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스 평원에서 행정관을 선출할 날짜가 다가왔지만 어느 누구도 집정관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제안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미 집정관을 지낸 사람 중에서 두 명을 골랐다. 평민과 귀족 모두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포스투미우스 코미니우스와 스푸리우스 카시우스였다. 카시우스는 사비니 족을 정벌한 사람이었다. 이때는 BC 491년이었다.
이전 집정관에 비해 일찍 9월에 취임한 두 사람은 원로원을 소집했다. 그리고 평민의 귀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견해를 밝히라고 요청한 사람은 나이가 많아 지혜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중도 노선을 추구했기 때문에 정치적 원칙에 대해 늘 호평 받았다. 귀족이 오만하게 행동하는 것도, 평민이 모든 걸 마음대로 하려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아그리파 메네니우스였다. 그는 원로원에게 협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모든 원로원 의원이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어느 누구도 평민과 협상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면 남은 문제는 조건입니다. 정당한 조건이냐 부당한 조건이냐? 평민과 조율하기 전에 여러분이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짧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란군과 협상을 하는 게 나은지, 그들과 전쟁하는 나은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아주 짧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연설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어려움은 아주 사소한 것이며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해 동료 의원들을 놀라게 하면서 엄청나게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어 보이는 폐해를 고치는 데 소홀히 한다면 당신들의 말은 모순입니다.
자! 잘 봅시다. 지금 협상 반대파는 궁지에 빠졌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무엇이 편리한가를 판단할 때 논리보다는 열정과 광분에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이 아주 이롭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우리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주 강력한 나라, 엄청난 영토를 가진 나라, 증오의 대상이 되는 나라, 이웃에게 불평의 원인이 되는 나라는 평민 없이도 속국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망나니 같은 사람들 대신 더 나은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들은 우리의 패권을 위해 싸울 것이며 평화로울 때나 전쟁 때에나 엄청난 자제력으로 품위 있게 행동하면서 똑같은 정부 아래에서 함께 살 수 있다.’
이런 편의주의는 얼마나 멍청한 생각입니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생각해보십시오.
평민은 여러분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여러분이 그들의 불행을 동료나 자제력을 가진 사람의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달아난 것입니다. 그들은 여러분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고 그런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불명예스럽지 않게 여러분과 협상할지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평민은 행운의 여신이 준 기회를 잡아 기분이 고양돼 있습니다. 이번 일을 로마를 무너뜨리려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퀴, 볼스키, 사비니, 헤르니키 등 로마에 전쟁을 선포할 기회만 노리고 있는 적들은 최근의 패배를 분통하게 생각하면서 우리의 영토를 약탈하고 있습니다. 캄파니아와 에트루리아는 충성심이 항상 의심스러운 지역입니다. 일부는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나머지는 비밀리에 반기를 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친척인 라틴족도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인간이 갈망하는 것처럼 변화를 위한 열정에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다른 도시를 포위하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지금 로마에 앉아 벽 안에 갇힌 채 땅에 씨를 뿌리지도 못한 채 농촌이 약탈당하고 가축이 전리품처럼 도둑맞고 노예가 달아나는 걸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행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평민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법령 하나만 통과시키면 반란을 끝낼 힘을 갖고 있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성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주 불행스러운 만큼 성 안의 상황도 끔찍합니다. 우리는 동맹들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적에 맞서 싸울 만큼 수가 많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이 작고 불충분한 군대 중에서 대다수는 평민입니다. 노동자, 클리엔테스, 예술가 등입니다. 비틀거리는 귀족을 지켜준다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들조차도 계속해서 반란군에게 달아나는 바람에 나머지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보다도 영토가 적에게 점령당했을 때 물자를 보급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두렵게 합니다. 일단 실질적인 물자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 두려움은 더 커질 겁니다.
전쟁은 단 한순간도 마음의 평화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든 비극보다 더 참담한 것은 반란군의 아내, 젖먹이 아이, 부모 들이 가련한 옷을 걸친 채 포로 로마노와 거리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한탄하고 울부짖고 애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고는 그들을 괴롭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개탄합니다. 앞으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장면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장면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만큼, 이들의 불행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만큼 천성적으로 잔인하지 않습니다. 평민의 선의를 믿지 않는다면 이 사람들을 서둘러 몰아내야 합니다. 포위당해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면 그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쫓아낸다면 무슨 병력으로 로마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어떤 도움에 기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대비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자연스러운 피난처이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희망, 즉 젊은 귀족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들은 소수입니다. 그들을 믿고 우리의 기상을 고양시키는 것은 타당한 일이 아닙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전쟁을 하자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피를 흘리지 말고 로마를 적에게 내어주자고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면서 우리를 속이는 겁니까?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아닌 걸 두려워하라고 촉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로마는 단순히 주민 교체라는 것 이상의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다른 장소에서 많은 노동자와 클리엔테스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을 겁니다.
