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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왕정의 몰락(1)

루크레티아의 자살

by leo



타르퀴니우스는 아르데아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 도시가 로마의 도망자를 받아들여 다시 로마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게 공격 이유였다. 사실은 아르데아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게 목표였다.


아르데아는 용감하게 맞섰다. 그래서 포위 공격은 매우 길어졌다. 전쟁에 참가한 로마인은 긴 전쟁에 지치고 말았다. 로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전쟁세 때문에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 계기가 생기면 반란이라도 일어날 상황이었다.


타르퀴니우스의 장남 섹스투스는 아버지의 지시로 군사 임무를 수행하려고 콜라티아에 가 있었다. 그는 콜라티누스라는 별명을 가진 친척 루키우스 타르뤼니우스의 집에 머물렀다.


역사학자 파비우스는 콜라티누스를 에게리우스의 아들이라고 본다. 에게리우스는 로마의 제5대왕 타르퀴니우스 프리스쿠스의 사촌이었다. 그는 콜라티아 총독으로 임명돼 그곳에서 살았다. 콜라티아에 산다고 해서 콜라티누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에게리우스의 별명은 아들 루키우스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루키우스는 에기루스의 손자다. 파비우스와 다른 역사학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타르퀴니우스의 아들과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때 콜라티누스는 전쟁터에 나가 있었다. 그의 아내 루크레티아는 로마 여인이었는데 저명한 귀족인 루크레티우스의 딸이었다. 미모와 미덕이라는 측면에서 로마에서 가장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친척인 섹스투스를 아주 친절하게 대접했다.


섹스투스는 루크레티아를 유혹하기로 했다. 그는 이미 이전에 콜라티누스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욕심을 품고 있었다. 콜라티누스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간 그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모두 잠들었을 무렵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루크레티아가 누워있는 방으로 갔다. 문 앞을 지키며 잠든 노예에게 들키지 않고 칼을 들고 방에 몰래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는 루크레티아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섰다. 루크레티아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깼다.


“누구신가요?”


“나는 섹스투스요. 조용히 하시오. 만약 소리를 지르거나 달아나려고 하면 목을 베어버릴 것이오.”


섹스투스는 칼로 루크레티아를 위협한 뒤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무엇이든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불명예스럽게 죽을 것인지, 행복하게 살 것인지.


“만약 당신이 나를 즐겁게 해주는 데 동의한다면 당신을 내 아내로 삼겠소. 아버지가 주신 도시로 당신을 데리고 가겠소. 아버지가 로마, 라틴과 에트루리아의 여러 도시는 물론 모든 나라를 남겨놓고 돌아가시면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물려받을 거요. 장남이니 그것이 정당한 순서지. 당신도 왕 자리에 오를 경우 갖게 되는 많은 이득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요. 나는 그걸 당신과 함께 즐길 것이오. 굳이 그걸 상세히 알려주지 않아도 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미덕을 지킨다면서 저항한다면 당신을 죽여 버리겠소. 당신 집의 남자 노예 중 한 명도 죽여 두 사람을 침대에 나란히 눕혀두겠소. 그런 다음 이렇게 떠들고 다닐 거요. 당신이 노예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하고 친척의 불명예를 복수하기 위해 두 사람을 처벌했다고. 당신은 죽음에 불명예까지 안게 되겠지. 묻힐 땅도 얻지 못할 것이고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게 될 거요.”


섹스투스는 거듭해서 협박하고 애원했다. 루크레티아는 죽음 뒤에 당할 불명예를 두려워한 나머지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섹스투스는 사악한 욕정을 채운 뒤 아버지가 있는 진지로 돌아갔다.


루크레티아는 부끄러움에 사로잡혀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옷소매에 단검을 숨긴 뒤 마차에 올라타 로마로 달려갔다. 아버지 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인사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귀가에 놀란 가족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상심한 채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마침 집에는 아버지는 물론 친척들도 모여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 발에 몸을 던지고 무릎을 감싸 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잠시 후 일어난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는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만행을 당한 청원인으로 여기 온 것이에요. 복수를 해달라고 간청 드려요. 딸이 겪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간과하지 말아주세요.”


루크레티우스와 친척은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상세히 설명해 보거라.”


“아버지는 곧 저의 모든 비극을 듣게 되실 거예요. 그전에 먼저 약속부터 해주세요. 가능하면 많은 친구와 친척을 모아주세요. 그들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인 저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어떻게 저의 복수를 해주실지 그 사람들과 의논해주세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아버지.”


