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로마의 분열(3)-이어지는 외적의 침입

by leo


로마의 혼란은 전통적인 희생제례와 해마다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어 치르던 축제 덕분에 한동안 잠잠했다.


로마인이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을 때 사비니 족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사비니 족은 오랫동안 침략의 기회를 기다려왔던 것이었다. 그들은 밤중에 출정했다. 로마인이 눈치 채기 전에 로마까지 접근하려는 속셈이었다. 경무장 보병 일부가 낙오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습격을 당한 농장 주인들이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로마는 아마 손쉽게 함락됐을 것이다.


당장 혼란이 일어났다. 적이 성문에 접근하기 직전에 농부들이 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도시에 있던 로마인은 전통 의상을 입고 축제를 즐기던 도중 적이 침략해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로마는 곧바로 무기를 들었다.


세르빌리우스 주변에 상당한 규모의 지원병이 모였다.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적을 치러 나갔다. 적은 서둘러 오느라 제대로 못 자고 강행군으로 지친데다 로마군이 곧바로 반격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로마군과 사비니군은 곧바로 전투에 들어갔다. 양측 모두 질서도 없고 기율도 없이 의욕만 갖고 싸움에 나섰다. 하지만 전투가 이어지는 사이 양측은 다시 대오를 갖춰 싸우게 됐다. 보병은 보병과, 기병은 기병과 서로 맞대결했다.


잠시 후 양측에 각각 지원병이 도착했다. 두 도시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원병들은 악전고투하고 있던 동료들을 격려했다. 그 덕분에 양측 병사들은 오랫동안 힘든 전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로마에서는 기병들이 지원하러 달려왔다. 덕분에 로마군이 사비니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사비니 병사 중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로마군은 적지 않은 수의 포로를 이끌고 로마로 돌아갔다.


축제를 구경하러 온 것처럼 꾸미고 로마에 들어온 사비니 인을 색출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들은 동료 사비니 병사들이 로마 성벽 밖에서 공격할 때 로마의 주요 지점을 점령해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킬 생각이었다. 그들은 모두 붙잡혀 감옥에 들어갔다.


로마는 투표를 통해 전쟁으로 중단된 축제를 두 배로 크게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다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로마가 축제를 즐기는 동안 아룬키 인이 보낸 사절단이 로마에 도착했다. 그들은 캄파니아 평원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로마 원로원에서 요구안을 내놓았다.


“볼스키의 영토인 에케트라를 우리에게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둔군을 철수시키기 바랍니다. 만약 거부한다면 곧바로 로마에 쳐들어와 복수를 할 것입니다.”


로마는 볼스키에게서 에케트라를 빼앗은 뒤 그곳에 정착한 식민지단에 땅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주둔군을 보내 영토를 지키게 했다. 로마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룬키에 가서 이렇게 전하시오. 로마는 용기를 발휘해 적에게서 빼앗은 것은 무엇이든 정당하게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후손에게 재산으로 물려줄 수 있다. 우리는 아룬키와의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전쟁을 해보는 게 처음도 아니고, 이번 전쟁이 가장 끔찍한 것도 아니다.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남자가 나서 싸우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다. 이것이 용기를 겨루는 것이라면 두려움 없이 기다릴 것이다.”


아룬키 사절단이 로마의 답을 들고 돌아오자 아룬키는 곧바로 대군을 이끌고 로마를 향해 진격했다. 로마도 세르빌리우스를 사령관으로 내세워 출정했다.


양 군대는 로마에서 30㎞ 정도 떨어진 아리키아 인근에서 만났다. 양측은 위치가 좋은 언덕에 진을 쳤다. 두 진지 사이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로마군과 아룬키군은 진지를 구축한 뒤 평원으로 나섰다. 전투는 아침 일찍 시작됐다. 양측은 한낮이 될 때까지 계속 싸웠다. 양측에서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룬키는 원래 호전적인 민족이었다. 게다가 체구가 좋고 힘도 세고, 외모도 아주 강인해보였다.


이 전투에서 한 해 전 독재관이었던 기병 사령관 아울루스 포스투미우스 알부스가 가장 용감했다고 전해진다.


전투가 벌어진 장소는 기병대가 활동하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바위가 많은 언덕이었던데다 깊은 협곡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양측 모두에게 기병은 별 쓸모가 없었다.


포스투미우스는 기병들에게 말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600명을 아주 단단한 조직으로 구성한 뒤 로마군이 가장 고전하는 곳을 골라 그곳을 지원하러 달려갔다. 그는 여러 곳에서 적군을 기습했고, 사병들과 함께 열심히 싸웠다.


아룬키의 기세가 한풀 꺾이자 로마군은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보병은 기병의 용기를 따랐다. 보병과 기병은 하나의 촘촘한 열을 이뤄 적의 우익을 언덕으로 밀어냈다. 일부는 진지로 달아나던 아룬키 병사들을 추격해 상당수를 베었다. 다른 일부는 여전히 버티고 있던 아룬키 군 후미로 돌아가 공격했다.


로마군은 달아나는 아룬키 병사들을 언덕까지 쫓아가 칼로 다리와 무릎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로마군은 적의 진지에 있던 병사들도 모두 몰아내고 진지를 점령한 뒤 약탈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챙길 전리품이라고는 무기와 말, 그리고 각종 전쟁용품 말고는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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