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브루투스의 변신
콜라티누스와 루크레티누스가 한탄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이 집은 통곡과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됐다. 브루투스는 이 모습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루크레티우스, 콜라티누스, 당신들은 이 여인의 아버지이자 남편입니다. 앞으로 그녀에게 닥친 운명을 슬퍼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지금은 어떻게 복수를 할지 생각할 때입니다.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브루투스의 조언은 매우 적절한 것 같았다. 그는 노예들과 다른 시종들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귀족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제가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멍청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꾸미고 행동해왔을 뿐입니다. 저들이 이를 믿음으로써 저를 죽이지 못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타르퀴니우스와 그의 아들을 쫓아내려면 우리는 한마음으로 뭉쳐야 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말이나 약속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브루투스는 루크레티아가 자살할 때 사용한 단검을 들었다. 그리고 루크레티아의 시신 앞에서 마르스 신은 물론 모든 신에게 맹세했다.
“타르퀴니우스의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그들과 화해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과 화해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과 화해하려는 사람은 적으로 생각해서 죽을 때까지 수그러들지 않는 증오심을 갖고 쫓아다니겠습니다. 만약 맹세를 어기면 저와 후손은 루크레티아와 똑같은 운명을 맞을 것입니다.”
브루투스는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맹세를 하라고 재촉했다.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일어서 서로 단검을 돌려가며 맹세했다. 그리고 브루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브루투스는 이렇게 조언했다.
“먼저 사람을 보내 성문을 단속해야 합니다. 모든 게 다 준비될 때까지 타르퀴니우스가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게 해야 합니다.
피 묻은 모습 그대로 루크레티아를 들고 포로 로마노로 갑시다. 사람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민회를 소집합시다. 사람들이 모여 포로 로마노를 가득 채우면 루크레티우스와 콜라티누스는 앞으로 나서 상세한 과정을 설명한 뒤에 통곡하십시오.
그런 다음 우리 모두가 나서 독재자를 비난하고 시민들에게 자유를 회복하자고 외치는 겁니다. 귀족이 자유를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은 모든 로마인이 열렬히 원하는 바입니다. 그들은 독재자의 손에 끔찍한 피해를 많이 당했고 적지 않은 희망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왕정 폐지를 원하는 걸 확인하면 투표를 실시하는 겁니다. ‘타르퀴니우스는 더 이상 로마를 다스릴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서둘러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들에게 이런 내용의 포고령을 알려야 합니다.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병사들은 로마가 독재자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유를 갈망하게 될 겁니다. 더 이상 뇌물에 얽매이거나 독재자 아들의 무례한 태도를 참지 않게 될 겁니다.”
브루투스가 말을 마치자 발레리우스가 연설을 이어갔다.
“모든 면에서 당신의 주장이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법에 따라 누가 민회를 소집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 누가 쿠리아에게 투표를 제안해야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이것은 행정관의 권한인데, 우리 중 누구도 행정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브루투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로 저입니다. 저는 켈레레스 대장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민회를 소집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독재자는 저에게 이 중요한 행정관 자리를 맡겼습니다. 제가 바보라서 이 자리에 붙은 권한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독재자에게 반대하는 첫 연설을 직접 할 것입니다.”
브루투스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모든 이야기가 명예롭고 합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나머지 계획은 어떠한지 물었다. 브루투스는 말을 이어갔다.
“이제 왕정을 폐지한 뒤 어떤 행정관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독재자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에 어떤 정부 형태를 도입할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모든 걸 결정해두는 게 아무 것도 확정하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사람이 많은 견해를 제시했다.
“우리는 이전의 여러 왕에게서 여러 가지 혜택을 얻었습니다. 그러니 다시 왕정을 도입합시다.”
“더 이상 국가를 한 명의 통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여러 왕,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타르퀴니우스가 국민에게 저질렀던 많은 독재적 해악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스의 사례처럼 원로원을 모든 문제를 다루는 최고의 기관으로 만듭시다.”
“아테네처럼 민주주의를 도입합시다. 소수의 오만, 탐욕은 물론 상위계급에 대한 하위계급의 반란을 생각하십시오.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모든 시민의 평등이 가장 안전한 정부 형태입니다.”
선택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각 정부 형태에 내재한 문제점 때문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브루투스는 마지막 연사로 다시 나섰다.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루크레티우스, 콜라티누스, 그리고 여기 계신 모든 귀족 여러분. 우리는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새로운 정부 형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헌법을 개정하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최고의 자문관이 일을 처리해 나가더라도 헌법을 고치려는 시도는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가 독재자를 몰아낸 뒤에 가장 자유로울 때 여유로운 시점을 골라 충분히 고려해서 나중에 더 나은 정부 형태를 골라도 됩니다. 만약 로물루스, 누마 폼필리우스, 그리고 다른 왕들이 만들어 물려준 덕분에 로마가 위대해지고 번성해서 다른 나라들을 다스릴 수 있게 한 헌법보다 더 나은 헌법이 있다면 말입니다.
