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브루투스의 비극(2)-내 아들의 목을 자르시오

by leo



지금부터는 두 집정관 중 한 명인 루키우스 유니투스 브루투스의 고귀하면서 놀라운 행동을 설명하고자 한다. 로마인은 그의 행동에 최고의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다만 놀라고 두려울 뿐이다. 그리스인에게는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남이 뭐라 하던 자기의 기준으로만 일을 판단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발레리우스가 공모자 모두를 끌고 온 직후 날이 밝았다. 브루투스는 재판관 자리에 앉아 공모자들의 편지 겉봉투를 꼼꼼히 살폈다. 거기에는 두 아들의 이름도 있었다. 그들의 인장이 찍혀 있고 서명이 적혀 있었다. 그는 편지를 뜯었다.


“서기관, 모든 사람이 듣는 데서 편지를 읽도록 하게.”


서기관이 편지 내용을 다 읽자 그는 두 아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에 대해 다른 할 말이 있느냐?”


“….”


두 아들은 부끄러운 변명을 늘어놓으려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브루투스는 두 아들을 매우 심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용하시오.”


모든 로마인은 그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했다. 그는 이렇게 판결했다.


“두 역적을 사형에 처하겠소.”


“오! 이런!”


“신이시여!”


모든 로마인이 비명을 질렀다. 브루투스 같은 사람이 두 아들의 사형이라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브루투스 집정관, 호의를 베푸시지요? 두 젊은이의 목숨만 살려주시오.”


브루투스는 로마인의 비명이나 애원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열두 명의 릭토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두 역적을 끌고 가서 목을 쳐라.”


릭토르들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집정관님, 제발! 아드님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로마에서 추방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브루투스가 모든 시민이나 두 아들의 눈물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만 해도 충격적인데, 그는 한 술 더 떠 두 아들을 처형하라며 단호하게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 모두를 더 놀라게 했다.


“내 눈앞에서, 모든 사람이 보는 곳에서 두 놈의 목을 치도록 하라.”


브루투스는 두 아들을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가서 처형하지 말라고 했다. 대중이 다 보는 데에서 목을 치라고 했다.


“나는 끔찍한 장면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두 아들의 처벌이 끝날 때까지 포로 로마노에서 물러가지 않겠다.”


브루투스는 또 두 아들이 불명예를 겪지 않고 처형만 당하게 놔두지도 않았다.


“법에 따라 관습에 따라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인지, 반역자가 받아야 할 처벌이 어떠한지 상세하게 알리도록 하라. 포로 로마노에서 모든 로마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놈을 채찍질한 다음 도끼로 목을 자르도록 하라.”

브루투스는 눈을 돌리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처형장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는 두 아들의 운명을 안타까워하거나 가문에 닥친 고난을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어떤 약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눈물도, 신음도, 심지어 시선 변화도 없이 그는 비극을 지켜보았다. 그의 의지는 그만큼 강했고, 판결을 수행하는 데 흔들림이 없었고 이성을 흔드는 열정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브루투스는 두 아들을 사형시킨 뒤 동료집정관의 두 조카를 소환했다. 그는 서기관에게 그들의 편지도 읽으라고 했다. 편지 낭독이 끝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보거라.”


두 청년은 친구들의 제안을 받았거나 둘이 합의하기라도 한 것처럼 목숨이라고 건지려는 생각에서 삼촌의 발아래 몸을 던졌다. 이 모습을 본 브루투스는 소리를 질렀다.


“두 놈이 변명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 끌어내서 목을 치도록 해라.”


“잠깐만 기다리시오.”


동료 집정관 콜라티누스는 릭토르에게 사형 집행을 잠시 유예하라고 한 뒤 브루투스를 옆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이렇게 간청했다.


“제발 두 아이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젊은 아이들이라서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 것 아니오? 나쁜 친구들을 사귀는 바람에 광기에 빠졌던 거지요. 다시 한 번 더 부탁드리겠소. 저 아이들의 목숨만은 살려주시게. 내가 유일하게 부탁드리는 것이오.


추방자를 복귀시키려고 작당한 사람들을 모두 사형시킨다면 로마는 혼란에 빠지지 않겠소? 그 사람들이 모두 미천한 가문 출신은 아니지 않소? 꼭 처벌해야겠다면 사형 대신 조금 더 부드러운 처벌을 내려주시오. 독재자도 추방에 그친 마당에 독재자의 친구를 사형시킨다는 건 모순이지 않겠소?”


