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평민의 반란(3)-강경파 아피우스의 분노

by leo


발레리우스에 이어 귀족파의 지도자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일어나 연설했다. 그는 훌륭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생활은 아주 소박했고 위엄이 있었다. 정치적 원칙은 고귀했고, 귀족의 고귀함을 지키는 데 전념했다.


“발레리우스가 의견만 밝히고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비난을 덜 받아도 됐을 것입니다. 그의 결점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우리를 시민 중에서 최악의 인간들에게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한 조언을 내놓으면서 반대파를 공격하고, 게다가 화살을 나에게 겨눴습니다. 나는 당연히 이런 문제에 대해 연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나 발레리우스가 나에게 한 비난에 대해 해명하고자 합니다. 그는 시민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나를 비난했습니다. 내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모으려고 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평민의 반란은 전적으로 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근거 없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자! 발레리우스, 말해보시오. 내가 누구를 빚 때문에 노예로 전락시켰소? 누구를 감옥에 가뒀고, 지금도 가두고 있는 것이오? 어떤 반란군이 나의 잔혹성과 탐욕 때문에 조국을 빼앗겼단 말이오? 왜, 당신은 누구의 이름도 거론하지 않는 것이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는 어떤 시민도 빚을 이유로 해서 노예로 삼지 않았습니다. 재산을 엄청난 규모로 늘렸기 때문에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 중에서 누구도 인신을 넘겨받거나 시민권을 박탈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그들 모두는 여전히 자유롭고, 나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클리엔테스가 됐습니다.


나는 나처럼 행동하지 않았다고 남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또 법으로 허용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어떤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단순히 나에게 쏟아진 비난에 대해 해명을 하려는 것입니다.


발레리우스는 내가 가혹하고, 사악한 무리의 후원자처럼 행동한다는 주장했습니다. 귀족정을 옹호한다고 해서 나를 민중의 적이라고 부르고 과두정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여기 계신 원로원 의원 중에서 열등한 가치를 가진 사람에 의해 통치 받거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정부 형태가 최악의 제도인 민주주의에 의해 전복당하는 걸 싫어하는 의원들에게도 해당합니다.


만약 발레리우스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정부를 과두정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해서 이 정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정부 형태는 단순히 이름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나는 발레리우스에게 더 정당하고 더 진실한 비난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야말로 민중의 아첨꾼이며 독재적 조치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독재는 민중의 아첨꾼에게서 시작한다는 걸 온 세상은 다 알고 있습니다. 조국을 노예로 만들려는 사람이 가려는 길은 최악의 시민들에게서 호의를 얻어 지배권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발레리우스가 지금까지 해온 짓이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짓입니다.


비열한 이 쓰레기들은 발레리우스처럼 고귀하고 강력한 사람의 재촉을 받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더라도 전혀 위험한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처벌을 안 받을 것이며 얻을 게 많다는 걸 믿지 않았다면 감히 이런 짓을 저지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발레리우스가 전쟁이라는 말로 우리를 놀라게 하면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또 가난한 사람들이 채무 면제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이전처럼 원로원에 의해 지배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내가 한 말이 얼마나 사실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발레리우스는 현재 상태를 묵인하고 평민이 요구하면 귀환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 조건이 명예로운 것인지 부끄러운 것인지, 정당한 것인지 부당한 것인지 따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무분별한 폭도들은 우리가 수많은 명예를 선사했던 이 늙은이의 사주를 받아 이렇게 오만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자가 나에게 지껄인 재앙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 말만으로도 해명이 충분합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여 논의하려는 주제에 대해서는 나는 처음에 제안했던 것을 똑같이 다시 제안하려고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정당하고 로마에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정부 형태를 어지럽히거나 조상의 관습을 바꿀 필요도 없을 것이며, 선량한 신념을 버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국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신성한 일이며, 부당하고 불법적인 일을 요구하는 어리석은 평민에게 굴복하지 않는 길이 될 것입니다.


평민을 사주해 공격하게 함으로써 나를 놀라게 하려는 적이 무섭다는 이유로 나는 견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평민의 요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하고 모욕감을 느끼면서 결심을 한층 더 강하게 다지는 바입니다.


원로원 의원 여러분! 우리의 판단이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평민이 적으로 돌변하기 이전에 이미 채무 면제는 물론 판결 유예를 허용하지 않기로 해놓고도 평민이 무장해서 적대감을 보이는 지금에 와서는 그들의 이런저런 요구를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평민은 명예를 똑같이 나눠가지고 똑같은 특권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첫 번째 요구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정부 형태가 세상의 모든 제도 중에서 가장 비논리적이면서, 다른 사람을 통치하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는 가장 불편한 민주주의로 변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제 정신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에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독재자 한 명의 통치를 받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해놓고 지금에 와서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독재자인 민중에게 여러분을 맡기려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주 우아하게 그들의 청원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몰려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는 꼴이 됐으니 말입니다.


무분별한 폭도가 잘못에 대해 처벌받는 대신 명예와 보상까지 얻는다면 그들이 얼마나 고집스럽고 오만해질지는 생각해보셨습니까? 우리 모두가 협상을 하자는 법안에 동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고 해서 저들이 요구조건을 완화할 것이라는 희망은 조금도 갖지 마십시오.


아주 현명한 분인 메네니우스 의원은 이런 점에서 잘못 알고 계신 것입니다. 그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힐 것입니다. 항상 승리자에게 따라다니기 마련인 오만과 대중에게는 늘 상존하는 어리석음이 그들을 늘 부추길 것입니다.


