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투스의 긴 연설은 끝났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평민은 그가 말한 정의의 원칙이 다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원로원의 거만함을 질타한 내용도 다 사실이라고 믿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세우는 모든 맹세가 다 거짓이고 속임수라는 말을 특히 더 강력하게 믿었다.
브루투스가 마지막에 평민들이 채권자에게서 받은 고통을 묘사하면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불행을 떠올리게 했을 때 그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며, 온몸이 눈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 같이 겪어온 비극을 생각하며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민만 그의 연설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었다. 원로원의 사절로 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도시를 붕괴시킴으로써 일어날 불운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한참동안 의기소침하거나 눈물을 글썽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청난 한탄의 시간이 지나가자 회의장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한 사내가 브루투스의 지적에 대답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나이에서나 지위에서나 모든 시민보다 앞서는 인물이었다. 두 번이나 집정관으로 뽑혔고 독재관이라고 불린 직위를 가장 현명하게 사용함으로써 남의 시샘을 받기 쉬운 막강한 권력의 자리를 아주 신성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든 선례를 남긴 티투스 라르키우스였다.
“채권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정말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호의보다는 폭력을 통해 빚 탕감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합당한 양보를 얻지 못했다고 원로원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정말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난에 몰려 빚 탕감을 요구하는 평민은 일부일 뿐이고 대다수는 방탕과 오만, 그리고 쾌락만 좇는 생활에 빠져 남의 돈을 훔침으로써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말 불운한 사람과 타락한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어야 합니다. 또 친절이 필요한 사람과 증오를 받아 마땅한 사람 사이에도 차별을 두어야 합니다.”
라르키우스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더 이어나갔지만 평민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고 설득시키지도 못했다. 일부는 야유를 퍼부었다.
“당신은 우리에게 다시 고통만 안기는군요. 정말 화가 납니다.”
라르키우스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다.
“독재관이 사실이 아닌 걸 말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라르키우스의 말에 반감을 나타낸 사람이 훨씬 많았다. 분노한 사람들의 함성이 회의장을 압도했다.
라르키우스는 평민을 더 비판했다. 반란을 일으킨 건 잘못된 일이고, 그런 결정은 성급했다는 것이었다.
라르키우스에 이어 시니키우스가 말을 받았다. 그는 평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연설을 했다.
“라르키우스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우리가 로마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답이 나옵니다. 최악의 궁지에 몰린 사람, 평민의 지원을 호소하는 사람, 그런 지원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서도 겸손과 인간적인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지금 여기서도 귀족에게서 모욕을 받았는데 나중에 로마에서 귀족의 행동에 굴복해야 한다면 무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귀족은 거만함을 삼가겠습니까? 폭력적인 행동을 삼가겠습니까, 독재적인 잔혹성을 삼가겠습니까?
평생 노예로 살면서 묶이고 채찍질당하고 불에 그을리고 칼에 찔리고 기근에 시달리고, 이밖에 모든 학대에 시달리는 데 만족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무기를 내던지고 두 손을 등 뒤로 묶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이들을 따라가십시오.
자유를 갈망한다면 참지 마십시오. 사절단이여! 우리에게 조건을 제시하십시오. 아니면 여기서 물러가십시오. 이제부터는 연설할 기회를 주지 않겠습니다.”
시니키우스가 강경한 어조로 연설하자 모든 평민은 우레 같은 함성을 질렀다. 그들은 그의 논리를 인정하고 그의 뜻에 동의한다는 걸 표시한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감도는 틈을 타서 메네니우스 아그리파가 나섰다 .그는 원로원에서 평민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사람이었다. 전권을 가진 사절단을 보내자는 제안을 내놓은 사람이었다.
“이 늙은이에게 잠시 말할 틈을 주시면 어떻겠소?”
평민은 그의 입에서 그들이 원하는 최고의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진지한 협상에 관한 제안과 양측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평민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나와서 연설하라고 재촉했다. 잠시 후 입을 다물고 그의 연설을 기다렸다.
