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로마의 분열(4)-갈라진 원로원

by leo



이듬해에는 아울루스 베르기니우스 카엘리몬타누스와 티누스 베투리우스 게미누스가 집정관 자리에 올랐다. BC 492년이었다.


두 사람이 집정관으로 일할 때 사비니 족은 이전보다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로마로 쳐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로마에 반란을 일으킨 메둘리니 족이 사비니와 동맹을 맺었다.


로마 귀족은 사비니 족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즉시 전쟁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하지만 평민은 그들의 지시를 거부했다.


“당신들은 어려울 때면 약속을 하고, 상황이 끝나면 약속을 파기하기 일쑤였지요. 지원이 필요한 빈민에게 당신들이 했던 약속을 기억해 보시오.”


평민은 한 번에 여러 명씩 모여 서로 맹세를 나누었다.


“앞으로 더 이상 어떤 전쟁에서도 귀족을 돕지 맙시다. 억압받는 빈민이라면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도록 합시다.”


평민의 의도는 여러 경우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귀족과 말다툼을 하거나 때로는 무력충돌을 빚기도 했다.


군 복무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전혀 모습을 나타나지 않았을 때 집정관들은 그들의 생각을 분명히 알게 됐다.


두 집정관이 군 복무를 거부한 사람을 체포하려고 할 때마다 빈민은 한 덩어리로 뭉쳐 끌려가는 사람을 구해냈다. 집정관의 릭토르들이 풀어주려 하지 않으면 그들을 폭행해 쫓아버리기도 했다. 그 자리에 있던 귀족이나 기사계급이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면 그들을 폭행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에 로마는 무질서와 혼란에 휩싸여 버렸다.


시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을 때 로마로 쳐들어오기 위한 적의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에 볼스키 인도 반역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아이퀴 인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로마의 속국인 여러 도시에서 사절단이 로마를 찾아왔다.


“우리 영토는 로마로 오는 길목에 있습니다. 적이 약탈할 게 분명합니다. 지원군을 보내주십시오.”


라틴 사절단도 고통을 호소했다.


“아이퀴 인이 우리 영토로 이미 침입했습니다. 농촌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여러 도시가 약탈당했습니다.”


크루스투메리움에 파견돼 있던 로마 병사들의 보고도 들어왔다.


“사비니군대가 성채 근처에 접근했습니다. 우리 성채를 점령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밖에 다른 정보도 계속 들어왔다. 이미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정보도 있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정보도 있었다. 모두 한목소리로 로마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볼스키에서 파견된 사절단이 로마 원로원을 찾아왔다. 그들은 전쟁을 벌이기에 앞서 요구조건을 내놓았다.


“로마가 빼앗아간 영토를 다시 돌려주시오.”


원로원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했다. 두 집정관은 원로원에서 가장 존경받고 현명하다고 평가받는 티투스 라르키우스에게 먼저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원로원 의원 여러분! 어떻게 동맹을 돕고, 어떻게 적을 물리치느냐 하는 일이 여러분에게는 끔찍하고 서둘러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최악의 위기나 시급한 현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끔찍해 보입니다. 우리가 당장 이 일을 멈추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로마 멸망의 가장 극단적인 원인이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집정관의 명령 이행을 거부하는 평민의 불복종, 그리고 그들의 독립 정신에 맞서고 있는 우리들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이런 해악을 로마에서 제거할지를 논의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게 나의 견해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한마음으로 뭉쳐 사익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모두가 조화를 이룬다면 로마의 힘은 동맹 도시들에 안전을 제공하고 적에게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화만 빚는다면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로마가 망하지 않고 적이 어려움 없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유피테르 신과 다른 모든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대 여러분이 계속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이런 비극은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두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가난과 빈곤이 다스리는 도시입니다. 다른 하나는 포만과 오만이 다스리는 도시입니다. 문명 도시에 꼭 필요한 절제, 질서, 정의는 두 도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서로에게 정의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힘의 우위를 정의의 잣대로 삼고 있습니다. 마치 동물이 적을 해치울 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공멸할지도 모르는 데도 말입니다.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각 도시의 사절단을 돌려보내자마자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회의를 다시 열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나의 충고입니다.


