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투미우스가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려고 연설하는 동안 신이 심어준 신념이 병사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병사들은 모두 하나인 것처럼 함성을 질렀다.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가자.”
포스투미우스는 병사들의 활기를 칭찬했다. 그리고 신에게 맹세했다.
“만약 이번 전쟁에서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는다면 엄청난 희생물을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로마인은 화려한 루디(로마경기대회)를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투미우스는 연설과 맹세를 마친 뒤 병사들을 제 자리로 돌려보냈다. 병사들이 지휘관들에게서 암호를 받자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함성을 질렀다. 먼저 양쪽에 있던 경무장 보병과 기병이, 나중에는 중무장 보병이, 맨 나중에는 서로 섞여서 전투가 벌어졌다. 모든 병사는 1대1로 싸웠다.
하지만 로마군과 라틴군 모두 착각하고 있었다. 양측 모두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서로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상대방이 달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것이었다. 라틴군은 기병의 우세를 믿으면서 로마 기병은 초반에 무너질 것이라고 성급하게 결론 내렸다. 로마군은 과감하고 무모할 정도의 기세로 위험의 한복판에 뛰어들면 적을 두렵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양측 모두 초반에 이런 생각을 했지만 잠시 후 모든 게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일이 꼬인 것을 알게 됐다. 양측은 더 이상 적의 두려움이나 아군의 용기만으로는 안전과 승리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용감한 병사들조차 능력 이상으로 싸워야 했다. 갑작스럽고 다양한 행운의 변화가 전투의 양상을 수시로 바꿔놓았다.
중앙에 배치된 로마군에는 독재관 포스투미우스가 일부 기병대와 함께 버티고 있었다. 그는 최전선에서 싸웠다. 맞은편에 선 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타르퀴니우스의 아들 티투스는 창을 맞아 오른쪽 어깨를 다쳐 더 이상 팔을 쓸 수 없었다.
역사학자 리키니우스와 겔리우스는 쫓겨난 왕 타르퀴니우스가 아흔 살에 가까운데도 말을 타고 싸우다 다쳤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 주장의 가능성과 개연성을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티투스가 쓰러지자 주변에 있던 라틴 병사들은 한동안 싸운 뒤 아직 살아 있는 그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용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전진하는 로마군에 밀려 뒤로 물러났다. 타르퀴니우스의 다른 아들 섹스투스가 로마 망명자들과 최정예 기병을 데리고 그들을 도와주러 달려왔다. 그 덕에 라틴 병사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잠시 후 전진할 수 있게 됐다.
티투스 아이부티우스와 마밀리우스 옥타비우스는 가장 용감하게 싸웠다. 눈앞에 나타나는 적을 모두 몰아냈고, 무질서한 아군을 재정비해 공격에 나섰다. 두 장군은 서로 맞대결하게 됐다. 그들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서로 심각하지만 치명적이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아이부티우스는 창으로 마밀루스의 갑옷을 꿰뚫어 가슴을 찔렀다. 마밀리우스는 아이부티우스의 팔을 찔렀다. 둘 다 말에서 떨어졌다.
두 장군은 후방으로 옮겨졌다. 마르쿠스 발레리우스가 부관으로 임명돼 사마관 역할을 하게 됐다.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적을 공격했다. 잠시 저항을 받았지만 그들을 일선에서 밀어냈다. 로마 망명자들이 이곳의 라틴군을 돕기 위해 달려왔다. 기병과 경무장 보병이었다.
그동안 부상을 치료한 마밀리우스는 다시 기병대와 보병을 이끌고 전선에 나섰다. 이 전투에서 마르쿠스 발레리우스가 창에 찔려 쓰러졌다. 그는 에트루리아에 패한 로마인이 낙담에 빠져 있을 때 사비니족을 물리쳐 사기를 높은 장군이었다. 발레리우스 외에도 많은 용감한 로마병사가 부상당했다.
발레리우스를 둘러싸고 치열한 격돌이 벌어졌다. 푸블리콜라의 아들인 푸블리우스와 마르쿠스는 방패로 삼촌을 보호했다. 그들은 삼촌을 방패지기에게 무사히 인도한 뒤 캠프로 이송했다. 발레리우스는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열정이었다. 푸블리우스와 마르쿠스는 라틴 병사들 사이로 뛰어들어 싸웠다. 그리고 많은 부상을 당했다. 로마 망명자달은 그들을 둘러싸고 압박했다. 둘은 결국 함께 전사했다.
비극이 벌어지자 로마군 좌익은 상당히 뒤로 밀려나게 됐다. 그리고 중앙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독재관은 로마군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기병을 이끌고 지원하러 달려갔다. 그는 부관 티투스 헤르미니우스에게는 이렇게 명령했다.
“정예 기병을 이끌고 전선 뒤편으로 돌아가라. 달아나는 병사들이 돌아서게 해라. 만약 거부한다면 죽여라.”