“콜라티누스! 당신의 모든 요청은 거부하겠소. 재판을 미루자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요. 나의 두 아들처럼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처형시키겠소이다.”


“브루투스! 당신은 정말 천박하고 가혹한 사람이군. 나는 당신과 똑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집정관이오. 두 젊은이를 무죄로 풀어주겠소.”


“콜라티누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러지 못할 거요. 국가의 반역자에게 자유를 줄 권한이 당신에게 있다고? 그러다가는 거기에 걸맞은 벌을 받게 될 거요. 그것도 지금 바로.”


브루투스는 루키우스와 마르쿠스에게 감시병을 붙였다. 그리고 민회를 소집했다. 금세 포로 로마노는 군중으로 가득 찼다. 그의 두 아들이 처형당하던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이 지른 비명이 너무 커서 로마 어디에서도 안 들린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민회에 모인 로마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로마 시민 여러분! 저는 동료 집정관 콜라티누스가 모든 일에서 저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타르퀴니우스에게 똑같은 증오와 적대감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했습니다. 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서도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저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그는 타르퀴니우스와 친척입니다. 피뿐만 아니라 성격도 그렇습니다. 둘 다 공익보다는 사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하려고 저는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똑같은 이유로 여러분을 모이게 했습니다. 먼저 로마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여러분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위험에 대처했는지도 설명하겠습니다.


일부 시민이 콜라티누스의 두 조카가 사는 아퀼리우스 가문의 집에 모였습니다. 그들 중에는 저의 두 아들과 저의 두 처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신분으로 보면 미천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저를 죽이고 타르퀴니우스를 왕좌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서 자필서명을 붙여 인장을 새겨 봉인한 뒤 타르퀴니우스에게 보내려고 했습니다.


신의 도움 덕분에 음모는 우리에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아퀼리우스 가문의 한 노예가 정보를 준 덕분이었습니다. 공모자들은 지난밤 아퀼리우스 가문의 집에서 모임을 갖고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는 지금 제 수중에 들어와 있습니다. 저는 두 아들 티투스와 티베리우스를 처벌했습니다. 법과 맹세는 어떤 경우에도 자비라는 이름을 내세워 어겨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콜라티누스는 두 조카를 제 손에서 빼내려 합니다. 그의 두 조카는 저의 두 아들과 똑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는 두 조카에게 똑같은 처벌을 내리려 하지 않습니다.


콜라티누스의 두 조카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제가 두 처남이나 다른 두 국가 반역자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저는 그들에게 어떤 혐의로 처벌을 내려야 할까요? 콜라티누스의 이런 행동은 어떤 조짐일까요? 조국에 대한 충성? 아니면 독재자와의 화해? 저를 포함해서 여러분 모두가 했던 맹세의 확약? 아니면 그 맹세의 위반 또는 위증?


만약 콜라티누스가 이런 사실을 들키지 않았다면 그는 우리가 퍼부었던 저주의 희생자가 되거나 그가 엉터리로 맹세를 바친 신으로부터 처벌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발각됐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이 사람은 며칠 전만 해도 여러분에게 독재자의 재산을 돌려주자고 호소하던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의 재산을 적과의 전쟁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적이 로마를 상대로 하는 전쟁에 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뜻이었습니다.


이제 콜라티누스는 독재자 복귀 음모를 꾸몄던 사람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게 독재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생각에서이겠지요. 그래서 독재자가 전쟁이나 반역 덕분에 돌아오면 그는 이런 호의를 상기시키면서 그들로부터 원하는 모든 걸 얻게 되겠지요.


콜라티누스, 두 아들을 살려두지 않았던 내가 개인적으로는 나의 동지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적과 동지인 당신을 살려두어야 하나요? 그리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나를 죽이고, 조국을 배반하려 한 자들을 살리려고 애써야 하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반대입니다. 당신이 미래에 어떤 일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뜻에서 나는 당신의 행정관 자리를 박탈합니다. 그리고 당장 로마를 떠나라고 명령합니다.


