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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왕정의 몰락(3)

독재자를 쫓아내다

by leo


사람들은 모든 문제에 결론을 내린 뒤 신에게 기도했다. 신성하고 정당한 목표를 이루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바로 포로 로마노로 갔다. 노예들이 뒤를 따라갔다. 이들은 루크레티아를 검은 옷감으로 덮은 관을 들고 갔다. 그녀의 몸은 피로 범벅돼 있었고 장례를 치를 준비는 돼 있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원로원 건물 앞의 높은 곳에 관을 놓도록 해라.”


브루투스는 노예들에게 이렇게 지시한 뒤 로마 곳곳을 돌아다니며 민회 소집을 알리라고 지시했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포로 로마노 주변에 있던 사람뿐만 아니라 로마 곳곳에서 사람이 모여들었다.


브루투스는 연단에 올랐다. 민회를 소집한 사람이 이곳에 올라 연설하는 게 관례였다. 그는 귀족들에게 옆에 서라고 했다.


“시민 여러분! 모두의 이해가 걸린 긴급한 문제를 알리려고 합니다. 먼저 저에 대해 밝히겠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분 중 대다수는 저를 정신적으로 모자라거나 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정한 사내가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나서다니!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사내가!


여러분이 저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꾸민 것입니다. 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천성이 아니었습니다. 타르퀴니우스에게 그렇게 보임으로써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타르퀴니우스는 왕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저의 아버지를 살해했습니다. 상당한 규모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꿈꿨던 큰형도 비밀리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바보처럼 굴지 않았다면 가까운 친척이라고는 거의 없는 저를 살려두지 않을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렇게 꾸밈으로써 저는 독재자의 신뢰를 얻었고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늘 기도하면서 기다렸던 그 순간이 왔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22년 동안 써왔던 가면을 벗기로 했습니다.


저는 공익에 관한 일 때문에 여러분을 소집했습니다. 바로 이런 내용입니다. 타르퀴니우스는 관습이나 법에 따라 왕 자리에 오른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른 명예롭고 왕다운 방법을 동원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는 무례와 불법이라는 측면에서는 세상의 모든 독재자를 능가했습니다.


우리 귀족은 회의를 열고 그를 왕 자리에서 쫓아내기로 했습니다.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지금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기에 그를 쫓아내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결정을 알리고, 조국의 자유를 찾기 위해 여러분의 지원을 부탁하려고 민회를 열었습니다.


타르퀴니우스가 왕 자리를 차지한 이후 우리는 자유를 누릴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의 나약함을 계속 보인다면 앞으로도 누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그리고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 독재자가 저지른 모든 불법 행위를 다 열거할 것입니다. 그 행위만으로도 그는 우리 손에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 죽어 마땅합니다.


상황이 허락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또 이 짧은 시간에 해야 할 말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또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그의 행동 중에서 가장 극악하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사례 몇 가지만 들겠습니다.


타르퀴니우스는 왕이 되기 전에 동생 아룬스를 독살했습니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동생의 아내이자 자기 아내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저질렀습니다. 또 같은 날 여러 아이의 어머니였고 미덕이 넘치는 여인이었던 아내마저 독살했습니다. 그는 두 독살을 부인했습니다.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상복을 입고 슬퍼하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타르퀴니우스는 끔찍한 범죄가 채 잊혀지지 않았을 때, 비참하게 죽은 두 사람의 몸에 얹은 장례식 장작의 불이 꺼지기도 전에 친구들을 모아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축하하고는 남편을 죽인 여인을 신부로 삼아 언니가 눕던 침대로 끌어들였습니다. 이어 그녀와 맺었던 구역질나는 계약을 완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불경스럽고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로마에 끌어들인 최초이자 유일한 인물이 됐습니다.


평민이여! 이미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장인에게 저지른 범죄는 또 얼마나 불명예스럽고 끔찍했습니까?


세르비우스 툴리우스! 여러분의 왕 중에서 가장 훌륭했고 가장 많은 은혜를 베푼 사람이었던 그는 공개적으로 살해당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시신은 전통에 따라 장례식을 치르거나 매장하는 것조차 거부당했습니다.