루크레티우스가 서둘러 사람들을 부른 덕분에 로마에서 매우 저명한 귀족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그제야 루크레티아는 콜라티아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아버지를 껴안은 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반드시 제 복수를 해 주세요. 신이시여! 제가 큰 고통 없이 세상으로부터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루크레티아는 아버지 품에서 벗어나더니 소매에서 단검을 꺼내 가슴 깊숙이 찔렀다. 단검은 그녀의 심장을 관통했다. 방에 있던 다른 여인들은 가슴을 치면서 통곡했다. 루크레티우스는 식어가는 딸을 안고는 이름을 거듭 불렀다. 루크레티아는 숨을 몇 번 헐떡이더니 눈을 감고 말았다. 이 끔찍한 장면은 방에 있던 로마의 저명한 귀족들을 공포와 연민으로 몰아넣었다. 모두 입을 모아 소리를 질렀다.


“독재자가 저지른 만행을 참고 견디느니 차라리 천 번이라도 죽는 게 낫소.”


이들 중에 푸블리우스 발레리우스라는 사내가 있었다. 타티우스와 함께 로마에 온 사비니 족의 후손이었다. 사려 깊게 생각하면서도 행동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루크레티아의 남편 콜라티누스에게 아내의 불행을 알리려고 로마군이 머물고 있던 진지로 달려갔다. 독재자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발레리우스는 성문을 나서려다 마침 진지에서 로마로 돌아오고 있던 콜라티누스를 만났다. 그는 콜라티누스에게 아내의 불행을 알렸다.


콜라티누스는 루키우스 유니우스라는 사내와 함께 있었다. 그의 별명은 브루투스였다. 라틴어로 ‘멍청이’, ‘바보’라는 뜻이다. 로마인은 브루투스를 독재자 추방에 앞장선 최고의 인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기 전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유로 그런 별명을 얻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브루투스의 아버지는 마르쿠스 유니우스였다. 그는 아이네아스를 따라 바다를 건너온 트로이 식민지단의 후손이었다. 마르쿠스는 로마인 중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타르퀴니우스 프리스쿠스의 딸인 타르퀴니아였다. 브루투스는 최고의 양육과 교육을 받았다.


타르퀴니우스는 툴리우스를 살해한 뒤 유니우스의 아버지도 다른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몰래 죽였다. 그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문의 유산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르퀴니우스는 그의 재산을 무척 탐냈다. 타르퀴니우스는 마르쿠스의 큰아들이자 브루투스의 형도 살해했다. 그가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지 않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고귀한 정신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비극 때문에 당시 어렸던 브루투스는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는 신중하게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멍청이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브루투스라는 별명을 얻을 때까지 마치 바보처럼 꾸몄다.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던 시기에 독재자에게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타르퀴니우스는 브루투스를 멍청하다며 경멸했다. 그에게서 모든 유산을 빼앗고 하루하루 먹고 살 정도만 남겨 주었다. 그를 보호자가 필요한 고아처럼 직접 보살피기로 했다. 그에게 자신의 다른 아들과 함께 살게 했다. 친척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멍청한 말을 내뱉게 하고 바보처럼 행동하게 함으로써 놀림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로마에 역병이 돌자 타르퀴니우스는 신탁을 받기 위해 그리스 델피에 아들 아룬스와 티투스를 보냈다. 당시 흔하지 않던 질병이 퍼져 많은 여인과 아이들이 죽었다. 사태가 너무 심각해서 여인들과 아이들을 살릴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타르퀴니우스는 신에게서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듣기를 바랐다. 그는 두 아들과 함께 브루투스도 보냈다. 두 아들이 원해서였다. 힘든 먼 길을 가는 도중 브루투스를 놀리고 학대해서 지겨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세 사람은 델피에 도착해 질병과 관련한 답을 받으려고 신에게 공물을 바쳤다. 아룬스와 티투는 브루투스가 나무 작대기를 아폴로 신에게 바치는 걸 보고 비웃었다. 사실 브루투스는 나무의 속을 비운 뒤 그 안에 황금을 넣어두었다. 세 사람은 공물을 바친 뒤 이렇게 물었다.


“누가 로마의 주권을 물려받게 되겠습니까?”


신은 이런 답을 보냈다.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입을 맞추는 자이다.”


아룬스와 티투스는 신탁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동시에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자고 합의했다. 그렇게 해서 왕 자리를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반면 브루투스는 신의 뜻을 정확히 이해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도착하자마자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다. 그는 땅을 모든 인간의 어머니라고 본 것이었다. 이상이 브투루스의 인생에서 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브루투스는 발레리우스에게서 루크레티아에게 벌어진 폭력적인 죽음에 대해 들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유피테르 신이시여! 그리고 인간의 삶을 관장하는 모든 신이시여! 제가 바보처럼 살면서 기다리던 때가 온 것입니까? 로마인은 저를 통해 참을 수 없는 독재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게 운명인 것입니까?


브루투스는 콜라티누스, 발레리우스와 함께 루크레티우스의 집으로 서둘러 갔다. 루크레티우스가 방 한가운데에서 딸 루크레티아를 안고 울고 있었다. 콜라티누스는 아내의 시신에 몸을 던져 입을 맞추고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갑자기 발생한 비극 때문에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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