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식량위기(2)-다시 깊어지는 갈등

by leo


일은 귀족이 계산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반란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그들의 생각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로마에 남게 된 평민은 이전보다 더 분노했다. 그들은 떼를 지어 몽둥이를 들고 다니며 귀족을 공격했다. 처음에는 그 수가 적었지만 나중에 식량부족 사태가 더 심해지자 더 많은 평민이 모여 포로 로마노로 몰려갔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호민관은 어디에 있나?”


당시 평민 지도자였던 스푸리우스 이클리우스는 원로원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귀족에 대한 적대감에 불을 붙이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당시 애딜리스였던 시키니우스와 브루투스에게도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말했다. 브루투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곡물 부족은 부자들의 공모이며 반역 행위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평민이 반란으로 자유를 얻은 것을 골탕 먹이려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재난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을 분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비밀리에 쌓아둔 식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수입품을 구매할 돈도 충분합니다. 평민은 어느 것 하나 갖고 있지 않은데도 부자는 많은 곡물로 재난을 잘 넘기고 있습니다.


식민지단이 간 곳은 역병이 퍼진 곳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추방입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사형선고입니다. 우리가 과거 부자들로부터 받았던 학대를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우리의 충고를 따른다면 이런 불행을 일으킨 사람을 곧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연설을 끝으로 이날 회의는 끝났다.


다음날 두 집정관은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그들은 평민의 혁명적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브루투스의 선동은 엄청난 비극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집정관은 물론 나이가 많은 의원들은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친절한 말과 약속으로 평민을 구슬려야 합니다. 공적인 업무를 공공장소에서 처리하고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일을 함께 심사숙고하자고 제안함으로써 그들의 지도자들을 좀 더 온건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주장도 나왔다.


“성급하고 무지한 대중에게, 그리고 무모하고 참을성 없는 광기를 보이면서 폭도로 돌변한 자들에게 나약한 조짐을 보여주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이렇게 선언해야 합니다. 우리는 로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 악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다. 평민을 선동하는 자들을 비난한다. 그리고 반란을 다시 일으킬 생각을 그만두지 않으면 그에 걸맞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강경한 견해의 주창자는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였다.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의 찬성을 얻었다. 평민은 원로원 근처에서 의원들의 함성을 듣고는 회의장으로 몰려갔다. 로마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두 집정관은 포로 로마노로 서둘러 달려가 평민을 모았다. 이날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은 원로원에서 내린 결정을 평민에게 알리려고 했다.


호민관들은 그들의 연설을 반대했다. 그래서 두 집정관은 물론 두 호민관도 차례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 말다툼하면서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서로 소리만 질렀고, 상대방이 말하지 못하게 방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두 집정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어. 우리는 로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할 권리를 갖고 있단 말이야.”


거꾸로 두 호민관은 이렇게 맞섰다.


“평민 집회는 우리 소관이오. 원로원은 집정관이 담당하듯이 평민이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진 일이라면 당연히 호민관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오.”


평민은 두 호민관의 생각을 지지했다. 그들은 소리를 질러 찬성의 뜻을 나타내면서 앞을 막아서는 사람은 누구라도 저지할 준비를 했다. 반면 귀족은 두 집정관을 돕기 위해 몰려들었다.


폭력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양보할 생각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단 하나라도 양보하면 앞으로 모든 주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나머지 다른 평민들이 집에서 뛰쳐나와 포로 로마노로 달려갔다. 만약 어둠이 그들의 갈등을 막지 않았다면 서로 주먹을 날리거나 돌을 던지며 싸웠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브루투스가 앞으로 나서 두 집정관에게 요청했다.


“나에게 연설할 기회를 주시오. 혼란을 진정시키겠소.”


두 집정관은 그의 말을 양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발언 기회를 허용했다. 장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브루투스는 연설하는 대신 두 집정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협상을 통해 반란에 종지부를 찍었을 때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주어졌는지? 이런 내용입니다. 호민관이 어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민회를 소집할 때 귀족은 회의에 참석하거나 소동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집정관 게가니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억하오.”


브루투스는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여러분은 우리에게 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민관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막습니다.”


게가니우스는 이렇게 응답했다.


“그 이유는 이렇소. 평민을 소집한 것은 호민관이 아니고 집정관이기 때문이오. 만약 이 회의가 호민관에 의해 소집됐다면 우리는 호민관을 막거나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하지만 우리가 평민을 소집했기 때문에 호민관의 발언을 제지할 수 있는 것이오. 거꾸로 우리가 호민관의 방해를 받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오.”


브루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평민이여! 우리가 이겼습니다. 우리의 적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양보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혼란을 중단합시다. 여러분에게 약속하겠습니다. 내일 저는 여러분에게 평민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저들에게 포로 로마노를 내줍시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다시 얻게 될 것입니다. 평민의 행정관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여러분이 알게 된다면, 물론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직접 분명히 보여드릴 겁니다. 여러분은 저들의 무례함을 더 온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여러분을 속인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를 여러분 마음대로 처리하십시오.”


아무도 그의 제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평민과 원로원 모두 포로 로마노를 떠났다. 하지만 양측의 감정은 서로 달랐다. 평민은 이렇게 생각했다.


