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레길루스 전투(2)-"용감한 자에게 승리를"

by leo


로마군과 라틴군은 양측 진지 사이의 너른 들판으로 진군했다.


섹스투스는 라틴군의 좌익을 맡았다. 마밀리우스는 우익을 담당했다 타르퀴니우스의 아들 티누스는 중앙을 책임졌다. 중앙에는 로마에서 도망친 사람들과 추방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라틴군 기병도 3개로 나뉘었다. 둘은 양측에, 나머지 하나는 중앙에 배치됐다.


라틴군의 마밀리우스와 맞설 로마군 좌익은 사마관 티투스 아이부티우스가 지휘했다. 섹스투스가 대결할 우익은 집정관 베르기니우스, 티투스 타르퀴니우스와 싸울 중앙은 독재관 포스투미우스가 담당했다.


로마군 규모는 보병 2만 3천700명, 기병 1천 기였다. 라틴군 규모는 보병 4만 명에 기병 3천 기였다.


라틴의 두 장군은 전투에 앞서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설명했다.


로마의 독재관 포스투미우스는 병사들이 두려워하는 걸 보고 걱정에 싸였다. 라틴군이 로마군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병사들의 마음에서 두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길게 연설하기로 했다.


“신은 여러 가지 조짐을 통해 로마에 자유와 행복한 승리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가 신에게 보여준 신앙심과 지금까지 실천해온 정의에 보답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신은 적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라틴 도시들은 로마의 친척이자 친구입니다. 우리에게서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적과 친구를 그들의 적과 친구로 생각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맹세를 비웃으면서 우리에게 부당하게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끔찍하게도 독재자 타르퀴니우스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로마에 자유를 주겠다는 게 아니라 로마를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장교, 그리고 병사 여러분! 로마를 지켜온 신이 우리의 동맹이라는 걸 기억하십시오. 이번 전투에서 용감한 병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위험에서 달아나는 사람이 아니라, 용감히 싸우고 승리를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사람에게, 조국을 위해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신은 도움을 준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행운의 여신은 우리의 승리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이 중에서 세 가지가 특히 중요합니다.


먼저 우리는 서로에게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적을 굴볼시키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당장 서로에게 친한 친구가 되고 믿을 만한 동지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조국은 우리 모두를 위해 믿음을 준비해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자랐고 똑같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제단에서 똑같은 신에게 제물을 바쳤습니다. 많은 이익과 많은 피해를 함께 맛봤습니다. 이 모든 걸 나눔으로써 우리 사이에는 강력하면서도 분리할 수 없는 우정이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두 번째, 투쟁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모든 게 걸려 있습니다. 우리가 적에게 굴복한다고 칩시다. 일부는 최악의 고통을 겪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 똑같이 자랑스러운 지위, 자유, 주권을 잃게 됩니다. 아내, 아이, 재산, 그리고 모든 축복을 즐길 수 없게 됩니다. 로마의 머리 역할을 하면서 공공업무를 맡은 사람들은 모욕과 고문 끝에 가장 끔찍한 죽음을 맞을 것입니다.


적은 우리에게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많은 모욕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적이 무력으로 우리를 정복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우리가 그들을 도시에서 내몰고, 재산을 빼앗고, 아버지의 나라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없게 했다고 분개한다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다면 내가 언급했던 이점들이 적들의 이점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을 한 번도 입증한 적이 없었습니다. 안티아테스 인의 지원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동맹도 그들을 도와주러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볼스키 족과 사비니 족, 헤르니키 족이 그들을 도와주러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헛된 희망을 수천 배 키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라틴의 꿈에 불과합니다. 헛된 약속이자 무의미한 희망이라는 겁니다. 라틴의 일부 동맹은 약속했던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두 장군에게 경험이 부족하다고 경멸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원군을 보내는 대신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단순히 희망만 키우게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입니다. 전쟁 준비를 하는 동맹이 있다 하더라고 너무 늦게 도착해서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내 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적의 병력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기억해보십시오.


