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레길루스 전투(4)-보복은 보복을 부른다

by leo




모든 게 기대했던 대로 정리되자 포스투미우스는 전사자를 매장했다. 또 정화 의례도 거행했다. 그리고 엄청난 승리를 안고 로마로 돌아갔다. 엄청난 분량의 전리품도 챙겨갔다. 포로는 5천500명에 이르렀다. 그는 전리품 중에서 10분의 1을 떼어낸 다음 40탈렌트를 루디 개최와 신에게 바치는 희생제례 거행에 사용했다. 그리고 케레스, 리베르, 리베라 신전 건설 계약도 체결했다.


(전쟁에 앞서) 곡식 수확이 충분하지 않았고 전쟁 때문에 외국에서 식품 수입도 제대로 되지 않아 처음에는 군 보급품이 모자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로마인에게 완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포스투미우스는 이 점을 고려해 시빌 예언서 관리인에게 책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신들을 달래야 한다는 신탁이 나오자 그는 출정할 무렵 신들에게 맹세했다.


‘제가 독재관으로 일하는 동안 로마가 이전처럼 번성한다면 신들에게 신전을 지어 바치겠습니다. 또 매년 희생제례를 거행하겠습니다.’


신들은 그의 맹세를 듣고 로마의 들판에서 다시 곡식이 자라게 해 주었다. 곡물뿐만 아니라 과일도 넘쳐났다. 수입품은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포스투미우스는 투표를 실시해 신전 건설안을 통과시켰다. 로마인은 신의 도움으로 독재자가 일으킨 전쟁을 끝낸 뒤 축제를 열고 희생제례를 거행했다.


며칠 뒤 각 도시에서 선발한 라틴 동맹 사절단이 로마로 왔다. 전쟁에 반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올리브 가지와 탄원을 상징하는 저민 살코기를 들고 왔다. 원로원으로 안내받은 사절단은 이렇게 호소했다.


“백성들은 다만 개인적 이득을 얻으려고 했던 부패한 선동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 잘못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무시할 수 없는 벌을 이미 받았습니다. 많은 젊은이가 죽었습니다. 어느 한 집도 슬퍼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를 다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기꺼이 복종하고 다시는 패권을 다투지 않을 것이며, 평등을 꿈꾸지도 않겠습니다. 앞으로 영원히 속국이 될 뿐만 아니라 동맹이 될 것입니다. 또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라틴에서 빼앗아간 모든 영예를 로마의 행운에 보탤 것입니다.


로마와 라틴은 친척입니다. 과거에 우리가 동맹으로서 바친 공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고한 사람에게 닥친 불행이 너무나 슬픕니다. 그런 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라틴 동맹 사절은 원로원 의원들의 무릎을 붙잡고, 올리브 가지를 포스투미우스의 발아래 내려놓았다. 의원들은 다소나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절들이 원로원에서 나갔을 때 원로원 의원들에게 견해를 밝힐 기회가 주어졌다. 전년도에 첫 독재관으로 지명됐던 티투스 라르키우스는 절제를 당부했다.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전 국가에 주어질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번영 때문에 망쳐져서는 안 됩니다. 점잖게 절제함으로써 행운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모든 번영은 질투를 받게 마련입니다. 특히 굴복당한 사람에게 무례하고 강압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더 그렇습니다. 우리는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에게만 늘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역경과 번성의 경험에서도 배웠듯이 포르투나는 얼마나 불규칙하고 재빠르게 변화하는 여신입니까?


우리는 적을 최악의 위험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용기를 내고, 실제 가진 힘을 능가하는 전의를 불태우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가혹하고 무자비한 벌을 준다면 통치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증오감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걸 두려워해야 합니다. 이러한 처벌은 우리가 오늘날 번영을 이루게 한 원천이었던 전통적인 원칙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전처럼 지도자나 보호자가 아니라 독재자가 되는 것입니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유를 옹호하고 한때 통치하는 법을 배웠던 나라는 옛 명성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 법입니다. 가장 고귀한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이 회복의 가능성 없이 처벌받는다면 모든 사람이 차례로 몰락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원래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이익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정부는 처벌로 다스리는 정부보다 훨씬 낫고 기반도 탄탄합니다. 이익으로 다스리는 정부는 선의를 이끌어내지만 처벌로 다스리는 정부는 공포를 이끌어냅니다. 공포를 일으키는 모든 것은 혐오를 받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입니다.


