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평민의 반란(5)-권력자는 합의를 우습게 안다
원로원 회의는 막을 내렸다. 두 집정관은 민회로 달려갔다. 그들은 전령관에게 원로원 회의에서 결정된 법안을 낭독하라고 했다.
“사절단으로 간 의원들에게 협박이나 사기를 제외하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달래 로마로 데려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원로원 사절단은 그날 바로 로마를 떠났다. 로마에 퍼진 모든 소식은 사절단보다 먼저 반란군의 캠프로 전달됐다. 신성한 언덕에서 농성하고 있던 모든 평민은 캠프를 떠나 사절단이 오고 있던 길까지 나가서 그들을 만났다.
반란군 캠프에는 아주 사납고 반골적인 성격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말쟁이로 치부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왕정을 뒤집은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었다. 바로 루키우스 유니우스였다. 그는 브루투스와 비슷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라고 불리기를 원했다.
대부분 사람은 그를 단순히 잘 웃기는 작자라고 생각했다. 허풍을 잘 떨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놀리고 싶을 때에는 ‘브루투스’라고 부르곤 했다. 브루투스는 캠프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던 시키니우스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사절단이 내놓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평민의 이익에 최고로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온건한 요구에서 회담을 시작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우리의 귀향이 명예스럽지 못하게 될 겁니다. 대신 한동안 그들의 제안을 거부하고 협상을 질질 끄십시오.”
브루투스는 여러 가지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시키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키니우스는 농성에 참가하고 있던 평민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사절단이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사절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평민을 가장 잘 이해하는 마니우스 발레이수스가 앞으로 나왔다. 평민은 그가 보여준 우호적 표현과 도움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모두 조용해졌을 때 그는 이렇게 연설했다.
“아무도 여러분이 집에 돌아오는 걸 막지 않습니다. 원로원과 화해하는 걸 방해하는 것도 없습니다. 원로원은 여러분에게 명예롭고 이로운 귀환을 허용하기로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을 사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로원은 우리를 사절단으로 파견했습니다. 평민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여러분으로부터 높은 평판을 받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를 고른 것입니다. 우리는 협상과 관련해서 전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상태를 보거나 추측함으로써 여러분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여러분이 반란을 끝내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조건을 들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요구조건 중에 합당한 게 있다면, 그것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그 조건에 받아들일 수 없는 불명예가 달린 게 아니라면 우리는 원로원의 허가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질질 끌지 않고 여러분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원로원은 이미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러분, 이 제안을 즐겁게 서둘러 열정적으로 받아들이십시오. 이렇게 훌륭한 행운을 높이 평가하고 신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십시오. 모든 민족을 다스리는 로마는 물론 모든 영토의 축복을 관장하는 원로원은 적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 게 오래 된 관습입니다. 그럼에도 원로원은 기꺼이 여러분에게만은 호의를 베풀어 그들의 자존심을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원로원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다룰 때 늘 하는 것처럼 양측의 제안을 너무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사절단을 보내 먼저 협상을 제안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이 이전에 왔단 사절단에게 보여줬던 거만한 답변에 대해서도 분노를 보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모가 철없는 어린아이에게 그러듯이 여러분의 무례하고 유치한 행동을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자, 이제 정말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주저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원하는 걸 말씀해주시고 우리를 놀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이 반란을 끝내면 고향으로 즐겁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고 축복받은 로마로 말입니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참이나 다시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발레리우스가 연설을 마치자 시키니우스가 앞으로 나와 연설했다.
“현명하게 심사숙고한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든 단 한 가지 관점에서 일의 편의성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다른 견해도 소개해야 합니다. 특히 일이 아주 중대한 순간을 맞아 결정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이 제안에 대해서 답해보십시오. 겸손이나 조심스러운 태도는 잠시 치워놓아도 됩니다. 우리는 지금 극도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어떤 일도 주저하지 않고 겸손하게 행동하지 말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모든 평민은 누가 대의를 위해 발언하는 게 가장 좋을지 알아보려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시니키우스는 여러 번 똑같은 이야기를 뒤풀이했다.
마침내 루키우스 유니우스가 앞으로 나섰다. 평민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의 마음에는 여전히 귀족에 대한 두려움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평소에는 서로 주고받는 논쟁조차도 드러내 놓고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웃이 대의를 밝혀주기를 바라고,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위험을 감수해 주기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그렇게 하는 동안 우리는 안전한 자리에서 두려움을 느낄 필요 없이 다른 사람의 용기에서 생기는 이익을 나눠 갖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 개개인의 비겁한 행동은 결국 모두에게 해가 될 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안전만 챙기는 사이 모든 사람의 안전은 오히려 파괴돼 버립니다.