포스투미우스는 정예병을 이끌고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으로 들어갔다. 라틴군에 접근한 그는 다른 병사들보다 앞서 칼을 휘둘렀다. 로마군이 한 덩어리가 돼 무서운 기세로 공격을 개시하자 라틴군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됐다. 일부는 도망가고 일부는 쓰러졌다.
부관 헤르미니우스는 도망가던 병사들을 다시 모은 뒤 마밀리우스의 지휘를 받던 적군을 공격했다. 마밀리우스는 당시 힘과 체격에서 최고의 장군이었다. 헤르미니우스는 그를 죽인 뒤 시신을 훼손시키던 도중 적의 칼에 옆구리를 찔려 죽고 말았다.
라틴군의 좌익을 지휘하던 섹스투스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로마군 우익이 달아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포스투미우스가 정예 기병을 이끌고 나타나자 희망을 버리고 라틴군 사이로 달아나버렸다. 그는 로마군에 포위당한 뒤 연이어 날아오는 창을 맞고 죽었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도 여러 로마군을 쓰러뜨렸다.
두 장군이 쓰러지자 라틴군은 일시에 달아나기 시작했다. 캠프를 지키던 병사들도 달아나는 바람에 캠프는 로마군에 점령당했다. 로마군은 이 캠프에서 많은 전리품을 챙길 수 있었다.
라틴군은 대패했다. 이 전쟁 때문에 라틴 도시들은 아주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들의 선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컸다. 보병 4만 명, 기병 3천 기 중에서 안전하게 귀가한 병사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투 도중 말을 탄 두 젊은이가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외모나 체격에서 다른 어떤 사람보다 뛰어났다. 턱수염을 길게 기른 두 젊은이는 독재관 포스투미우스와 그를 호위하고 있던 병사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로마 기병의 선두에 서서 적을 공격했다. 창을 휘두르며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라틴 병사를 공격해 그들이 달아나게 만들었다.
라틴군이 패주하고 캠프가 점령당한 오후 늦게 전투가 끝났을 무렵 두 젊은이는 군복을 입고 포로 로마노에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아주 키가 크고 덩치가 뛰어났으며 둘 다 나이는 비슷했다. 얼굴로 보아 전투에서 막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타고 있는 말 두 마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두 젊은이는 포로 로마노의 베스타 신전 뒤에 있는 분수에서 물을 마시고 말을 씻겼다. 많은 사람이 그들 주변에 모여 물어보았다.
“전쟁터에서 가져온 소식이라도 있나요?”
두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다.
“로마군이 승리했습니다.”
두 젊은이는 로마군이 어떻게 승리했는지 자세히 설명한 뒤 포로 로마노를 떠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로마의 행정 업무를 처리하던 사람들이 독재관 포스투미우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전투의 특징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로마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두 젊은이는 신이야. 신이 나타난 것이야. 두 젊은이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가 틀림없어.”
로마에는 두 신이 신비하고 놀랍게 나타난 걸 기리는 기념물이 여러 개 있다. 두 형제가 나타난 포로 로마노에 세운 카스토르-폴룩스 신전에는 두 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신전은 오늘날까지도 아주 신성한 시설로 존경받고 있다. 로마인은 해마다 퀸틸리스 달(7월)의 이데스라고 알려진 날(15일)에 두 신에게 바치는 희생제례를 거행한다. 이날은 로마군이 라틴군에게 대승을 거둔 날이다.
이날에는 희생제례를 마친 뒤 공공용 말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내를 행진한다. 모두 부족과 백인대별로 도열한 뒤 계급에 따라 말을 탄다. 마치 그들이 막 전쟁에서 돌아온 것처럼 올리브 관을 머리에 쓰고 진홍색 줄무늬가 새겨진 보라색 옷을 입는다. 이 옷을 트라비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성 밖에 건설된 마르스 신전에서 행진을 시작한다. 도시의 여러 지점과 포로 로마노를 지난 뒤 카스토르-폴룩스 신전으로 간다. 행진에 참가하는 기사는 5천 명일 때도 있다. 그들이 전투에서 용기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착용한다. 행진 장면은 아주 장관이며, 로마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포스투미우스는 그날 밤을 야전에서 보냈다. 다음날에는 전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장교, 병사에게 관을 씌워주었다. 그는 포로를 관리할 병사들을 지명한 뒤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신에게 희생제례를 거행하기로 했다.
독재관은 머리에 화관을 쓴 채 제단에 번제를 올렸다. 그때 고지를 지키고 있던 정찰병이 정보를 들고 달려왔다.
