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굽는 계란빵 Dec 08. 2023

명함에서 내 이름 석자만 남는다면

쓸데없이 100장이나 찍은 명함은 회사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져 있다. 

오랜만에 바람이나 쐬어줄 겸 한 장을 꺼낸다. 


그리곤 명함에서 글자를 하나씩 지운다. 


회사명

직함

직책

회사주소

대표번호

직통번호

팩스번호

회사 사이트 주소

이메일


다 지우니 남는 건 내 이름 석자와 휴대폰 번호뿐이다. 이 두 개로 나는 어디도 갈 수 없겠지.

생각해 보면 회사를 그만두면 남는 건 내 이름 석자와 연락처뿐이다. 

10년이 넘게 일을 했어도 나를 알릴만한 직업을 갖지 못했기에 남겨진 이름이 참 초라해 보인다. 


다행히 1년 전부터 썼던 글은 내 브런치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이름 석자가 아닌 글굽는 계란빵으로 블로그, 브런치, 스레드, 인스타, 엑스에 글을 올리고 있다. 


요즘 아침루틴은 블로그, 스레드, 엑스 3종세트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블로그는 진중하게, 스레드는 똥꼬 발랄하게 엑스는 사무적으로 올려둔다. 


OCMU 원소스멀티유저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하나의 주제로 길고 짧은 글을 쓰는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는 이름 석자가 아닌 닉네임을 알리고 있다. 닉네임이 유명해지면 내 이름석자에도 수식어가 붙겠지? 작가 OOO, 강사 OOO, 네임드 OOO 


먼 훗날 이름을 날리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나를 알리는 일이 참 재밌다. 아침을 설레게 하고 하루를 기대하게 만든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 항해를 내 이름 석자가 알려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