메네니우스는 청중의 심리를 잘 측정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설 도중 이솝처럼 우화를 하나 만들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하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 하나를 통해 그는 평민을 설득할 수 있었다. 그가 한 연설의 논지는 그래서 기록할 만하다.
“원로원은 우리를 이곳에 보냈습니다. 원로원을 변명하라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을 비난하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둘 다 로마를 혼란에 빠뜨린 현재 상황에 어울리거나 도움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로원은 대신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반란을 끝내고 로마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전권을 부여받은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유니우스처럼 정의의 원칙에 대해 장황하게 연설하는 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반란을 끝내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적인 조건들, 그리고 합의 이행에 필요한 보증과 관련해서 우리가 내린 결정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반란은 불일치를 낳은 원인을 제거했을 때만 해결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란의 주요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가혹한 빚 상환이 현재 사태의 원인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빚 상환 제도를 다음과 같이 고치려 합니다.
돈을 빌렸지만 갚을 수 없게 된 사람은 모든 의무를 면제받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이 법에 정한 대로 신체의 제약을 받고 있다면 그들은 모두 석방되는 게 옳다는 것이 우리의 결정입니다.
개인 소송에서 지는 바람에 이긴 채권자에게 넘어간 사람도 자유롭게 풀려나야 한다는 게 우리의 바람입니다. 평민을 반란으로 몰아넣은 원인인 과거의 채무와 관련해서 이렇게 제도를 고치려고 합니다.
미래의 채무와 관련해서는 평민과 원로원이 공동 연구를 통해 제도를 만든 뒤 법으로 공표해서 시행되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평민과 귀족을 갈라놓은 게 바로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평민이 이런 내용의 조건을 얻는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런 조건이 여러분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즐겁게 조국으로 돌아갑시다.
이런 합의를 어떻게 확정하고 지킬 것인지 보증은 법에 따라, 그리고 적대감을 끝낸 사람들의 관습에 맞게 이뤄질 것입니다. 원로원은 합의를 투표로 확정하고 법으로 만들 것입니다. 여러분이 요구안을 만들고 원로원이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제시한 양보안은 확정될 것이고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로원은 여기에 반대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절단이 보증인입니다. 우리 몸뚱이와 우리 가족을 보증인으로 내세웁니다. 이 법안에 서명한 모든 원로원 의원도 보증인입니다. 우리가 반대하는 한 평민의 이익에 반하는 어떤 법안도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원로원의 지도급 인사들이고 항상 견해를 먼저 밝힙니다.
마지막 보증은 그리스인이나 야만인은 물론 모든 민족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즉 맹세와 조약을 통한 보증에서는 신이 약속의 실천을 지켜보는 보증인입니다. 신의 보증 덕분에 개인들의 많은 적대감, 국가 사이에 일어난 많은 전쟁이 조정됐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보증을 받아들이십시오. 원로원의 주요 의원 여러 명이 원로원 전체의 이름을 걸고 맹세를 할 수도 있고, 법안에 서명한 모든 원로원 의원이 약속을 신성불가침으로 유지하겠다고 신에게 바치는 제물 앞에서 맹세할 수도 있습니다.
유니우스! 신의 재가를 받고 선서와 조약으로 확인된 보증을 비난하지 마시오.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 중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를 파괴하지 마시오.
여러분! 유니우스가 불경스러운 독재자의 사악한 행동을 더 이상 언급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이런 행동은 우리가 로마에서 쫓아낸 행동입니다.