볼스키는 우리가 무력으로 차지한 땅을 되돌려달라고 합니다. 거부하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합니다.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우리 로마인은 이 영토를 정직하고 정당한 습득물로 취급한다. 전쟁의 법칙에 따라 획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용기의 과실을 망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자식들과 나눴고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하는 영토를 빼앗긴 사람에게 되돌려주면 우리는 스스로 재산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마치 적처럼 가혹하게 대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라틴 도시들에게는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여러분의 우정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 때문에 겪게 될 위험 앞에서 절대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두려움을 버리십시오. 조만간 지원군을 보내겠습니다.’


아마도 이 대답이야말로 가장 적절하고 가장 정당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여러 사절단이 돌아가면 원로원 회의를 다시 열어 시내의 혼란을 검토해야 합니다. 회의를 너무 오래 연기하지 말고 바로 내일 다시 개최하도록 합시다.”


루키우스의 연설은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각 사절단은 원로원의 답변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집정관은 다시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시내의 무질서를 바로잡을 방안을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평민들을 지지하는 푸블리우스 베르기니우스가 가장 먼저 의견을 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중도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해 평민은 로마를 위해 전쟁에서 큰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볼스키와 아우룬키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 귀족과 함께 그들에 맞섰습니다. 그때 우리를 도와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은 무죄방면 돼야 합니다. 그들의 인신은 물론 재산이 채권자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똑같은 원칙이 그들의 부모, 조부모, 그리고 손자까지 적용돼야 합니다. 나머지는 각각의 계약 조건에 따라 채권자의 소송 결과에 따라 처벌받아야 합니다.”


베르기니우스에 이어 티투스 라르키우스가 연설했다.


“전쟁에서 용기를 보인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도 빚에서 해방돼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로마는 조화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지난해 집정관이었던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입을 열었다.


“이런 문제가 논제로 올라올 때마다 나는 항상 똑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절대 합법적이지 않고 명예롭지 않은 민중의 요구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로마의 존엄성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견지해왔던 이 견해를 나는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내가 집정관이었을 때 그리고 동료가 민중을 선동했을 때 나는 그들에게 저항하고 신념에 매달렸습니다. 위협에도 떨지 않고 간청이나 호의에도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일개 시민인 지금 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자유연설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면 아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마음의 독립성을 고귀하다거나 오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결코 사악한 인간들에게 호의를 베풀자면서 채무 폐지를 제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열성을 다 쏟아 그런 제안을 내는 사람에게 저항할 것입니다. 나는 모든 악덕과 부패, 그리고 국가의 멸망은 채무의 탕감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말한다고 생각하든, 광기에서 말한다고 생각하든, 아니며 다른 이유 때문에 말한다고 생각하든 모두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조상들의 전통과 맞지 않는 대책을 도입하려는 사람에 맞설 것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채무 탕감이 아니라 불안 완화이기 때문에 나는 현재 일어난 혼란에 대해 한 가지 대책을 밝히려 합니다.


서둘러 독재관을 세웁시다. 그는 권한을 어떻게 쓰더라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원로원과 평민에게 로마에 가장 이로운 일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악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다른 대책은 없습니다.”


아피우스의 연설이 끝나자 젊은 원로원 의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가장 필요한 대책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세르빌리우스와 나이가 많은 의원들은 그의 말에 반대했지만 젊은 의원들의 뜻을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이 폭력적으로 맞섰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은 아피우스가 독재관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야말로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뜻밖에 두 집정관은 그를 배제하고 만니우스 발레리우스를 독재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로마에 공화정 시대를 연 첫 집정관 푸블리우스 발레리우스의 형제였기 때문에 평민에게 인기가 많았고, 게다가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두 집정관의 생각은 이러했다.


“독재관의 권한이 주는 두려움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모든 면에서 공평한 사람을 원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발레리우스는 독재관으로 취임한 뒤 퀸투스 세르빌리우스를 사마관으로 임명했다. 퀸투스는 이전에 아피우스와 동료였던 세르빌리우스의 형제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6. 로마의 분열(3)-이어지는 외적의 침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