툴리우스의 아내 타르퀴니아는 타르퀴니우스의 고모였고, 늘 그에게 친절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를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조차 불행한 여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못하게 했고, 전통적인 희생제례도 치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타르퀴니우스는 그를 보호하고 돌봐준 사람들을 이렇게 취급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렸다면 그들이 죽은 뒤에 왕 자리를 물려받았을 텐데 말입니다.


타르퀴니우스가 친척은 물론 결혼으로 이어진 친족에게 저지른 범죄 외에도 그를 비난할 수 있는 많은 불법 행위를 알고 있습니다. 조국과 우리 모두에게 저지른 범죄 말입니다. 만약 이런 행동이 단순히 불법적인 행동에 그친다면, 우리의 법과 관습으로 이룬 모든 것을 뒤집고 멸종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왜 굳이 그런 걸 비난하겠습니까?


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왕 자리부터 봅시다. 그가 이것을 어떻게 얻었습니까? 그는 이전 왕들의 선례를 따랐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왕들은 여러분에 의해 왕 자리에 올랐습니다. 먼저 관습과 법을, 이어 공공 업무를 심의할 권리를 가진 원로원 결의를 따랐습니다.


다음에는 원로원은 왕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 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고르게 하는 인테르렉스를 임명하고 코미티움에서 민중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법은 ‘모든 중요한 문제는 투표로 재가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점관이 희생제물을 바치고 신의 뜻을 살폈습니다. 이것이 없으면 인간의 근면성과 예언은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타르퀴니우스가 왕 자리를 찬탈할 때 이런 절차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지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원로원의 사전 결의가 있었나요? 인테르렉스가 선택했나요? 여러분의 투표는? 우호적인 조점을 봤나요?


타르퀴니우스는 어떻게 해서 왕이 됐습니까? 무력으로, 폭력으로 그리고 사악한 자들의 공모로! 여러분을 무시하고 모욕하면서 독재자의 관습에 따라 왕이 됐습니다. 그는 왕 자리를 얻은 뒤 선대 왕들을 모방해 훌륭한 왕이 되려는 열정을 갖고 일했습니까? 역대 왕들은 말과 행동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것보다 더 크고 더 융성한 업적을 로마에 남기지 않았습니까?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나라를 비참하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귀족이 겪은 재앙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적이라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재앙입니다. 우리는 이제 일부만 남았습니다. 아주 고귀한 상황에서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습니다. 소중한 재산을 다 빼앗기고 가난과 빈곤 상태로 추락했습니다. 여러 뛰어난 사람 중에서 특히 지도자가 될 정도로 훌륭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로마는 융성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사형당하고 일부는 추방당했습니다.


평민이여! 여러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타르퀴니우스가 법을 빼앗아 가지 않았나요? 종교 의례와 희생 제례를 거행하기 위한 모임을 금지시키지 않았나요? 투표로 행정관을 뽑는 관행을 없애지 않았나요? 공공 업무를 논의하던 민회를 중단시키지 않았나요?


타르퀴니우스는 마치 돈을 주고 산 노예처럼 여러분에게 돌을 캐고 나무를 자르고 짐을 나르고 깊은 웅덩이나 동굴에서 힘을 쓰게 하는 부끄러운 노역을 강제로 시키지 않았습니까? 최소한의 쉴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비극은 언제 끝날 것 같습니까? 우리는 언제 조상이 누렸던 자유를 되찾을 수 있겠습니까? 타르퀴니우스는 언제 죽을까요? 로마는 과연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겠습니까? 더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로마에는 하나에서 가지를 친 세 명의 타르퀴니우스가 있습니다. 잔인함만 놓고 보면 아버지 못지않습니다. 평범하던 사람이 독재자가 돼서 나중에 사악해지기 시작한다면, 모든 독재적 행동에서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요?


타르퀴니우스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에게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간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자유시민에게 어울리는 겸손한 행동에 대해 들어보거나 본 적도 없는 그런 사람에게서 말입니다. 그들의 저주받은 천성을 짐작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이 여러분을 어떤 식으로 파멸시킬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그들의 장남 섹스투스가 저지른 만행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티첼리-루크레티아 이야기.jpg 루크레티아 이야기 by 보티첼리


이 여인은 독재자가 전쟁에 나가면서 로마 총독으로 임명한 스푸리우스 루크레티우스의 딸입니다. 독재자를 위해 많은 고난을 겪은 친척인 타르퀴니우스 콜라티누스의 아내입니다. 이 여인은 미덕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남편을 사랑했기에 좋은 아내가 되려고 했습니다.