왕정에는 일반적으로 해악이 수반되고 그 때문에 잔인한 독재정으로 전락해서 모든 사람의 저주를 삽니다. 저는 이를 고치는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 해악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사람은 물건의 이름을 보고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해로운 걸 받아들이고, 거꾸로 이로운 걸 꺼려하는 일이 생깁니다. 군주정이 그 중 하나입니다. 저는 정부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을 더 이상 왕이나 군주로 부르지 말자는 겁니다. 좀 더 온건하고 인간적인 이름을 주는 겁니다.
한 사람의 판단이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지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두 사람에게 왕권을 나누어주는 겁니다. 저는 스파르타에서 여러 세대 동안 그렇게 해 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 형태 덕분에 그들은 그리스에서 가장 잘 통치되고 가장 번성한 나라가 됐습니다.
권력이 두 사람에게 나눠져 있으면 두 통치자는 덜 거만해집니다. 게다가 권력과 명예를 균등하게 나누면 상호 존중, 상호 권한, 미덕으로 명성을 얻으려는 경쟁심리가 생기게 될 겁니다.
왕에게 주어지는 상징물은 정말 많습니다. 이런 것 중 어느 하나라도 대중의 눈에 통탄스럽고 부당하게 느껴진다면 수정하거나 없애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홀, 왕관, 금으로 수놓은 자주색 옷 등입니다. 통치자가 신을 모시려고 옷을 입어야 하는 축제나 개선식 때는 예외로 해야 합니다. 왕의 상징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더라고 기분나빠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두 통치자가 판단을 내릴 때 앉는 상아 의자는 남겨야 합니다. 또 자주색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하얀 옷도 입게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공공행사에 나갈 때 도끼 열두 개도 앞세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행정관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하려는 뜻에서 한 가지 더 제안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이 행정관 직을 평생 유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행정관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안 진다는 것은 모두에게 통탄할 일이며 독재를 낳게 될 뿐입니다. 행정관의 임기는 아테네처럼 1년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똑같은 사람이 통치하고 거꾸로 통치 받고 마음이 부패해지기 전에 권력을 내려놓는 원칙은 거만한 성향을 억제하게 됩니다. 또 사람이 권력에 취할 수 없게 만듭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제도를 만든다면 우리는 왕정에서 나오는 이익을 즐기면서 동시에 왕정에 수반되는 해악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조상이 신의 재가를 받는 우호적 조점을 통해 로마에 도입한 왕의 권한을 가진 이름을 보존하려면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는 렉스 사크로눔을 임명하면 됩니다. 렉스 사크로눔은 평생 군역과 다른 모든 의무를 면제받는 자리입니다. 그는 희생제례 감독이라는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합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제가 말씀드린 모든 대책을 시행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민회를 소집할 겁니다. 그 권한은 법에 따라 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런 제안을 내놓을 겁니다.
‘타르퀴니우스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추방한다. 그들과 후손은 영원히 로마는 물론 로마 영토에 들어오지 못한다.’
시민들이 이 제안을 투표로 통과시키면 우리가 세우려는 새로운 정부 형태를 설명하겠습니다. 이어 행정부를 책임질 행정관을 임명할 인테르렉스를 고르겠습니다. 그런 다음 저는 켈레레스 대장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제가 임명한 인테르렉스가 다시 백인대 민회를 소집하면 됩니다. 그리고 연례 행정관 자리를 맡을 행정관 두 명을 고르는 겁니다. 인테르렉스가 지명한 두 명에 대해 시민들이 투표로 찬반을 표시합니다. 과반수가 인테르렉스의 선택을 재가하고 조점이 우호적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그들이 도끼와 다른 왕권의 상징물을 들게 합니다.
로마는 다시 자유를 되찾고 타르퀴니우스는 절대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시민들에게 확신시켜 주는 겁니다. 우리가 철저히 경계하지 않는다면 타르퀴니우스 일파는 설득, 폭력, 협박이나 다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시 권력을 잡으려고 할 겁니다.
이상은 제가 여러분에게 현재 상황에서 드리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조치들입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지금 당장 정밀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행정관 자리를 담당할 사람에게 맡겨둬야 합니다. 과거에 왕들이 그랬듯이 행정관들은 항상 모든 일을 원로원과 협의해야 합니다. 원로원의 조언 없이 어떤 일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은 또 과거의 관습대로 원로원의 법안을 시민 앞에 제출해야 합니다. 종전에 원로원이 갖고 있던 특혜 중 어느 것도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하면 행정관 자리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뛰어난 공직이 될 겁니다.”
루크레티우스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유니우스 브루투스의 제안에 모두 찬성했다. 그들은 곧바로 누가 행정관 직을 맡아야할지 논의한 끝에 자살한 여인의 아버지 스푸리우스 루크레티우스를 인테르렉스로 임명하기로 했다.
또 여인의 남편 콜라티누스와 브루투스를 행정관으로 지명하기로 뜯을 모았다. 이들은 행정관을 라틴어로 ‘콘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스어로는 ‘상담하는 사람’을 뜻하는 심보울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