무기를 들고 있는 한 이런 두려움에서 자유롭다는 걸, 자유를 지킬 수 있다는 걸 그동안 몰랐다고 칩시다.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이 사람들을 우리의 선생으로 생각하십시오. 이 무례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우리에게 명령하러 온 게 아닙니다. 위협하러 온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집에 돌아오라고 간청하고 애원하러 온 것입니다. 이제야 우리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자유인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가 침묵할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가 족쇄를 부수어버린 지금, 자유시민의 정신은 그동안 귀족 때문에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모든 사람에게 밝히기를 바란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불행한 사람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나를 따라 자유롭게 말한다면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시나요?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의의 정당성을 드러내놓고 귀족에게 선포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섰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숨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고향에 돌아가는 걸 가로막는 건 없다고 발레리우스 의원은 말했습니다. 원로원은 우리에게 귀향의 권리를 주었고, 사면권을 허용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나는 이분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발레리우스 의원! 우리가 무기를 내려놓고 힘을 포기하는 걸 막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잇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세 가지만 밝히겠습니다.
먼저 사절단은 마치 우리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꾸짖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자고 하면서 마치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또 사절단은 협상을 하자고 제의하면서 어떤 정의로운 조건, 어떤 인간적인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할지 전혀 힌트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절단이 약속을 지킬지 확실성이 없습니다. 과거에 귀족은 끊임없이 평민을 속이고 기만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떼어놓고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정의라는 문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이야기를 정의부터 시작하는 게 연설에 나서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귀족에게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면 면책이나 사면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귀족과 같은 도시에서 살지 않기로 선택하고 운명이 이끄는 대로 어디든 간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거꾸로 귀족에게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이라면, 잘못을 저지른 귀족이야말로 용서를 받고 사면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까?
귀족은 용서를 받아야 하면서도 용서를 준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사면을 받아야 하면서도 사면을 준다고 허풍을 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진실의 핵심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정의의 의미를 뒤집고 있습니다.
귀족은 부당함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입니다. 귀족의 자유, 귀족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평민에게서 받았던 많은 도움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그걸 제대로 아십시오.
귀족이 잘 아는 문제를 한 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간청합니다. 만약 내가 엉터리 이야기를 해서 여러분이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꾸짖어 주십시오.
로마의 초기 정부 형태는 왕정이었습니다. 왕정 아래서 우리는 일곱 세대를 보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평민은 어떤 권리도 잃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지막으로 통치한 여러 왕 시대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는 왕정 때 중요한 특혜를 많이 누렸습니다.
왕들이 평민의 지지를 얻고 귀족의 적이 되기 위해 사용한 여러 가지 정책은 별개로 치겠습니다. 이런 정책은 모든 통치자가 권력을 독재로 확장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역대 왕은 오랜 전쟁 끝에 매우 부유한 도시인 수에사의 통치자가 됐을 때 전리품을 어느 누구에게도 나눠지지 않아도 되는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든 전리품을 독차지해서 어느 나라 왕보다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왕들은 그렇게 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전리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군대가 마음대로 가져가게 했습니다. 노예, 가축, 그 밖의 모든 전리품을 제쳐놓고라도 평민 모두는 각각의 몫으로 은 2미나에(약 2㎏)에 해당하는 몫을 나눠받았습니다.
왕들이 독재자의 태도로 이런 권력을 활용해서 평민이 아니라 귀족에게 피해를 줄 때 평민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평민은 왕의 행동을 개탄하면서 그의 호의를 포기했고, 결국 귀족의 편을 들어 봉기를 일으키게 했습니다. 로마 시내는 물론 진지에 머물러 있는 평민과 귀족은 힘을 합쳐 왕을 몰아냈고, 귀족이 권력을 잡게 했습니다.
평민은 쫓겨난 왕의 편을 들 기회를 여러 번 잡았지만 맹세를 저버리라고 왕이 준 풍부한 선물을 받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끊임없이 전쟁에 나섰고, 귀족 편에 서서 온갖 위험을 무릅썼습니다. 오늘날까지 평민은 보편적인 자유를 누리는 모든 도시에 맞서 싸우느라 지칠 정도였습니다.