로마 시민 여러분! 저는 당장 백인대별로 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청합니다. 여러분이 저의 결정을 인정할지 말지 결정해주십시오. 분명히 아십시오. 여러분은 콜라티누스와 저, 둘 중 한 명만 집정관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브루투스가 연설하는 동안 콜라티누스는 계속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큰소리로 항의했다. 모든 단어를 다 사용해서 그를 음모꾼,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비난에 해명하려고 애썼고, 두 조카를 살려달라고 요청했고, 이 문제를 투표에 붙이자는 데 계속 반대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고, 결국 그가 내뱉는 말마다 끔찍한 비난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그에게 너무 짜증이 나서 나중에는 그의 변명을 듣지 않으려 했고, 그의 간청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투표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콜라티누스의 장인이었던 스푸리우스 루크레티우스는 콜라티누스가 자발적으로 사직해서 로마를 떠나지 않는다면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두 집정관에게 부탁해 연설할 기회를 얻었다. 로마인 중에서 이런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로마의 일개 시민이 민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관습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콜라티누스! 더 이상 고집스럽게 버티지 말게. 시민들의 뜻에 반해서 집정관직에 매달리지 말게. 자네는 시민들의 동의 덕분에 그 자리를 얻은 게 아닌가? 집정관 자리를 준 사람들이 이제 돌려달라고 한다면 스스로 내려놓게. 자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명하게. 모든 재산을 챙겨서 로마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다른 지역에 가서 살도록 하게.


사람들은 그걸 원하고 있다네. 이걸 명심하게. 다른 범죄의 경우 사람들은 실제로 범죄가 저질러진 뒤에 분노하는 경향이 있지. 하지만 반역의 경우 단순히 의심받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분노를 사게 마련이야. 아무리 그들의 걱정이 기우라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반역에 대비하는 게 더 신중한 처사이기 때문이지.


브루투스! 자네 동료를 불명예스럽게 나라에서 내쫒지 말게. 어찌 됐든 로마를 위해 최선의 방책을 함께 고민했던 사람 아닌가? 콜라티누스가 집정관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로마를 자발적으로 떠난다면 그에게 모든 물건을 처분할 시간을 주고 국고에서 위로의 선물도 덧붙여 주도록 하게. 사람들이 이런 호의를 베풀어주면 그는 고난 속에서도 그나마 위로를 받을 걸세.”


루크레티우스가 연설을 마치자 두 집정관과 시민들은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콜라티누스는 불운에 대해 한탄했다.


“저는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친척에게 보여준 연민 때문에 집정관 자리에서 물러나고 조국을 떠나야 하는군요.”


“콜라티누스!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서나 로마를 위해서나 가장 훌륭한 결정을 내렸소. 당신은 물론 로마에 대해 한탄하지 마시오. 다른 곳에 거주지를 정하더라도 로마를 조국으로 생각해서 말이로든 행동으로든 절대 적에게 가담하지 않기를 바라오. 거주지 변화를 외국에 잠시 머무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추방으로 여기지 마시오. 육체적으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함께 살지만 정신적으로는 당신을 보낸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생각해 주시오.”

브루투스는 콜라티누스를 위로한 뒤 20탈렌트를 격려금으로 주자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사재를 털어 여기에 5탈렌트를 더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타르퀴니우스 콜라티누스는 라비니움으로 떠났다. 라틴인에게는 어머니 도시였던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눈을 감았다.


브루투스는 혼자서 집정관 자리를 계속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에게 ‘브투루스가 권력을 독점할 욕심에 동료를 추방했다’고 의심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마르스 평원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곳에서 왕이나 행정관을 뽑는 게 당시 관습이었다.


브루투스는 동료 집정관으로 푸블리우스 발레리우스를 골랐다. 그는 사비니 족 출신인 발레리우스의 후손이었다. 많은 칭찬을 듣고 존경을 받으며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인물이었다. 특히 검소한 생활 덕분에 매우 유명했다. 그에게는 스스로 깨우친 철학이 있었다. 그는 여러 경우에 이를 보이곤 했다.


브루투스와 발레리우스는 모든 일을 한마음으로 처리했다. 타르퀴니우스를 복귀시키려고 공모한 사람은 모두 사형시켰고, 공모를 알려준 노예에게는 자유를 줬을 뿐만 아니라 로마 시민권과 적지 않은 상금도 전달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