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평민의 반란(4)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클라우디우스가 연설을 마치자 원로원이 떠나갈 것 같은 박수와 함성이 한참이나 터져 나왔다. 귀족파로 알려진 사람들은 클라우디스가 말한 것처럼, 부당한 길보다는 정당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두 집정관에게 귀족파의 결정을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행정관의 권력은 평민이 휘두르던 게 아니라 왕들이 휘두르던 것이오. 두 집정관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중립을 지키시오. 그리고 원로원 의원들에게 특정 견해를 지지하라고 압력을 넣지 마시오. 의원들의 견해를 들은 뒤에 다수의 뜻을 받아들이시오.
만약 두 집정관이 이를 거부하고 협상을 결론지을 독단적인 권한을 행사하려한다면 우리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이에 맞서겠소.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것이오.”
귀족파는 힘이 있는 당파였다. 모든 젊은 귀족이 이런 방침에 동의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의원들은 메네니우스와 발레리우스의 견해를 더 좋아했다. 특히 경험이 많고 내전의 결과로 로마에 밀어닥친 많은 재앙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이들은 젊은 귀족들의 함성과 무질서한 행동에 놀라고 그들의 적대감을 걱정하게 됐다. 또 그들이 두 집정관을 무례하게 다루다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들은 결국 눈물과 간청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덕분에 혼란과 소음은 가라앉았다.
두 집정관은 한동안 협의를 진행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원로원이 한 마음을 이루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의 안녕을 다룰 때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양보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젊은이들이 똑같은 나이가 됐을 때 후배들로부터 똑같은 존경심을 받게 되리라는 걸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원로원은 지금 모든 인간에게 가장 나쁜 해악인 갈등 상황에 빠져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이 가진 무례함은 너무나 극심합니다. 게다가 오늘 남은 시간도 얼마 없습니다. 우리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원로원 회의를 해산하겠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다음 회의 때에는 더 온건한 정신으로, 더 나은 조언을 듣고 오시기 바랍니다.
젊은 의원들의 호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여러분을 이 문제에 대해 심판관이나 자문단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원로원 의원이 되려면 일정한 나이에 이르러야 한다는 법을 만들어 젊은 의원들의 무질서한 행동에 제약을 둘 것입니다.
연로한 의원들에게는 의견을 밝힐 기회를 다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한다면 다음과 같은 신속한 방법을 통해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습니다.
우리는 로마에 살기 시작한 이후 법을 갖고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원로원은 행정관을 임명하고 법을 집행하고, 전쟁을 선포하거나 종료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합니다. 이 세 가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민회에 있습니다. 그들이 투표로 결정합니다.
우리는 지금 전쟁이냐 평화냐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민회에 투표해서 결정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법에 따라 포로 로마노에서 민회를 소집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거기서 견해를 밝힌 뒤에 투표를 하겠습니다. 이것이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최상의 방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로마시민 대다수가 결정하는 게 무엇이든 그 결정을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이런 명예는 로마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언제나 행운과 불운을 함께 나눈 사람들이 집정관에서 부여한 것입니다.”
두 집정관은 원로원 회의를 산회했다. 이후 여러 날 동안 두 집정관은 곳곳에 포고령을 발표했다. 로마 시내는 물론 시골이나 성채에 사는 모든 로마 시민은 민회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원로원 의원들에게도 같은 날 민회에 참석하라고 개별적으로 통지했다.
민회가 열리던 날 로마 거리는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반란군의 부모, 아내, 어린 아이들이 애원하고 눈물을 흘리고 간청하는 바람에 귀족들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포로 로마노로 갔다. 그곳도 로마 시내는 물론 밤에 멀리서 달려온 사람으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참가자들은 모두 불카누스 신전으로 갔다. 그곳에서 민회를 여는 게 관습이었다.
두 집정관은 이렇게 연설했다.
“이렇게 포로 로마노를 가득 메워준 로마시민들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원로원 사전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신성한 언덕에서 농성하고 있는 시민들의 가족과 친척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그들은 곧 가족 품으로 돌아올 겁니다.”
두 집정관과 원로원 의원들은 모두 회의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모두 합리적이고 온건하게 연설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아주 편리하고 잔혹하지 않게 연설하라고 당부했다. 가장 먼저 메네니우스가 일어나 이전 회의에서와 똑같은 취지로 연설했다.