정부가 불안할 때에도 평민은 에트루리아, 타르퀴니아, 베이이의 유명한 도시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들이 왕을 복권시키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의 일입니다. 평민은 적은 수였지만 병력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는 적에 맞서 싸웠고, 최고의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적을 압도했을 뿐만 아니라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집정관의 권리를 지켰습니다.
그렇게 오래 전 일도 아닙니다. 에트루리아의 왕 포르세나가 쫓겨난 왕을 복귀시키겠다며 에트루리아 연합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입니다. 평민은 충분한 무기를 갖추지 못했지만 그 때문에 포위를 당해 마지막 극단적인 순간까지, 모든 게 부족한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평민은 모든 고난을 견딤으로써 포르세나가 떠나게 했고, 우리의 친구가 되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르튀니우스가 라틴 도시들의 도움을 받아 왕 자리에 오르려고 쳐들어왔을 때에도 평민은 귀족의 간청, 하소연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평민과 귀족의 우정은 물론 같이 자라난 경험, 함께 싸웠던 전쟁 등의 기억 때문에 귀족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귀족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걸 가장 명예롭고 우아한 일로 생각하면서 평민은 위험 속으로 달려들었습니다. 많은 상처를 입고 많은 친척,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렇지만 적을 극복했고, 적의 장군을 죽였으며, 왕의 가족을 결국 파멸시켰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귀족을 독재자에게서 해방시키기 위해 평민이 힘을 보태준 많은 사례들입니다. 평민은 오직 열정만으로 체력적 한계를 넘어서는 지경까지 분투했고, 마치 평민이 필요해서 싸우는 것처럼 용기를 내어 열심히 싸웠습니다.
이제 귀족이 다른 도시를 정복할 수 있도록,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평민이 한 일을 설명하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내가 진실과 다른 말을 하면 즉시 반박하십시오.
귀족은 자유를 완전히 확보했다고 판단됐을 때에도 거기서 멈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모하고 새로운 전쟁에 골몰했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존재를 가상의 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도시에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모든 위험과 모든 전쟁은 귀족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평민의 몸을 소모시키면서 치러졌습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혼자, 때로는 두 도시가 연합해서 로마에 맞서 싸운 모든 도시를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그 중 일부를 야전에서 무찔렀고, 일부는 도시를 포위해 점령했고, 우리의 속국이 되도록 강요했습니다.
로마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을 때 그런 전쟁을 할 필요는 무엇이었습니까? 귀족이 에트루리아를 점령하고 복속시킬 때 도와준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에트루리아를 열두 개 지역으로 나누고, 로마를 바다와 땅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되게 한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귀족이 지배권을 놓고 싸웠던 적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사비니 족과 겨룰 때 누구의 도움이 필요했습니까? 그들이 더 이상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만들 때 누가 도와줬습니까?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요구조건도 정당하다고 자부했던 라틴의 30개 도시를 누르게 한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라틴 도시들이 달아나게 한 것은 물론이고 로마를 찾아와 노예가 되고 도시를 파괴하는 일만은 삼가달라고 호소하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평민이 귀족과 사이가 나쁘지 않을 때 함께 나섰던 많은 전쟁, 로마에 돌아올 이익 중에서 우리의 몫을 주장하는 게 당연했던 많은 전쟁은 생략하겠습니다.
귀족이 이룬 나라는 결국 독재였다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귀족은 평민을 노예처럼 학대했습니다. 평민은 더 이상 귀족에게 이전과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됐습니다.
모든 속국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볼스키가 앞장섰고 아이퀴, 헤르니키, 사비니, 그리고 다른 많은 도시가 뒤를 따랐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득을 보려고 했다면, 로마를 뒤엎거나 좀 더 온건한 나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를 이루려고 했다면,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평민이 전쟁에서 귀족을 돕지 않거나, 계속 분노하면서 적의 편을 들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귀족이 세계 지배의 희망을 잃고 낙담의 마지막 단계까지 떨어졌던 걸 기억하십니까? 귀족이 평민에게 어떻게 호소했는지 아십니까?
귀족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비천한 사람들이 그때 어떻게 했습니까? 평민은 간청에 넘어가버렸습니다. 당시 집정관이었던 탁월한 세르빌리우스가 평민에게 했던 약속을 믿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더 이상 분노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에 희망을 품었습니다. 평민은 귀족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모든 적을 굴복시켰습니다. 많은 포로를 붙잡고 엄청난 전리품을 챙겨 로마로 돌아왔습니다.