누구도 모를 수 없고 의심을 품을 수 없는 보증을 하나 더 언급하겠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상호 지원을 통해 나라의 두 부분을 보존해서 공통의 이익을 지켜주는 보증입니다. 우리를 통합하게 해주는 첫 번째이자 유일한 보증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공격하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무지한 대중에게는 늘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원로원은 지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항상 통치 받을 뜻을 가진 대중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은 의견이나 추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험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왜 서로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합니까? 친절한 행동을 할 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나쁜 말을 주고받아야 합니까? 항상 모든 일에서 가장 나쁜 점만 생각하는 지독한 적이 그렇게 하듯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안전을 찾기보다는 두 팔을 벌리고 서로를 포옹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 오래전부터 이어진 최고의 쾌락을 즐기고, 모두에게 가장 달콤한 꿈을 만끽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원로원은 한 가지 보증만으로 충분합니다. 여러분이 돌아가면 귀족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교육을 정말 잘 받았고, 법을 정말 잘 지키며, 모든 미덕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걸. 평화로울 때나 전쟁 때에나 늘 그걸 증명했습니다. 만약 공동으로 합의를 개정해야 하더라도 우리는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훌륭한 시민이며, 맹세, 인질, 그밖에 다른 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원하는 어느 것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니우스가 헐뜯으려고 하는 보증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만약 근거 없는 증오심이 여러분의 마음에 깃들어 있다면 그래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원로원을 나쁘게 생각하게 만든다면, 나는 그 문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간청하건대 조용히 주의 깊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측면에서 로마는 인체와 닮았습니다. 로마와 인체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부분은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인체의 각 부분이 각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먼저 배는 이렇게 큰소리를 칩니다.
“내 덕분에 모두 하나로 뭉쳐 있는 거야.”
발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몸은 내 덕분에 버티고 서 있는 거야.”
손은 또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는 물건을 만들지. 음식을 들기도 하고 적과 싸우기도 하지. 그리고 몸에 도움이 되는 많은 장점을 보태주지.”
어깨는 또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잖아.”
입은 다른 소리를 냅니다.
“나는 말을 하잖아.”
머리도 한 마디 거듭니다.
“나는 보고 듣기도 해. 의미를 이해하기도 하고.”
인체의 각 부분은 입을 모아 배에게 이렇게 대듭니다.
“너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우리에게 어떻게 보답하는 거지? 어떤 쓸모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군. 너는 사실 아무 것도 안 하잖아. 일을 할 때 돕는 것도 아니잖아. 너는 단지 우리에게 훼방꾼이고 골칫거리에 불과해. 그러면서 너는 우리에게 복종하라고 요구하기만 해. 우리는 너의 욕심을 채워주려고 곳곳에서 물건을 가져다주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야. 너 때문에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에서 이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고 싶어.”
만약 인체의 각 부분이 자유를 찾기로 결정하고 제 기능을 더 이상 발휘하지 않는다면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불과 며칠 만에 최악의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굶어죽는 것이지요. 아무도 그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제 로마에 벌어진 똑같은 일을 보십시오. 로마는 여러 계층의 사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로 닮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독특한 업무를 수행해 공통의 이익에 기여합니다. 일부는 논과 밭을 경작하고, 일부는 논밭을 지키기 위해 적과 싸우고, 일부는 바다에서 유용한 무역을 수행하고, 일부는 필요한 물건을 만듭니다. 이렇게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최고의 인물들로 구성된 원로원에게 대들면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원로원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어떤 이유로 당신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치하는 겁니까? 당신들은 그 이유를 하나도 댈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당신들의 독재에서 벗어나 지도자 없이 자유롭게 살 수는 없는 겁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면서 맡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불쌍한 로마가 기근, 전쟁,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재앙 때문에 멸망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다른 기관들로부터 욕을 듣는 배는 인체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몸이 영양분을 얻어 잘 버틸 수 있게 합니다. 각 기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덕분이지요. 이러한 노력은 각 기관은 물론 몸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과는 낳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로마의 원로원은 공공 업무를 처리하고 모두에게 편리한 일을 제공합니다. 로마를 유지하고 지키고, 잘못된 일을 고칩니다.
그러니 원로원 때문에 로마에서 쫓겨났고, 원로원 때문에 방랑자나 거지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등 원로원에 대해 사악한 말을 그만 하기 바랍니다. 원로원은 여러분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해를 칠 수 없습니다. 원로원은 뜻을 모아 여러분에게 손을 내밀고 간청합니다. 그리고 마음은 물론 로마의 모든 문을 열고 여러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