지난밤 콜라티누스가 전쟁하러 나가고 없는 사이 섹스투스가 그녀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독재자의 만행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자유시민인 여인이 겪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무례에 굴복해야 했습니다.


여인은 만행을 도무지 참을 수 없어 아버지와 다른 친척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놓고 복수해달라고 간청한 뒤 아버지 눈앞에서 옷소매에 숨겼던 단검을 꺼내 몸을 던져 옷을 피로 물들였습니다.


아! 얼마나 우러러볼 만한 여인인가! 그 고귀한 결단력에 아무리 칭찬을 쏟아 부어도 모자랄 정도라네! 당신은 이미 죽었군요. 독재자의 무례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포기해버렸군요. 다시는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루크레티아! 당신은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위대한 남성의 결단력을 보여주었소. 남성으로 태어난 우리가 여성보다 용기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인가요? 당신은 어쩔 수 없이 한밤중에 독재자에게 굴복하는 바람에 오점 없던 순결을 빼앗겨버렸지요. 당신에게는 당연히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달콤하고 축복스러운 일이었을 테지요.


평민이여! 지독히 비참한 지경에 빠져 허덕이는 우리에게 삶이란 견디기 힘든 것입니다. 권력과 명예를 위해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에게 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후손인 우리에게 말입니다.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자유를 가진 삶이냐,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이냐!


우리가 기도하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타르퀴니우스는 도시를 떠났습니다. 귀족은 이 모험의 지도자로 나섰습니다. 우리가 열망으로 일에 뛰어든다면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 돈, 무기, 장군, 그리고 각종 무기 장비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로마는 이 모든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볼스키와 사비니는 물론 수많은 다른 부족을 통치하고 싶어 하던 우리가, 다른 사람의 노예로 전락해서 타르퀴니우스의 야심을 충족시켜줄 많은 전쟁을 치르고서도 자유를 얻지 못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우리가 행동에 나서면 어떤 자원, 어떤 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더 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에게, 신을 모시는 의식과 신전과 제단에, 우리의 희망을 바쳐야 합니다. 타르퀴니우스가 피 묻은 손으로 더럽히고 로마인에게 저지른 모든 종류의 범죄로 훼손시킨 바로 그곳 말입니다.


이어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수에서 열세도 아니고 전쟁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장점 외에 동맹국의 병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청하지 않으면 우리 일에 뛰어들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용감하게 행동하고 나선다면 기꺼이 전쟁에서 우리를 도울 것입니다. 독재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끔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르퀴니우스와 함께 전쟁에 나선 병사들이 그를 도와 우리를 공격할 거라고 두려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근거가 없습니다. 독재자는 그들에게도 가혹합니다. 자유를 위한 열망은 자연에 의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심어져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행을 떠안아야 하는 사람에게도 변화를 이루기 위한 모든 이유는 충분합니다.


여러분이 투표를 통해 그들에게 조국을 도우러 달려오라고 지시한다면, 두려움이나 호의 그리고 그들에게 부당한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다른 어떤 이유도 그들로 하여금 독재자를 돕게 붙잡아두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사악한 이유로, 아니면 나쁜 교육 때문에 병사들 사이에 독재자를 추종하는 마음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면, 그 수는 많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들의 마음에 새겨질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서 그들이 선량한 시민이 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도시에 인질로 그들의 부모, 아내,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에게 가족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습니까? 만약 병사들이 독재자를 버린다면 이들의 목숨을 보장한다고 약속함으로써, 그들이 저지른 모든 잘못을 사면한다고 투표로 결정함으로써, 우리는 쉽게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평민이여! 확신을 갖고 미래의 희망을 갖고 투쟁에 나섭시다. 여러분이 나서려고 하는 이 전쟁은 지금까지 참전한 어떤 전쟁보다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이 땅의 수호자인 조상의 신이여! 우리 조상을 돌봐준 정령이여! 모든 도시의 신 중에서 가장 소중한 로마, 우리가 태어나고 양육을 받았던 도시여! 우리는 말과 손과 목숨으로 당신들을 지킬 것입니다. 하늘과 운명이 내려주는 어떤 고통도 참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우리의 영광스러운 행동은 성공으로 끝날 것이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여기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여! 저와 똑같은 확신과 똑같은 감정으로 뭉쳐 우리를 지키고, 스스로의 힘으로 보호를 받읍시다.”