전쟁의 대가로 귀족이 평민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가 노출된 위험에 걸맞고 정당한 대가가 있었습니까? 아니오. 전혀 없었습니다. 왜?
귀족은 심지어 집정관을 시켜 로마의 이름을 내걸면서 평민에게 했던 약속마저 어겼습니다. 귀족은 이 고귀한 분도 평민을 속이는 데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분에게서 개선식 기회를 빼앗았습니다. 이분이야말로 그런 영예를 누릴 최고의 적임자였는데도 말입니다. 귀족은 오히려 이분에게 불명예를 뒤집어씌웠습니다. 귀족이 평민에게 했던 요구를 실행하라고 촉구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연설을 끝내기 전에 정의와 관련해서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아이퀴, 사비니, 볼스키는 서로 연합해 귀족에 맞서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게도 봉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때 거만하고 고집 센 귀족은 평민에게 도망쳐 오지 않았습니까? 저열하고 멸시받는 평민에게 말입니다. 귀족은 그때 안전을 지키려고 모든 걸 약속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귀족은 이전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평민을 속일 뜻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여기 계신 마니우스 발레리우스 의원을 이용했습니다. 이분이야말로 평민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인데 그걸 이용해 사기를 숨기려 한 것입니다. 평민은 발레리우스를 신뢰하고 독재관에 의해 위험을 강요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그 전쟁에서 귀족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병력이 적지도 않고 실력이 모자라지도 않은 적을 평민을 물리쳤습니다.
전쟁이 아주 영광스러운 형태로, 모두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끝나자 귀족은 평민에게 책임감을 느끼거나 그걸 받아들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귀족은 평민의 뜻과는 달리 군대를 해산하지 않고 평민을 계속 복무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귀족은 처음부터 약속을 어길 작정이었던 것입니다.
세르빌리우스는 귀족의 사기극과 불명예스러운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로마로 돌아와 군대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때 귀족은 평민에게 정당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세르빌리우스를 모욕했으며, 평민에게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한꺼번에 세 번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귀족은 원로원의 품위를 망가뜨렸고, 세르빌리우스의 신의를 망쳤으며, 귀족의 은인이 베풀어준 노동에 합당한 보상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우리는 귀족에게 주장할 게 정말 많습니다. 귀족에게 간청하고 애원하는 게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면책과 사면을 받아들여 집에 돌아가는 것도 전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귀족이 합의를 논의하자고 해서 여기 왔을 뿐이기 때문에 당장 불만의 세세한 부분까지 토론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만을 무관심과 망각의 영역에 잠시 던져놓고 참을 뿐입니다.
왜 사절단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겁니까? 무엇을 요청하러 온 것인지 솔직히 말하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갖고 로마로 돌아오라고 말하는 겁니까? 우리는 어떤 희망을 보고 로마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까? 어떤 기쁨이나 즐거움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아직까지 사절단에게서 친절한 행동이나 이익의 약속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떤 명예도, 어떤 행정관도, 가난을 구제하겠다는 어떤 대책도 없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단순히 말로도 한 게 없습니다.
사절단이 우리에게 말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사절단이 진정한 선의로서 일부 조치를 보여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추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 사절단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문제에 전권을 갖고 왔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설득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무엇이든 합법적이다.’
나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마에 돌아가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을 우리가 말하고, 이 조건을 사절단이 받아들이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습니다. 그 조건을 실행한다고 누가 보증인이 될 것입니까? 그런 보증을 믿으면서 무기를 놓고 우리 사람들을 다시 귀족의 손에 넘겨주어야 합니까? 이 문제와 관련해 결정된 원로원 결의를 믿어야 합니까?
원로원 결의는 이미 발효된 게 아닙니다.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와 그의 당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다른 결의를 만들어 이 결의를 무효로 만들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선의를 약속하는 사절단의 고위 인사들을 믿을 수 있습니까?
원로원은 우리를 속이기 위해 이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한 합의를 우리는 믿을 수 있습니까? 여기에 확신을 할 수 있습니까?
