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평민의 반란(1)-성산에서 농성하다

by leo


평민은 발레리우스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들은 포로 로마노를 떠나는 발레리우스를 집까지 배웅했다.


평민은 더 이상 밤에 몰래 만나지 않았다. 이제는 공개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귀족으로부터 분리 독립할 계획을 추진했다.


원로원은 이를 막으려고 집정관에게 군대를 해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두 집정관은 각각 3개 군단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맹세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군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군대를 로마 밖으로 끌고 나갈 명분은 아이퀴와 사비니가 힘을 합쳐 전쟁을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두 집정관은 군대를 이끌고 로마에서 나갔다. 그리고 서로 가까운 곳에 진을 쳤다.


병사들은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모두 무기와 군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시키니우스 벨루투스의 선동에 따라 군기를 빼앗고 집정관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로마군에게 군기는 매우 중요한 상징물이었다. 신의 석상만큼이나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병사들은 시키니우스를 지도자로 삼았다. 그리고 로마에서 멀지 않은 아니오 강 근처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이후 이 언덕은 ‘신성한 언덕(성산)’이라고 불리게 됐다.


두 집정관과 백인대장들은 반란군에게 돌아오라고 말했다. 간청하기도 했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약속도 내놓았다.


시키니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귀족은 자유 시민이던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 로마에서 몰아내더니 지금은 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이오? 귀족은 이미 여러 차례 약속을 어겼소. 이제 우리에게 약속을 지킨다는 걸 어떻게 보장하겠소? 귀족은 로마를 독점하고 싶어 할 뿐이오. 가난한 사람과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는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우리의 조국으로 생각하기로 했소.”


로마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은 로마에 전해졌다. 순식간에 로마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났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많은 평민이 로마를 떠나려고 했다. 귀족은 그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굳이 로마를 떠나려고 한다면 혼을 내겠소.”


로마 성문에서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거친 말이 오갔고, 적대적인 행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나이, 우정 또는 여러 가지 미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원로원이 성문을 지키라고 경비병을 보냈지만 수가 적었기 때문에 떠나려는 사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할 수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마침내 많은 사람이 떼를 지어 성문 밖으로 몰려나갔다. 마치 로마가 함락된 것이나 마찬가지 혼란이었다.


뒤에 남은 사람들은 한탄했고, 버려진 로마를 보면서 서로 비난만 퍼부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원로원은 수시로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반란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이때 적군이 쳐들어와 영토를 노략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반란군은 근처 농지에서 농성에 필요한 식량을 충분히 챙겼기 때문에 여전히 신성한 언덕에 틀어박혀 있었다. 로마 시내와 주변의 여러 성채에서 떠난 사람이 대규모로 언덕에 몰려오기도 했다.


빚이나 처벌을 피하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게으르거나 방탕한 사람도 몰려왔다. 그리고 재산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나쁜 짓을 서슴지 않던 사람들, 또는 남의 재산을 늘 탐내던 사람도 몰려왔다. 여기에 여러 가지 불행 때문에 정부에 불만이 많던 사람들도 합류했다.


귀족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했고 실망했다. 반란군이 외적과 합세해 로마로 쳐들어오지 않을지 두려워했다. 마치 신호라도 받은 듯 귀족은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클리엔테스(피보호자)들과 함께 적이 접근해올 가능성이 있는 도로를 경비하러 달려갔다. 일부는 로마 주변 성채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은 로마 앞의 평원에 캠프를 차리기도 했다. 나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성벽 안에서 제자리를 지켰다.


반란군이 외적과 합세하거나 농토를 노략질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비난받을 만한 행동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로마에 들려왔다. 귀족은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그들은 마음을 바꾸고 반란군과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로원의 지도급 의원들은 서로를 비난했다. 나이가 많은 의원들은 현재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온건한 연설을 했다.


“평민은 악의적 의도를 갖고 로마에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닙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이성보다는 감성에 휩쓸린 결과입니다. 무지한 대중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게다가 평민 대다수는 잘못된 길을 간 걸 알고 있으며, 합리적인 명분만 주어지면 그들의 실책을 만회하겠다며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이미 행동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원로원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아주 명예로운 명분을 제공하고 미래의 희망을 제시한다면 평민은 기꺼이 로마로 돌아올 것입니다.


우수한 가치를 지닌 사람은 열등한 사람보다 강경해서는 안 됩니다. 무분별한 군중이 어쩔 수 없이 이성을 회복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더 큰 악으로 작은 악을 제거할 때까지 협상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평민이 무기를 내려놓고 스스로 자유를 박탈당하거나 지도자들을 내놓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평민을 아주 온건하게 다룸으로써 유익한 조언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귀족의 일이고, 우호와 평화를 증진시키는 것은 선량한 사람의 일이라는 걸 기억하게 해야 합니다.


원로원의 위엄은 피할 수 없는 참사를 아주 고귀하게 참으면서 정부를 안전하게 다스리는 정책 때문이 아니라 운명이 로마를 뒤집을 수 있다면서 분노하기 때문에 줄어드는 것입니다.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면서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짓입니다. 둘 다 확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안전이 겉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반란군에게 사절단을 보내 평화 협상을 합시다. 그들은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것은 없습니다.”


이 제안은 원로원의 승인을 받았다.


원로원은 적당한 사람들을 골라 신성한 언덕에 올라간 평민에게 보냈다. 로마로 돌아오기 위해 어떤 조건을 원하는지 알아보게 했다. 그들의 요구 조건이 합리적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면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평민이 무기를 내려놓고 로마로 돌아오면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고 완전한 사면을 허용할 방침이었다. 로마를 위해 최고의 행동을 보여주고 앞으로 국가를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으면 명예롭고 이로운 결과를 주기로 했다.


사절단은 신성한 언덕에 있는 평민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원로원 지시를 그들에게 전달했다.


반란군은 이러한 제안을 거부했다. 아주 거만하고 신랄하게 귀족을 비난했다.


“당신들은 평민의 요구를 모르는 척 하고 있군요. 우리가 왜 신성한 언덕에 올라왔는지 그 이유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반란 처벌을 면제해준다고 하는군요. 외적에 맞서 싸우려면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마치 당신들이 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외적은 곧 전 병력을 이끌고 로마로 쳐들어오겠지요. 귀족은 그들에 맞서더라도 버틸 수가 없을 겁니다. 귀족은 로마를 지키는 게 그들에게 득이 된다기보다는 그들을 도와주는 평민에게 더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귀족은 로마를 둘러싼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사절단은 평민의 주장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신성한 언덕을 떠났다. 그리고 반란군이 한 말을 귀족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로마의 귀족은 평민의 답변을 받은 뒤 이전보다 더 심각한 혼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원로원도 문제의 해결책이나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원로원의 지도급 의원들은 서로에게 욕설과 조롱을 퍼부은 뒤 매일 휴정을 거듭했다.


로마에 남아 있는 평민은 귀족에 대한 선의, 그리고 조국에 대한 사랑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지만, 상당수는 노골적으로, 또는 비밀리에 서서히 사라졌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집정관은 선거 날짜를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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