“협상에 대해 전권을 가진 사절단이 서둘러 반란군에게 파견돼야 합니다.”
과거에 집정관을 경험했던 의원들이 나이에 따라 차례로 연설했다. 그들은 모두 메네니우스의 견해를 지지했다.
이어 클라우디우스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두 집정관과 모든 의원들이 반란군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고 그들을 데려오는 걸 보니 무척 기쁘군요. 저는 협상에 반대하는 유일한 의원이 됐습니다. 앞으로 평민은 저를 계속 미워하겠지요. 동시에 그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사람이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전의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로마시민으로서 저의 자리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와 똑같은 견해를 가졌던 사람들이 저를 버리면 버릴수록 저는 언젠가 더 많은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살아서는 로마시민에게 존경 받고, 죽어서는 후손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로마의 수호신이며 로마의 모든 영토를 지켜주는 영웅이자 전지전능한 신이신 유피테르 카피톨리누스여! 도망자들의 귀환이 모두에게 명예롭고 이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예언이 모두 틀리기를 바랍니다. 이번 일 때문에 로마에 불행이 닥친다면 신께서 서둘러 고쳐주시고 로마에 안전과 평화를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이익이 되는 일만 하지 않고 가장 합리적인 일을 말하려 했고, 저의 개인적 안전보다는 로마를 배신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유피테르 신이여! 저에도 호의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이상은 신에게 드리는 기도입니다. 연설은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견해는 이전과 같습니다. 로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빚만 탕감해주고, 반란군이 무기를 들고 있는 한 전쟁으로 응대하자는 겁니다.”
나이 든 의원들의 견해는 모두 메네니우스와 일치했다. 이번에는 젊은 의원들이 연설할 순서였다. 원로원은 초긴장상태로 접어들었다.
명문 가문의 후계자인 스푸리우스 나우티우스가 일어섰다. 이 집안의 시조인 나우티우스는 아이네아스와 함께 트로이 난민을 이끌고 온 사람이었다. 그는 아테나 폴리아스를 모시는 사제였다.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에서 탈출할 때 나무로 만든 아테나 여신상을 갖고 왔다. 나우티우스 집안이 대대로 이 목상을 보살피는 일을 맡았다.
스푸리우스 나우티우스는 이런 점 때문에 젊은 의원 중에서 가장 탁월한 인물이었다. 그는 머지않아 집정관 자리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그는 모든 젊은 의원을 대변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지난번 회의 때 우리는 나이가 많은 의원을 적대시하고 무례하게 대함으로써 의견을 바꾸라고 강요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실수를 했다면 젊어서 판단에 착오를 한 것입니다. 용서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견해를 바꿈으로써 무례하게 행동하려던 게 아니었다는 걸 입증하겠습니다. 나이가 많은 의원들은 판단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로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에 결정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젊은 의원들은 어떤 반대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이가 많은 의원들의 조언을 따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의원이 나우스티우스의 견해를 지지했다. 극소수만 클라우디우스를 옹호했다.
두 집정관은 마지막으로 회의를 정리했다.
“젊은 의원들의 고귀한 행동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공적인 업무에서 똑같은 생각으로 행동을 해주시면 더 바라는 게 없겠습니다.”
원로원은 나이가 많은 의원 중에서 대표단 10명을 뽑았다. 한 명은 집정관이었다. 대표단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가이우스의 아들 아그리파 메네니우스 라나투스, 볼루수스의 아들 마니우스 발레리우스, 푸블리우스의 아들 푸블리우스 세르빌리우스, 퀸투스의 아들 푸블리우스 포스투미우스 투베르투스, 티투스의 아들 티투스 아이부티우스 플라부스, 푸블리우스의 아들 세르비우스 술피키우스 카메리누스, 푸블리우스의 아들 아울루스 포스투미우스 발부스, 아울루스의 아들 아울루스 베르기니우스 카일리몬타누스.
결론을 내린 뒤 원로원 회의는 막을 내렸다. 두 집정관은 민회로 달려갔다. 그들은 전령관에게 원로원 회의에서 결정된 법안을 낭독하라고 했다.
“우리는 사절단으로 간 의원들에게 협박이나 사기를 제외하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달래 로마로 데려오라고 지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