사람이 줄 수 있는 어떤 확신보다 나는 이런 합의가 더 두렵습니다. 왜나 하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맹세한 합의를 경멸스러운 태도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많은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지키기를 원하는 평민을 통치하고 싶어 하는 귀족의 합의는 합의를 할 때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순간 효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양측이 서로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우정, 어떤 선의를 앞세워 서로를 달래야 하는 겁니까? 그 우정, 선의가 지나가면 의심, 끊임없는 상호 비방, 질투, 증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악과 이어지는 투쟁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서로 먼저 상대방을 파괴하려고 하고 재앙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내란보다 더 큰 재앙은 없습니다. 정복당한 사람은 불행하고 정복한 사람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정복당한 사람은 가장 친한 사람에게 파괴되는 게 운명이고, 정복한 사람은 가장 친한 사람을 파괴하는 게 운명입니다.
귀족이여! 우리를 그런 불행, 그렇게 끔찍한 재앙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평민이여! 그곳으로 오라는 목소리에 대답하지 마십시오. 다만 우리를 갈라놓은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십시오. 귀족이 도시를 독차지하고 우리 없이 즐겁게 살라고 놔두십시오. 미천하고 내력도 불투명한 평민을 몰아내고 모든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우리는 어디든 하늘이 이끌어주는 곳으로 떠납시다. 우리 도시가 아니라 낯선 고장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시다.
땅 한 조각, 조상의 화로 한 개는 물론 공통의 제례, 고귀한 직위 중에서 우리에게 무엇 하나 남은 게 있습니까? 조상의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고, 그걸 갖고 싶어서 심지어 우리의 뜻과 무관하게 조국에 매달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심지어 많은 고난으로 얻은 자유조차도 없습니다. 이러한 장점 중 일부는 많은 전쟁 때문에 사라졌고, 일부는 매일 먹고 사는 데 바빠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거만한 채권자에게 빼앗겨 버렸습니다. 불쌍한 평민은 결국 채권자를 위해 밭을 갈고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쟁기질하고 가축을 키웁니다. 우리가 전쟁에서 붙잡아온 노예와 함께 동료의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우리 중 일부는 사슬에 묶여 있고, 일부는 족쇄에 묶여 있고, 나머지는 나막신을 신고 쇠구슬을 끌면서 들짐승처럼 취급당합니다. 고문, 모욕, 채찍질, 새벽부터 밤까지 강제노동, 그리고 모든 종류의 잔혹한 행위, 폭력, 오만한 행동을 평민은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악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열정과 능력을 모두 쏟아 부어 즐거운 마음으로 귀족에게서 벗어납시다.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와 지금까지 우리를 보호해온 신을 길잡이로 삼고, 자유를 우리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용기를 우리의 재산으로 생각합시다. 어떤 땅은 우리를 동료로 맞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적대적 행위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땅에서는 우리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와 야만족을 모범 사례로 생각합시다. 그들 중 일부는 아이네아스와 함께 아시아를 떠나 유럽에 와서 라틴의 영토에 도시를 세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로물루스의 지도하에 알바를 떠나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땅에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병력은 그들보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무려 3배 이상입니다. 옮겨갈 정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트로이에서 떠난 사람들은 적 때문에 쫓겨났습니다. 우리는 친구 때문에 쫓겨나는 것입니다. 외적이 아니라 동포에게 쫓겨나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불쌍한 경험입니다.
로물루스의 모험에 동참한 사람들은 더 나은 땅을 얻으려는 희망에서 조상의 나라를 비웃었습니다. 우리는 땅도 화로도 없는 삶을 버리고, 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골칫거리가 되지도 않으며, 어떤 나라에도 해가 되지 않는 식민지단으로 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몰아낸 사람들을 상대로 유혈극이나 살육의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떠나는 나라에 불을 지르거나 칼을 휘둘러 영토를 초토화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또 영원한 적대감이라는 기억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조약을 어기거나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몰려 쫓겨나는 사람들과도 다릅니다.
우리는 모든 행동을 정의롭게 다스리는 신과 정령에게 목격자가 돼달라고 요청하고, 잘못에 대한 처벌을 그들에게 맡기면서 한 가지 요구만 합니다. 도시에 남아 있는 부모, 아내, 어린아이들이 우리와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이라면 그들을 데리고 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에 만족합니다. 조국으로부터 다른 것은 전혀 바라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선택한 인생을 잘 사시기 바랍니다. 동료 시민과 어울리기를 그토록 싫어하고, 비천한 사람들과 축복을 나누기를 그토록 싫어한 귀족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