압력 상승으로 인해 수면에 오르기도 전에 온몸이 풍선처럼 터져버렸을 것이다. 이런 잠수는 제 아무리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가라 할지라도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아쿠아 맨(Aquaman)'이나 가능한 일이다.


01.40551404.1.jpg <복엽기 액션 장면, 이 장면을 보면 왜 보험회사들이 톰 크루즈에게 생명보험을 들어주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둘째, 본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복엽기 액션 장면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프로펠러로 추진되는 구식 복엽기는 최대 상승고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이단이 매달린 복엽기는 지상의 윤곽이 뚜렷이 보일만큼 저고도로 비행한다. 이 정도 높이에서 자유낙하를 해 복잡한 기기를 결합, 작동시키고 그 와중에 주 낙하산을 끊어버리고 보조 낙하산을 펼쳐 지상에 안착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스카이 다이빙을 할 때 평균 낙하 속도는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다. 이 정도 속도로 수직 낙하하면서 그 많은 일을 해낸다는 것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의 실현가능 여부를 떠나 본작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 과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롭고 기발한 액션 장면을 선보였었다. 제1편의 CIA 본부에 밀폐된 데이터 보관실 침투 장면, 제2편의 모터 사이클 액션 장면, 제4편 <<고스트 프로토콜>>의 부르즈 할리파 등반 장면 등등 영화사에 기리 남을 명장면들을 연출해 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 장면들에서는 과거의 이런 신선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너무 많은 액션 장면을 연출한 탓에 감독이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진 건지, 아니면 각본가의 상상력이 한계에 도달한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제 이 시리즈의 액션 장면은 너무 식상하다. 제7편 <<데드 레코닝>>과 제8편 <<파이널 레코닝>>의 액션 장면들은 대부분 다른 영화, 특히 그중에서도 <<007 James Bond>> 시리즈에 이미 등장했었던 장면들을 차용했거나 표절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본작에서 핵잠수함으로 갈아타기 위해 항모에서 이륙한 V-22 오스프리(Osprey)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가다 연료 부족으로 회항하기 직전 바다에 뛰어들어 잠수함 잠수요원들에게 구조되는 장면은 숀 코너리, 알렉 볼드윈 주연의 <<The Hunt For Red Octobor>>(1990)에서, 심해에 가라앉은 잠수함에 잠수로 침투해 소스 코드가 담긴 메모리 장치를 회수해 탈출하는 장면과 복엽기 액션 장면은 <<007 For Your Eyes Only>>(1982)에서 베낀 것이다. 제7편 <<데드 레코닝>>은 한 술 더 뜬다. 피오르드 절벽에서 모터 사이클을 타고 뛰어내리는 장면은 <<007 Golden Eye>>(1995)의 오프닝 신(opening scene)에서, 로마 시내에서 노란색 구형 미니카를 타고 벌이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007 For Your Eyes Only>>(1982)와 <<007 Tomorrow Never Dies>>(1998)에서, 무너진 다리를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에서 객실칸을 분리해 타고 있는 승객들을 구해내는 장면은 스티븐 시걸 주연의 <<Under Siege 2>>(1995)에서, 낭떠러지에 수직으로 매달린 객실칸에서 아슬아슬하게 기어오르는 장면은 <<The Fast and the Furious 7>>(2015)에서 각각 따온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은 폭주하는 기차 지붕 위에서 이단과 가브리엘이 벌이는 격투 장면이다. 이 장면은 <<007 Skyfall>>(2012)의 오프닝 신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이 두 장면은 전체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디테일까지 판에 박은 듯 똑같다. 격투가 벌어지는 장소가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지붕이라는 점, 달리는 기차가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잠시 격투가 중단되는 장면, 마지막 순간 다리가 폭파되고 달리던 기차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석조 아치다리는 <<007 Skyfall>> 오프닝 신에서 제임스 본드가 악당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머니페니가 쏜 총에 맞고 강으로 추락하는 장면에 나왔던 바로 그 다리다. 이 정도면 카피캣(copycat) 수준을 넘어 아예 표절(plagiarism)이라 해야 할 판이다. 이건 해도 너무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이런 표절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이제 그만 끝내야 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정신줄 놓고 즐기면 되는 오락 영화를 두고 액션 장면이 너무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이네, 식상하네 등의 비판을 하는 것은 살짝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는 흔히 하는 말로 '개연성 있는 허구'다. 그런데 이 개연성이라는 것이 아예 사라져 버리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본작이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솔직히 나는 내심 본작과는 다른 결말을 기대했었다. 나는 영화의 결말부에 이단 헌트와 일사 파우스트가 행복한 결말을 맞길 바랐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임스 본드와 마찬가지로 이단 헌트 역시 사랑하는 여인과 해피 엔딩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이 음습하고 비정한 첩보계에서 암약하는 영웅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본작의 명대사인 이단의 독백, "우리는 어둠 속에서 살다가 죽고, 비록 우리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We live and die in shadows, for those we hold close and those we never meet.)"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1996년에 시작돼 장장 29년 동안 세계인들을 즐겁게 해 줬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본작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한다.(여전히 속편이 나올 소지가 크지만, 전작들과는 달리 본작에서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s)이 다 끝나도록 후속작의 예고편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본작이 시리즈의 최종작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간에 '최후'나 '끝'이라는 단어는 아쉽고 섭섭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영화 상영이 종료된 뒤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Adieu, Mission Impossible! And so long, Ethan Hunt! You've done very well for 29 years.




<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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