분명히 나중에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평민은 무기를 들고 이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편리하다고 해서 그들의 첫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정말 나쁜 것을 받아들이는 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양보가 두려움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나쁜 일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우리가 로마에서 쫓겨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은 많은 도시에서 일어난 선례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땅주인이 소작농에게 밀려난 시라쿠사가 좋은 사례입니다.


이런 상황에 분개해서 그들의 요구에 반대한다면 왜 여러분은 자유민의 정신을 발휘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까? 많은 피해를 입고, 그 피해에 굴복한 이후보다는 피해를 입기 전에 도발이 적을 때 우리의 자랑스러운 정신을 발휘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분노하고 더 이상 참지 않고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합니다. 여러분 중 어느 누구도 반란군의 위협적인 함성이나 외적과의 전쟁에 겁먹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힘이 로마를 지키기에는 부족하다고 깎아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도망자의 힘은 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겨울에 야외의 오두막에서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현재 저장한 식량을 다 먹고 나면 단순히 약탈만으로 식량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사 오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가난해서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쟁 때문에 그들은 돈을 모으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무정부 상태,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혼란이 찾아올 것이며, 머지않아 그들의 자문단을 혼란에 빠뜨릴 것입니다.


분명히 평민은 사비니 족이나 에트루리아 족, 또는 다른 외국인에게 항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때 자유를 빼앗았던 사람들에게 노예가 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사악하고도 부끄럽게 조국을 파괴하려던 사람을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도 똑같은 상황에 몰릴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로마 주변의 모든 도시는 귀족들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평민은 정부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 도시의 주요 인사들은 평민이 혁신을 하게 놔두지도 않을뿐더러 외국의 반란 세력이 그들의 영토로 들어오는 걸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똑같은 권리와 특혜를 부여하면 언젠가는 동등한 위치나마 빼앗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의 예상이 틀려 어떤 도시가 그들을 받아들인다고 합시다. 그들은 곧바로 적으로 돌변하거나 그런 대우를 받아도 마땅한 사람으로 변할 겁니다.


우리는 그들의 부모, 아내, 다른 친척을 인질로 붙잡고 있습니다. 신에게 기도로 요청을 해도 구하기 힘든 최고의 인질입니다. 그들의 친척이 보이는 곳이 이런 걸 설치합시다. ‘만약 그들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가장 처참한 고문을 한 뒤에 친척을 모두 죽이겠다.’


평민은 이런 내용을 알게 되면 분명히 간청하거나 탄원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무장을 버린 채 우리에게 항복해 올 겁니다. 무엇이든지 내놓으려고 하면서 말입니다. 혈연관계라는 것은 어떤 오만한 계산보다 뛰어난 힘을, 모든 걸 무효로 돌려버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망자들과 전쟁을 할 거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오는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이러한 위험이 단지 말뿐이었다는 걸로 판명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또 적이 우리에게 그들의 힘을 알아볼 기회를 제공했을 때 실제로는 우리의 걱정보다 약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의 힘이 약해서 전쟁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줍시다.


‘당신들은 우리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군.’


게다가 우리는 활력이 넘치는 노예를 골라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해서 병사로 만든다면 반란군을 충분히 다룰 힘을 확보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노예에게 자유를 주는 게 훨씬 낫습니다. 노예는 이미 여러 전쟁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전투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적과 관련해서는 아주 서둘러 진격합시다. 그리고 모든 클리엔테스와 남아 있는 평민을 데리고 갑시다. 그들에게 싸울 열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채무를 면제해준다고 합시다. 집단적으로 모두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골라서 주는 겁니다.


우리가 양보해서 온건하게 대처하더라도 이미 적이 된 자들에게까지 온건함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서로 호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에게 강제적으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보여주면 됩니다.


다른 지원이 더 필요하다면,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성채를 지키는 주둔군을 데려옵시다. 식민지에 보낸 사람들도 부릅시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지난번 인구조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군에 들어갈 나이가 된 사람만 약 13만 명에 이릅니다. 반군은 이들과 비교하면 7분의 1에 불과합니다.


라틴동맹의 30개 도시에서 올 지원군은 거론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친척이기 때문에 과거에 그렇게 원했던 시민권을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당연히 우리를 위해 싸우러 올 것입니다.


전쟁에서 가장 큰 장점은 여러분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자문한 어떤 사람도 말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걸 나열하고 연설을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전쟁을 승리로 장식한 사람에게 훌륭한 장군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적에게는 장수가 부족하지만 로마에는 훌륭한 장군이 넘쳐납니다. 지휘할 줄 모르는 장군이 이끄는 적은 패배를 불러올 뿐입니다. 군대 병력이 많을수록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지요. 반면 좋은 장군은 아무리 적은 군대를 맡더라도 큰 성과를 거둡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휘를 맡을 장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한 복종할 사람이 모자라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로마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기억하면서 절대 저열하고 비열하고 가치 없는 것에 투표하지 마십시오. 이것 말고 어떤 제안을 제가 내놓아야 하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오랫동안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사절단을 반란군에게 보내지 마십시오, 그들의 빚을 탕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마십시오. 이밖에 두려움과 당혹감을 드러내는 어떤 행동도 보이지 마십시오.


만약 반란군이 무기를 내려놓고 로마에 돌아와서 그들의 운명을 여러분에게 맡기면 나는 먼저 상황을 조사해서 그들을 온건하게 처벌하면 됩니다. 지각없는 모든 존재는 온순한 사람에게는 거만하게, 거만한 사람에게는 온순하게 대하는 법이라는 걸 꼭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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