조상들이 했던 많은 행동을 생각해보십시오. 적의 도시들을 점령하고도 파괴하거나 남자를 칼로 끌고 가거나 노예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 도시들을 로마 식민지로 삼고, 로마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시민권을 줌으로써 조상들은 처음에는 작은 도시였던 로마를 거대한 도시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라틴 동맹과 맺었던 조약을 새로 만듭시다. 그들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어떤 분노도 갖지 맙시다.”


세르비우스 술피키우스는 아무것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평화와 조약 갱신에 대해 말했다.


“조약을 먼저 깨뜨린 건 라틴 도시들입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그들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거나, 속았다고 변명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에 너무 자주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고쳐야 합니다. 우리는 친척이기 때문에 모든 라틴 도시를 용서하고 자유를 보장해주도록 합시다. 대신 토지 절반을 내놓게 합시다. 그곳에 로마 식민지단을 보내 농사를 짓게 합시다. 그리고 라틴 도시들이 또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지 지켜보게 합시다.”


스푸리우스 카시우스도 의견을 내놓았다.


“라틴 도시들을 초토화시켜야 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라틴인은 떠오르는 세력인 로마를 향해 뿌리 뽑을 수 없는 질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로마에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에 이 불행한 열정이 존재하는 한 반역의 감정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어떤 짐승보다 잔인한 독재자 밑으로 친척들을 불러 모으더니 신에게 맹세한 조약을 뒤집었습니다. 만약 기대대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이렇게 하게 된 것입니다.


로마는 물론 모든 라틴 도시의 모국인 알바롱가를 봅시다. 이 도시는 로마의 번영을 질시하더니 첫 전쟁에서 얻은 면책권을 반역의 기회로 이용했습니다. 조상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누구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 중 누구에게도 연민을 보여주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는 하루 만에 알바롱가를 무너뜨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모국의 질투도 참지 않은 사람이 단순히 친척의 질투를 참고 넘긴다는 것은 인도주의나 절제가 아니라 어리석고 우둔한 일입니다. 또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른 적에게도 도시를 빼앗는 벌을 내린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증오를 보인 사람에게 어떤 처벌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라틴 도시가 저지른 수많은 반역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잃은 로마인의 수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이전에 알바롱가를 처리한 것처럼 이들도 처리해야 합니다. 모든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그들의 영토를 로마의 영토로 삼아야 합니다. 로마에 호의를 보여준 사람들은 로마 시민으로 만들고 재산을 계속 갖게 하고, 조약을 깨뜨려 반란을 일으킨 주모자는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가난한 자, 게으른 자, 쓸모없는 자는 노예로 삼아야 합니다.”


포스투미우스는 라르키우스의 견해를 지지했다. 더 이상 다른 반대는 없었다. 원로원은 사절단을 불러 대답을 주었다. 포스투미우스는 그들을 질책한 뒤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최악의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오. 만약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우리를 취급하려 했던 방식 그대로 말이오. 하지만 로마인은 권리보다는 자비를 선택하기로 했소. 라틴인은 우리의 친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그래서 우리를 다치게 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기로 했소.


여러분의 잘못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오. 일단 돌아가시오. 두려움은 버리시오. 먼저 로마군 포로를 석방하고 도망자를 넘겨주시오. 망명자는 추방하시오. 그리고 우호 및 동맹 문제를 다룰 사절을 보내시오.”


라틴 동맹의 사절단은 로마의 답을 듣고 귀향했다가 며칠 뒤 로마에 돌아왔다. 그들은 로마군 포로를 석방했고, 타르퀴니우스가 로마에서 데리고 간 망명객을 추방했다. 로마에서 달아난 사람들은 사슬에 묶어 로마로 끌고 왔다. 이들은 그 대가로 원로원으로부터 옛날의 우호 동맹 조약을 다시 얻었다. 그리고 이전에 했던 맹세를 다시 했다.


이렇게 해서 독재자와의 전쟁은 완전히 끝났다. 그가 쫓겨나고 14년 만이었다. 타르퀴니우스는 아흔 살이 됐다. 그는 자식을 모두 잃었고, 친척도 모두 잃었다. 그는 비참한 노년을 보냈다. 라틴인은 물론 에트루리아 인, 사비니 인 중 누구도 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캄파니아의 쿠마이에 갔다. 그곳의 아리스토데무스 왕이 그를 받아들였다. 타르퀴니우스는 거기서 며칠 정도 살다 죽었다. 그와 함께 간 망명자 일부는 쿠마이에 남았다. 나머지는 여러 도시로 흩어져 외국 땅에서 인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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