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로마의 분열(1)-갈등의 시작

by leo



로마는 라틴과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자마자 내분에 휩싸이게 됐다. 원로원이 재판부에 내려 보낸 지시가 원인이었다.


“전쟁 때문에 연기된 모든 재판을 법에 따라 처리하시오.”


여러 사안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졌다. 엄청난 혼란이 일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터무니없고 부끄러운 행동들이 터져 나왔다. 평민은 이렇게 주장했다.


“긴 전쟁 동안 땅은 황폐해졌고 모든 가축은 죽었습니다. 노예들은 달아나거나 적의 습격 때 죽었습니다. 우리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습니다. 도시에 있는 재산은 전쟁 비용으로 충당하느라 모두 없어졌습니다.”


반면 채권자들은 다르게 주장했다.


“전쟁으로 생긴 불행은 모두에게 공통된 현상입니다. 채무자에게만 한정된 일이 아닙니다. 전쟁 때에는 적에게 모든 걸 빼앗겼는데, 평화로운 시기에는 도움을 베풀려고 시민들에게 빌려줬던 돈마저 받지 못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채권자는 합리적인 대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채무자는 정당한 일을 하려는 뜻을 보이지 않았다. 채권자는 이자를 깎아줄 생각도 없었고, 채무자는 원금을 갚을 마음조차 없었다. 서로 똑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무리를 이뤄 포로 로마노에서 서로 맞설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때때로 주먹을 주고받았다. 로마의 질서는 엉망진창 상태에 빠져들었다.


포스투미우스는 모든 로마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중대한 전쟁을 아주 명예롭게 끝낸 덕분이었다. 그는 임기 종료를 한참 남겨놓은 상태에서 독재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새 집정관을 뽑기 위한 선거를 실시했다. 이렇게 해서 로마를 전통적인 통치체제로 돌려놓았다.


집정관으로 선출된 사람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사비누스와 푸블리우스 세르빌리우스 프리스쿠스였다. 두 사람은 로마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외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 중 한 명은 볼스키를 상대로 출정하도록 합시다. 그들이 이전의 전쟁 때 라틴 동맹에 지원군을 보낸 것에 복수한다는 명분을 붙이면 될 것이오. 또 그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훌륭한 명분이 될 것이오.”


실제 볼스키가 병사들을 모으는 동시에 이웃 동맹국가에 사절단을 보내 지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볼스키는 여러 동맹을 설득하고 있었다. 로마 평민과 귀족은 사이가 나쁘기 때문에 내분에 휩싸였고, 그런 도시를 점령하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두 집정관은 볼스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결정은 원로원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받았다. 두 집정관은 명령을 내렸다.


“군대에 갈 나이가 된 모든 로마인은 지정한 날짜에 입대 등록을 하시오. 병역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맹세한 걸 기억하시오.”


평민들은 두 집정관의 거듭된 명령에 따르려 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평민과 두 집정관의 사이는 멀어졌다. 두 집정관의 임기 내내 마찰만 빚었다.


세르빌리우스는 온건한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로원 의원 중에서 가장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니우스 발레리우스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그의 조언은 이러했했다.


“혼란의 원인을 해결해야 합니다. 빚을 탕감하거나 줄여준다는 포고령을 발표해야 합니다. 아니면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걸 당분간 금지시키기라도 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군대에 들어오라고 강요하지 말고 설득하십시오. 불복종하는 평민에게 가혹한 벌을 부과하지 말고 좀 더 온건하고 부드러운 벌을 내리도록 하십시오. 먹을 것조차 없는 사람들은 위기에 몰리면 서로 뭉쳐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원로원에서 최고 지도자였던 다른 집정관 아피우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주 잔혹했고 거만했다.


“평민에게 어떤 자비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채권자들에게 계약에 따라 빚을 받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로마에 남아 있는 집정관은 옛 관습과 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거부한 평민에게 가혹한 벌을 내려야 합니다. 부당한 것이라면 어떤 것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권력을 갖게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평민은 왕정 시대에 왕에게 바쳤던 세금을 면제받은데다 사령관에게 즉시 복종하지 않았을 때 받았던 태형조차 면제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기고만장한 상태입니다. 평민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혼란이나 폭동을 일으키면 우리는 평민 중에서 온건한 세력을 모아 그들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온건파는 과격파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사령관의 명령에 복종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귀족을 적지 않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평민을 억누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원로원의 권한입니다. 이 권한을 이용해 그들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법은 우리 편이기 때문입니다.


평민의 요구에 굴복하면 먼저 정부를 평민에게 넘겨주는 불명예를 자초하게 됩니다. 또 우리의 자유를 빼앗길 위험을 다시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독재를 선호하는 일부 세력이 그들을 선동해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두 집정관은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둘이서 원로원이 열릴 때마다 서로 격론을 벌였다. 원로원 의원들은 편을 갈라 두 집정관을 지지했다. 두 사람의 격론과 고성, 비논리적인 연설을 들은 뒤 서로 비난하거나, 결론을 내지 않고 휴정했다.


내분 때문에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세르빌리우스는 추첨을 통해 전쟁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평민에게 간청하고 호소했다.


“제발 전쟁에 나설 수 있게 도와주시오.”


평민들이 그의 손을 들어준 덕분에 그는 강제 징집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선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에 나설 수 있었다.


볼스키는 차근차근 전쟁 준비를 하면서도 당파로 갈라져 상호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는 로마가 쳐들어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또 로마군이 적군과 접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때라면 언제든 전쟁을 해서 이길 수 있어.”


볼스키는 뒤늦게야 공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반격 준비가 필요했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로마군의 빠른 진격 속도를 보고 놀란 원로들은 올리브 가지를 들고 성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세르빌리우스에게 항복의 뜻을 전했다.


“우리의 잘못에 합당한 벌을 내려주시오.”


세르빌리우스는 그들로부터 병사들에게 나눠줄 식량과 각종 의복을 받고 귀족 300명을 인질로 삼은 뒤 로마로 돌아갔다.


“전쟁은 끝났다.”


사실 전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단순히 연기된 것에 불과했다. 기습공격을 당한 볼스키에게 준비를 할 시간을 준 것일 뿐이었다. 로마군이 사라지자 볼스키는 성벽을 강화하고 여러 장소에 주둔병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전쟁 준비를 서둘렀다.


헤르니키 족과 사비니 족은 노골적으로 볼스키를 지원하고 나섰다. 다른 도시들은 은밀히 힘을 보탰다. 하지만 볼스키가 지원을 요청하러 보낸 사절을 만난 라틴 도시들은 그들을 묶어 로마로 보냈다.


로마 원로원은 라틴 도시들의 신속한 약속 이행과 앞으로 전쟁에서 도와주겠다는 열정에 감사하는 뜻으로 라틴 도시들이 원하는 혜택을 베풀기로 했다.


“과거의 전쟁에서 사로잡은 모든 포로를 모두 풀어주겠소. 몸값은 한 푼도 받지 않겠소.”


로마인은 포로들에게 자유인을 상징하는 깔끔한 옷을 입혀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모두 6천여 명에 이르렀다. 로마인의 후의는 그들의 친척 관계를 빛내는 큰 선물이 됐다.


“볼스키와의 전쟁에서 라틴 도시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로마의 국력은 그들을 처벌하기에 충분합니다.”


원로원은 라틴 도시의 사절들을 돌려보낸 뒤 볼스키와 전면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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