“적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라틴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가 끝나기 전에 파견된 볼스키 병사들이었다. 정보를 확인한 포스투미우스는 모든 병사에게 캠프에서 전투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로마군은 부대별 깃발 아래 모여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볼스키 지도부는 로마군이 보이는 곳에 진지를 차렸다. 그들은 시체로 뒤덮인 평원을 보았다. 양쪽 진지는 전혀 손상되지 않고 있었다. 적군도 아군도 진지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새겼는지 가늠하지 못했다.
볼스키 지도부는 라틴군의 패주에서 달아난 병사로부터 전투 상황을 알게 됐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가장 용감한 장군의 견해는 싸우자는 것이었다.
“로마군을 공격해서 진지에서 나오게 합시다. 적은 다쳐서 싸울 수가 없는 상황일 겁니다. 모두 지쳐있기도 하고요. 적의 칼은 날이 무뎌지거나 부러져서 쓸 수 없게 됐을 겁니다. 아직 로마에서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리는 대군이고 용기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무장도 잘 돼 있고 전쟁 경험도 많습니다.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적을 갑자기 공격하면 아무리 용감한 자라도 겁을 먹을 겁니다.”
하지만 신중한 장군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동맹군 없이 공격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적은 용감한 전사들이고 조금 전에 엄청난 라틴 대군을 격파했습니다. 우리는 외국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피할 곳이 없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습니다. 우리가 전혀 피해를 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이득입니다.”
두 견해와 달리 지켜보자는 주장도 나왔다.
“성급하게 전투에 뛰어드는 것은 단순히 치기어린 혈기에 불과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적이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지를 강화하고 전투 준비를 한 뒤 볼스키의 여러 도시에 사절을 보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물어봐야 합니다. 로마군에 맞서도록 군대를 보낼지, 아니면 이미 보낸 군대를 불러들일지 말입니다.
대다수의 찬성을 얻고 지도부의 재가를 받은 의견은 로마군 진지에 첩자를 보내자는 것이었다.
“사절이라는 이름으로 완전을 확보한 뒤 로마 장군을 만나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우리는 로마의 동맹으로 온 볼스키 군대입니다. 전투에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동맹군 없이 큰 전투에서 승리한 행운을 축하드립니다.”
아주 우호적인 말로 로마군을 속여 볼스키를 친구로 믿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로마군의 힘과 무기, 준비상황 등 모든 걸 살펴보고 돌아오는 겁니다. 우리가 모든 걸 알고 난 뒤에 다시 회의를 열어 군대를 보내 로마군을 공격할지, 병력을 이끌고 돌아갈지 결정하는 겁니다.“
볼스키는 이 제안에 따라 사절을 골라 로마군에게 파견했다. 그는 로마군 회의에 참석한 뒤 로마군을 속이기 위해 준비한 내용을 밝혔다. 포스투미우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볼스키 사절이여! 당신은 좋은 말로 치장한 사악한 계획을 가지고 왔소. 당신은 적대적 행위를 하면서 우리가 당신을 친구로 믿기를 바라는 거요. 볼스키는 라틴군을 도우라고 파견된 군대이지요. 하지만 전투가 끝난 뒤에 도착해서 라틴군이 패배한 걸 봤기 때문에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말을 함으로써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오.
친근한 것 같은 당신의 말이나 겉으로 보이는 가식 모두 진지하지 못하오. 대신 속임수와 사기로 가득 차 있을 뿐이오. 당신은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러 온 게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허약한지 우리 힘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려고 온 것이지. 당신은 이름만 사절이지 사실은 첩자요.”
볼스키 사절이 사실을 부인하자 포스투미우스는 증거를 제시하겠다. 그는 전투에 앞서 가로챈 편지를 보여주었다. 라틴군 지도부에 전달되려던 것이었다. 이 편지에서 볼스키는 지원병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포스투미우스는 편지를 가지고 가던 첩자도 끌고 왔다.
포스투미우스는 편지를 낭독한 뒤 라틴군 포로들을 데려왔다. 그들은 장군들로부터 받은 명령을 설명했다. 로마군은 병사들은 볼스키 사절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흥분했다. 포스투미우스는 그들을 달랬다.
“선량한 사람은 사악한 사람을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사절보다는 사절을 파견한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게 낫습니다. 우리를 속이고 첩자로 왔다고 해서 죽이기보다는 사절이라는 엉터리 명분이라도 인정해 돌려보내야 합니다. 볼스키가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우리가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우리가 나라 간의 법에 반해서 사절을 죽였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공격한 명분으로 삼을 겁니다.”
포스투미우스는 병사들이 성급한 행동을 못 하게 막은 뒤 볼스키 사절에게 로마군 진지에서 떠나라고 했다. 그는 기병대를 붙여 그들을 볼스키 진지까지 보내주었다. 사절이 떠나는 걸 본 포스투미우스는 당장 다음날 전투를 할 것인 것처럼 병사들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로마군은 전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볼스키 지도자들은 새벽이 되기 전에 진지를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