“브루투스는 놀라운 생각을 갖고 있을 거야. 이렇게 중요한 약속을 성급하게 했을 리가 없어.”


반면 귀족은 그를 경박하다고 생각했다.


“브루투스가 내놓은 약속은 단순히 말뿐일 거야. 평민이 부당하게 대접받을 때 도울 수 있는 권한만 호민관에게 줬을 뿐 다른 권한은 하나도 넘겨준 게 없어.”


모든 원로원 의원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나이든 의원들은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브루투스의 광기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날 저녁 브루투스는 호민관들에게 계획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많은 평민이 그를 지지하게끔 준비했다.


다음날 그는 호민관들과 함께 포로 로마노로 갔다. 해가 뜨기 전에 불카누스 신전을 차지하려는 생각이었다. 평민회의는 늘 이곳에서 열렸다.


포로 로마노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엄청난 군중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호민관 시키니우스가 귀족에게 반대하는 긴 연설을 했다.


“우리가 귀족에게서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기억하십시오. 어제 그들은 호민관의 연설을 방해했습니다. 호민관의 권한을 빼앗았습니다. 우리가 연설조차 하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어떤 권한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호민관이 평민을 소집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면 평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어떻게 도울 수 있겠습니까?


말은 행동의 시작입니다. 생각하는 것을 밝히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하고 싶은 행동도 못하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호민관에게 준 권한을 완전히 정착시킬 생각이 없으면 도로 가져가시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우리의 권한을 막지 못하도록 법을 만드시오.”


시키니우스가 연설하는 동안 평민은 “법을 만들자”며 함성을 질렀다. 이미 법 초안을 만든 시키니우스는 평민에게 법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즉시 투표하도록 촉구했다. 집정관이 방해하지 않으면 일이 미뤄지거나 늦춰지지 않을 것 같았다. 법 초안은 이런 내용이었다.


‘호민관이 평민에게 연설할 때 어느 누구도 반대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사람은 나중에 부과될 벌금을 낼 수 있도록 호민관에게 보증금을 맡겨야 한다. 보증금을 거부하는 사람은 사형으로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벌금에 저항하는 사람이 있으면 평민 앞에서 재판을 거행한다.’


호민관은 이런 내용의 법을 통과시킨 뒤 회의를 해산했다. 평민은 기쁨에 가득 차서 흩어졌다. 그들은 법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브루투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후 호민관은 여러 문제를 두고 집정관과 수없이 논쟁을 벌였다. 평민은 원로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 원로원은 평민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양측의 계속해서 서로를 적대시했고 서로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런 적개심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식량을 쌓아놓은 것으로 생각되는 부자의 집을 습격하지 않았다. 또 공공시장을 약탈하지도 않았다. 대신 높은 가격으로 소량을 사는 데 동의했다. 돈이 모자라면 나무뿌리나 풀을 먹으면서 생명을 이어나갔다.


부자들은 그들의 힘을 믿었다. 많은 클리엔테스가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이들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거나 죽임으로써 로마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들에게 신중하게 행동하는 아버지처럼 귀족은 평민의 실수에 대해 불쾌감을 보일 뿐이었다.


로마가 혼란에 빠진 사이 이웃 도시들은 이주를 원하는 로마인을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시민권을 얻고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그들은 선의에서, 또 로마의 불행을 측은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로마의 번성을 질투했기 때문이었 다.


많은 로마인이 가족을 데리고 이주했다. 일부는 로마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을 때 옛집으로 돌아갔다. 이주한 곳에 남은 사람도 있었다.


두 집정관은 원로원의 승인을 받아 군대를 편성해 로마 밖으로 나가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적이 수시로 쳐들어와 시골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게 그들이 내세운 그럴 듯한 변명이었다.


두 집정관은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이익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대를 들판으로 보내면 로마에 남은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식량 부족난을 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쟁에 나선 병사들은 풍요롭게 사는 적군의 창고를 털어 먹으면 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게다가 원정이 이어지는 동안 로마의 혼란은 잠잠해질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귀족과 평민이 함께 전쟁에 나서면 행운과 불운을 나누게 될 것이고, 그들의 화해를 부추길 수 있다고 두 집정관은 판단했다.


평민은 두 집정관의 명령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군대에 등록하려고 하지 않았다.


두 집정관은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부 귀족이 클리엔테스와 함께 먼저 군대에 등록했다. 코리올리 점령 전쟁 및 안티아테스 족과의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가이우스 마르키우스가 사령관을 맡았다.


일부 평민이 그들을 따라나섰다. 이들이 전쟁에 참가한 것은 마르키우스가 전쟁에 나선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마르키우스를 존경했고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마르키우스는 이미 워낙 유명해서 적군은 그의 이름만 듣고도 두려워했다.


로마군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안티움까지 진격했다. 그들은 들판에서 자라던 엄청난 양의 곡식을 약탈했다. 노예와 가축도 적지 않았다. 병사들은 출발할 때보다 훨씬 풍족해진 상태에서 로마로 돌아갔다. 그래서 로마에 남은 사람들은 낙담한 나머지 전쟁에 나서지 말자고 선동한 사람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네놈들 때문에 행운을 놓쳤잖아.”


게가니우스와 미누키우스는 엄청난 폭풍에 휘말리고 좌초할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로마에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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