평민에 반대하는 많은 원로원 의원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게 이 계획입니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단연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일부는 벌써 이런 계획에 얼마나 심취했는지 그럴 듯한 견해를 내놓기보다는 실현 불가능한 소원만 계속 지껄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적이 로마 근처에 다가왔는데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까? 위험은 전혀 지체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기로 돼 있는 지원군은 늦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아량이 주어질까요? 어떤 사람, 어떤 신이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여러 곳에서 달려오는 지원군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모을 수 있게 도와주겠습니까?
게다가 조국을 떠나 우리에게 달려올 사람은 과연 누구입니까? 조상의 명성이나 그들의 영예 덕분에 동료로부터 존경을 받고, 집과 가족은 물론 재산을 많이 가진 그런 사람입니까? 다른 사람의 불행을 덜어주기 위해 그의 축복을 저버리는 데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들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기가 아니라 위험한 전쟁을 앞둔 시기에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일을 하러 오는 것입니다. 아니면 빚이나 재판 때문에 쫓겨나 집이 없는 떠돌이 평민을 대거 받아들이려는 것입니까?
아주 선량하고 온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로마 출신도 아니고 우리의 관습, 법률, 교육에 익숙하지도 않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의 평민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로마 토박이는 이곳에 지켜야 할 아내, 자식, 부모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소중한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을 키운 흙을 좋아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뿌리 깊게 박혀 근절할 수 없는 성향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데려오려고 하는 사람들은 뿌리도 집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원래 소유주로부터 땅을 빼앗아 그들에게 나눠주고 도시의 다른 구역을 할당해 준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동료 시민에게도 거부한 일이 아니었습니까?
아마 그들은 이런 조치에 만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명예를 똑같이 나누자고 우기게 될 겁니다. 행정관 자리는 물론 귀족이 누리고 있는 모든 특혜 말입니다.
그들의 요구 중 하나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면, 그들이 적이 안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영토와 헌법은 누더기가 될 겁니다. 스스로 망쳐버리게 될 겁니다.
지금 필요한 사람은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고 실력을 입증해야 할 농부나 기술자, 상인이 아니라 전투 훈련을 받은 남자, 기율이 몸에 박힌 남자라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군사 동맹과 관련해서 저는 우리를 도와줄 군대가 결성됐다는 걸 들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동맹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더라도 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들을 로마 안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여러분에게 조언합니다. 특정 도시가 도와주러 온 군대에 점령당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빈곤한 사람이 부자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고, 저열한 계층이 고귀한 계층에 반기를 드는 일이 일어난 것은 우리가 유일한 것도 아니고 처음도 아닙니다. 크든 작든 모든 나라에서 하류 계급은 대개 상류 계급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게 마련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아량을 베풀면 나라를 구하고, 아주 거만하게 반응하면 선의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잃은 사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많은 부속으로 이뤄진 물건은 대개 한두 개의 부속에서 발생한 혼란에 영향을 받게 마련입니다. 부속 한두 개를 잃어버리는 것은 나중에 전체를 파괴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사람의 몸에서 아픈 부분을 항상 잘라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민 공동체의 무질서한 부분을 항상 몰아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궁지에 몰렸을 때 사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심지어 신도 그때는 양보하는 법입니다.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짜증내지 말고, 마치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자만심이나 어리석음에 빠져들지도 마십시오. 마음을 느긋하게 가라앉히고 양보하십시오. 다른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부터 신중하십시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는 그들의 행동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을 따라하고, 어떻게 하면 다른 행동이 이 행동에 어울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엄청난 상처를 준 많은 적을 굴복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파괴하려도 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재산을 완전히 몰수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의 집과 땅을 그대로 남겨뒀고, 그들에게 태어난 곳에서 계속 살게 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에게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로마의 시민이 되게 하는 특권도 줬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더 훌륭한 행동은 사악한 잘못을 저지른 동료조차도 처벌받지 않고 용서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 중에는 안템나이, 크루스투메리움, 메둘리아, 피데나이와 다른 여러 도시에 보낸 식민지단이 있습니다. 우리가 도시를 점령한 뒤에 적을 아주 관대하게 용서하고 동료 시민으로 삼은 모든 사례를 더 이상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로마는 이런 과정에서 위험이나 비난을 자초한 적이 없었고, 관대함은 늘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안전이 약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적도 용서한 우리가 친구와 전쟁을 하는 게 온당한 일입니까? 정복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은 우리가 로마의 패권을 일궈내는 데 힘을 보탠 동료를 처벌하는 것 또한 옳은 일입니까? 안전을 찾아온 모든 사람에게 로마를 피난처로 제공한 우리가 함께 자라고 교육받았으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수많은 경험을 나눈 토박이를 로마에서 내쫓는 게 정당한 일입니까?
