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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는 하루에 한 개씩만

by leo



오스트리아 빈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의 일입니다. 성벽 바깥에 작은 여인숙 겸 선술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늘날 레오폴드슈타트라고 알려진 지역이었습니다. 여인숙 겸 선술집의 이름은 ‘황금 연못으로’였습니다.


이 여인숙은 프라하나 브루노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인, 마부, 여행객 등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습니다. 여인숙 주인 부부는 장사가 잘 돼 늘 행복했습니다. 그 덕분에 쪼들리지 않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늘 잘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 전쟁이 터졌습니다. 게다가 흑사병이 퍼져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상인들은 물론 빈 여행객 등의 발걸음이 뚝 끊기고 말았습니다. 여인숙을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줄더니 급기야 주인 부부는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부인은 성당에 가서 기도라도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성 슈테판 대성당에 가서 성모 마리아 석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발 도와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를 성모 마리아가 듣고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응답했습니다.


“길 잃은 어린 양아! 걱정하지 말거라. 집에 돌아가거든 우물에서 말에게 먹일 물을 긷도록 해라. 매일 바구니 바닥에 황금동전 하나가 함께 나올 것이니라. 그 돈으로 여인숙을 꾸리고 부부가 먹고 살도록 해라. 단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절대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하루에 한 바가지 이상 물을 퍼내면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해라.”


마음이 편해진 아내는 성모 마리아에게 거듭 머리를 조아려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마침 남편이 말에게 먹일 물을 길러 가려고 할 때였습니다. 부부는 함께 바가지를 들고 우물로 갔습니다. 부부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렸습니다. 바가지에 물이 가득 담겨 올라왔습니다. 아내는 바가지 바닥을 보았습니다. 정말 금화 한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여보! 금화예요. 진짜 금화라니까요. 이제 굶어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성모 마리아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부터 부부의 고난은 끝이 났습니다. 그들은 차근차근 빚을 갚았습니다. 그리고 여인숙을 하나씩 둘씩 수리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술술 잘 풀려나가자 남편의 마음 틈새로 ‘욕심’이라는 놈이 파고 들어왔습니다. 남편은 하루에 금화 한 개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바가지에 금화 한 개라면 열 바가지를 퍼 올리면 금화 열 개잖아! 무엇 때문에 하루에 한 바가지씩만 퍼 올리나? 열 바가지씩이면 여인숙을 안 해도 금세 부자가 될 텐데….’


남편은 밤에 아내 몰래 우물로 갔습니다. 천천히 바가지를 우물에 넣어 물을 퍼 올렸습니다. 다시 끌어올린 바가지에 든 물을 땅바닥에 버린 뒤 금화가 어디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금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바가지를 우물에 내려 물을 펐습니다. 이번에도 금화는 없었습니다. 그제야 남편은 성모 마리아의 말씀을 되새겼습니다. 하루에 금화는 한 개씩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미 일은 벌어진 이후였습니다.


부부는 다음날 바가지로 물을 펐습니다. 금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솔직히 고백한다고 해서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 그 우물에서는 더 이상 금화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성모 마리아 덕분에 빚을 다 갚고 여인숙을 고쳐서 손님들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됐잖아요. 내일 저랑 성 슈테판 대성당에 그동안 감사했다고 기도를 드리러 가도록 해요.”


레오폴드슈타트는 빈 운하로 둘러싸인 지역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유대인이 밀집해 살던 지역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마제신셀이라고 불렸습니다. 마제는 유대인들의 전통 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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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슈타트는 ‘비엔나 프라터’라고 불리는 놀이공원으로 유명합니다. 영화 ‘비포어 선 라이즈’에서 남녀 주인공이 빈 시내를 돌 때 대회전차를 타던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영화에 나온 명소를 따라 다니면 빈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레오폴드슈타트 중심 지역은 프라터슈테른 역입니다. 과거에는 한적한 시골역 같았는데 지금은 제법 큰 역이 됐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서 저녁에서는 솔직히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프라터슈테른 역에서 프라터슈트라세 거리를 따라 가다 보면 ‘요한 슈트라우스 생가 박물관’이 나옵니다. 들어가 보지는 않아서 내부가 어떻게 돼 있는지는 모릅니다.


프라터슈테른 역에서 하이네슈타라세를 따라 가면 유명한 빈 도자기를 생산하는 아우가르텐 박물관이 나옵니다. 빈 여행객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지만 예쁜 도자기를 구경하고 살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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