적군 중 대다수는 이미 행동과 말로 보여주었듯이 마지못해 무기를 들었습니다. 독재자를 위해 진정으로 싸우려는 적은 아주 적습니다. 우리와 비교하면 아주 보잘것없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전쟁에서 이길 때 항상 적보다 수가 많았던 게 아닙니다. 적보다 용기가 뛰어났기 때문에 이겼던 것입니다. 그리스와 야만족 모두를 통틀어 병력이 훨씬 많았으면서도 훨씬 적은 적에게 압도당한 사례는 무수히 들 수 있습니다. 굳이 다른 사례를 들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 지금 라틴군 총병력보다 훨씬 많은 적을 상대로 얼마나 많이 이겼습니까?


우리가 무수히 꺾었던 적의 눈에 우리는 아직도 위압적입니다. 물론 일부 라틴군과 볼스키 족의 눈에는 경멸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투에서 우리의 위용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우리 아버지들은 많은 전투에서 라틴과 볼스키 족을 모두 꺾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복당한 자의 상황은 엄청나게 개선됐고, 정복한 자의 상황은 엄청나게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게 온당하겠습니까?


제정신이라면 누가 그렇게 말하겠습니까? 만약 우리 중에서 누군가 ‘용감한 병사라고는 찾기 힘든 적이 너무 많아 두렵다’고 말하거나, 우리 군에는 과거의 모든 전쟁을 통틀어도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용감한 병사가 많은데도 우리를 무시하는 말을 하면 저는 깜짝 놀랄 겁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원로원 의원 대부분이 여기 와 있습니다. 나이로 보나 법으로 보나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데도 우리와 함께 전쟁의 행운을 나눠가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미 병역을 치를 나이를 지난 사람들도 적을 쫓아가는데, 인생의 절정기에 있는 우리가 달아난다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나이든 사람들은 적을 죽일 힘은 부족하지만 최소한 조국을 위해 죽을 준비는 돼 있습니다. 힘이 넘쳐나는 우리는 전쟁에서 이긴다면 스스로를 구할 뿐만 아니라 승리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고귀하게 싸워 고귀한 고통을 받는 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행운을 시험해보지도 않거나, 용기로 얻을 수 있는 명성을 저버릴 것입니까?


지금 우리 눈앞에는 어떤 칭찬도 모자랄 아버지들의 위대한 업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전투에서 이긴다면 후손은 우리가 따낸 위대한 업적의 성과를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동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중에서 최고의 선택을 한 용감한 사람이 상을 받지 못하거나, 상대를 너무 두려워한 사람이 벌을 안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받게 될 운명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위대하고 용감한 성과를 이루는 병사에게는 그의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확인한 뒤에 모든 일상적인 명예를 수여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어떤 필수품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국가가 소유한 땅의 일정 부분을 나눠주도록 할 것입니다.


반면 비겁하고 얼빠진 마음 때문에 부끄럽게 달아나는 사람이 있다면 로마에 돌아간 뒤 그렇게 피하려고 했던 죽음을 선물로 줄 것입니다. 그런 시민은 스스로를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나 죽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죽는 사람에게는 매장될 권리도 박탈하고 어떤 장례 의례도 치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도 않고 한탄하지도 않도록 그의 시체는 새와 짐승에 의해 산산조각 나게 내버려둘 것입니다.


이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즐겁게 전투에 나서도록 하십시오. 긍정적인 희망을 긍정적인 행동의 안내자로 삼으십시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이번 전투에서 최고의 결과를, 원하는 결과를 거둔다면 우리는 무엇보다 값진 이득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는 독재자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겁니다. 우리를 태어나게 해준 조국에 길러줘서 고맙다는 최고의 감사인사를 선물하게 될 겁니다. 아직 갓난아기인 우리의 아이들과 아내들이 적의 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모욕을 당하지 않게 해 줄 것입니다. 우리의 늙은 부모가 가장 멋진 삶을 살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이번 전투의 승리를 축하할 영예를 안게 될 우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의 아이, 아내, 부모는 개선을 환영할 것입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은 영광을 얻을 것이고 용기를 찬양하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이미 운명 지어진 것입니다. 겁쟁이도 용기 있는 자도 죽습니다. 하지만 용감한 자에게만 영광스러운 죽음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