그건 절대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정당하게, 그리고 전통에 합당하게 행동하려고 한다면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순간적인 흥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반란이 진정돼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평민이 얼마나 성급해졌는지 봐라. 그들이 먼저 일을 저질러놓고도 협상하자고 제의하지 않고 우리가 보낸 사람에게 합리적인 답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거만하게 위협까지 했다. 따라서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기도 어렵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보겠습니다. 평민이 우리와 화해할 수 없다거나 그들이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말만 할 뿐이지 실제 행동으로 나설 뜻이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간절히 협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소중한 고국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산, 집, 가족, 그밖에 가장 중요한 모든 것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평민은 땅도 없고 집도 없으며 소중한 가족, 친척과 헤어져 있습니다. 매일 먹을 빵도 부족합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저들은 참혹한 상황에 시달리면서도 우리의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에게 협상을 제안하지도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그들은 원로원에서 보낸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 걸맞은 친절하고 온건한 행동이 뒤를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속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그들을 살릴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천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평민은 그들을 비난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걸 두려워해서 사절을 보내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평민은 근거 없는 경쟁 심리에 사로잡혀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무리는 아닙니다. 심지어 우리들 중에도 싸우기 좋아하고 논쟁을 벌이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의원이 있습니다. 사적인 문제든 공적인 문제든 상대방에게 지는 걸 참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누르려고만 하고, 상대방이 굴복하기 전에는 절대 호의를 베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평민에게 그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로 구성한 사절단을 보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사절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조건으로 반란을 끝낼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어떤 내용이라도 다시 원로원에 보고해서 승낙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귀족에게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평민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우리가 진심으로 협상을 원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더 유화적인 조건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명예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은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분노로 불타오를 때에는, 특히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거만한 사람 앞에서 더 분노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온순해지는 법입니다.”
메네니우스가 연설을 마치자 원로원 곳곳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의원은 끼리끼리, 생각이 비슷한 부류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평민에게 우호적인 의원들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귀족 사회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 우리의 생각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평민을 로마로 데려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정부 형태에 변화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골수 귀족주의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바람직한지 알 수 없어 우왕좌왕했다.
“원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메네우스 의원이 저렇게 말씀하셨는데 우리의 고집을 계속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중도파는 일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로마가 포위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합니다.”
원로원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두 집정관 중 나이가 더 많은 포스투미우스가 메네니우스의 연설을 칭찬하고 나섰다.
“정말 관대한 제안이었습니다. 다른 의원들도 메네니우스 의원처럼 충성스러운 국가의 수호자라는 걸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의견을 밝히시고 두려움 없이 법안을 이행하시기 바랍니다.”
포스투미우스는 두 번째 의원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로마를 왕정에서 구해내는 데 힘을 쏟은 푸블리우스 발레리우스의 형제인 마니우스 발레리우스였다. 그는 어떤 귀족들보다도 평민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의원 여러분! 제가 추진했던 정책을 한 번 되돌아보십시오. 그런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수시로 말씀드렸지만, 여러분은 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조건의 합리성을 따지고 들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어떻게 하면 반란을 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지,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반란이 서서히 치료불가능한 일로 번지지 않게 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라도 치료하기 힘든 일이 안 되도록 할 수 있는지, 또 엄청난 골칫거리의 원인이 안 되도록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평민의 요구조건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평민은 똑같은 조건으로 협상을 시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빚을 없애달라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평민은 아마 다른 지원을 요청할 겁니다. 미래에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독재관 제도가 도입된 이후 평민의 자유를 보호하던 법은 폐지됐습니다. 어떤 시민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는, 심지어 집정관에게도 처형당하지 않게 해 주는 법이었습니다. 귀족에 의해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평민이 그들을 기소한 사람에게 넘겨지지 않도록 해주고, 기소된 사람이 항소권을 행사하기를 원하면 최종 결정권을 귀족이 아니라 민회에 넘겨주는 법이었습니다. 그리고 민회의 판결이 최종적이라는 법이었습니다.
과거 평민이 가졌던 모든 특권은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평민은 어느 누구보다 큰 명예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던 푸블리우스 세르빌리우스 프리스쿠스를 위해 개선식을 열어주고 싶었지만 원로원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부터 평민의 스트레스는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예상됐다시피 그들의 안전에 대한 희망은 점점 희박해졌습니다. 집정관이나 심지어 독재관도 평민의 이익을 챙겨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평민에게 보여주었던 열정과 관심은 조롱과 무시만 받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귀족 중에서도 좀 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부당한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례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꾸민 음모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주 높은 이율로 엄청난 돈을 빌려준 뒤 동료 시민을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을 아주 잔인하고 거만하게 취급하면서 평민과 귀족의 사이를 벌려 놓았습니다. 이들은 또 당파를 만들어 평민의 적이면서 과두정 주창자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를 지도자로 삼았습니다. 그를 통해 로마의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만약 원로원의 온건한 사람들이 이들에게 반대의 뜻을 밝히지 않는다면 로마는 노예로 전락하고 완전히 파괴돼버릴 것입니다. 저는 메네니우스 의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즉시 사절단을 보내야 합니다. 사절단은 평민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반란을 무마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