브루투스가 연설을 하는 동안 시민들은 끝임 없는 찬사로 그의 제안에 동의와 격려의 뜻을 나타냈다. 참석자 대부분은 그의 훌륭하고 예기치 않은 말을 들으면서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다양한 감정이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고통은 기쁨과 뒤섞였다. 고통은 과거의 끔찍한 경험에서 생겨난 것이고, 기쁨은 앞으로 예상되는 축복에서 기대하는 것이었다.


분노와 공포가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다. 분노는 시민들에게 증오의 대상을 없애기 위해 안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용기를 불러 일으켰고, 공포는 독재자를 쫓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을 일으켰다. 그래서 모험을 주저하게 만드는 감정도 생기게 했다. 하지만 브루투스가 연설을 끝내자 모든 참석자는 이구동성으로 함성을 질렀다.


“당장 무장합시다.”


브루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먼저 원로원의 결의안을 듣고 이를 확정해야 합니다. 원로원은 이렇게 결의했습니다. 타르퀴니우스 가문과 모든 후손은 로마 시내와 모든 로마 영토에서 추방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복권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 이런 결정에 반대되는 일을 하다가 발각될 경우 사형에 처한다.


여러분이 이 결의안을 기꺼이 받아들이신다면 여러분을 쿠리아별로 나눠 투표를 실시하십시오, 이 권리의 행사는 여러분의 자유가 시작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브루투스의 말대로 투표가 실시됐다. 모든 쿠리아는 독재자의 추방에 찬성표를 던졌다. 브루투스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제 첫 단계가 확정됐습니다. 이제 정부 형태와 관련해서 원로원이 결정한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우리 결정은 이렇습니다. ‘왕을 다시는 세우지 않는다. 대신 왕의 권한을 행사할 행정관 두 명을 매년 선출한다. 행정관은 시민들이 백인대별로 투표를 실시해 선출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투표를 실시해 주십시오.”


시민들은 이 결의안도 재가했다. 단 한 표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후 브루투스는 스푸리우스 루크레티우스를 행정관 선거를 담당할 인테르렉스로 임명했다. 루크레티우스는 민회를 해산한 뒤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든 시민은 당장 집으로 돌아가 무장을 한 뒤 마르스 광장에 모이십시오. 관례대로 이곳에서 행정관 선거를 실시하겠습니다.”


시민들이 다시 모이자 루크레티우스는 왕의 기능을 맡을 두 사람을 지명했다.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였다. 시민들은 백인대별로 모여 투표를 실시해 두 사람의 지명을 확정했다.


타르퀴니우스는 문이 닫히기 전에 로마에서 달아난 정보원으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브루투스가 민회를 소집해 그들을 비난하면서 시민들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기였다. 타르퀴니우스는 아들들과 가장 믿을 만한 측근들을 데리고 로마로 달려갔다. 폭동을 미리 진압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고 성벽은 무장한 병사로 가득 찬 모습을 보고는 진지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브루투스는 타르퀴니우스가 로마로 서둘러 달려올 것이라고 예상하고는 그 사이 다른 길로 진지에 있는 병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로마의 사정을 설명하고 민회에서 투표로 결정한 결의안 내용도 알렸다. 그러면서 독재자에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촉구했다.


타르퀴니우스는 자리를 비우면서 티투스 헤르미니우스와 마르쿠스 호라티우스에게 지휘권을 맡겨두었다. 두 사람은 병사들을 모두 모은 뒤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백인대별로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모든 병사는 만장일치로 로마에서 내려진 결정이 합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헤르미니우스와 호라티우스는 타르퀴니우스가 돌아왔지만 진지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타르퀴니우스는 모든 희망이 사라진 걸 알고는 일부 측근만 데리고 장남 섹스투스가 왕으로 있던 가비이로 달아났다. 그는 25년 동안 통치하면서 나이가 들어 머리카락이 갈색으로 변했다. 그 사이 헤르미니우스와 호라티우스는 아르데아와 15년 휴전을 맺고는 고향으로 군대를 이끌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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