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미누키우스 아우구리누스와 아울루스 셈프로니우스 아트라티누스가 두 번째로 집정관 자리에 올랐다. 전투는 물론 토론 실력도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로마에 곡식과 다른 식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크게 신경 썼다. 그들은 대중의 조화는 이런 점의 복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 모두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이들은 그다지 행운아가 아니었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좋은 일 덕분에 이득을 본 사람들의 오만 때문에 나쁜 일도 적지 않았다.
로마는 다시 한 번 전혀 터무니없는 일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곡식을 사러 간 사절단이 해상 시장과 내륙 시장에서 국고로 많은 양을 구입해 로마로 이송했다. 시장에서 활동하던 상인들이 곳곳에서 모여들었다. 로마는 국고로 곡물을 사들여 세심하게 보관했다.
시칠리에 사절로 갔던 게가니우스와 발레리우스가 많은 상인들과 함께 도착했다. 그들은 밀 5만 부셀(약 150만 리터) 어치를 사 왔다. 절반은 아주 낮은 가격에 샀고, 나머지 절반은 시칠리 독재자 겔론이 선물한 것이었다. 수송비도 겔론이 부담했다.
곡식을 실은 배가 도착했다는 소식은 로마에 널리 퍼졌다. 곡식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두고 귀족 사이에서 긴 논쟁이 벌어졌다. 합리적인 사람들과 평민의 친구들은 이렇게 제안했다.
“겔론이 준 곡물은 평민에게 나눠줍시다. 국고로 사온 곡물은 아주 낮은 가격으로 평민에게 팝시다. 이런 호의를 베풀면 부자에 대한 빈민의 적대감을 줄어들 것입니다.”
과두정을 꿈꾸면서 평민을 억압할 방법만 강구하는 거만한 귀족은 다르게 주장했다.
“곡물을 가능하면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평민은 궁핍해져야 온건해집니다. 그래야 법에 규정한 정의의 원칙을 복종하게 됩니다.”
이런 주장을 내세운 과두정파 인물 중 하나는 코리올라누스라는 별명을 가진 마르키우스였다. 그는 이런 주장을 은밀하게 조심스럽게 내놓지 않았다. 많은 평민이 들을 수 있도록 공공연히 노골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코리올라누스는 평민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최근에는 평민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일을 개인적으로 겪기도 했다. 그는 집정관 선거에 출마했다. 귀족은 그를 지지했지만 평민은 반대했다. 탁월한 명성을 얻은데다 과감한 성격을 가진 그가 호민관 제도를 없애기 위한 조취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귀족이 이전에 어떤 후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열정으로 코리올라누스를 지지했다는 점도 평민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코리올라누스는 낙선을 굴욕으로 생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부를 이전 형태로 되돌리고 싶어 했다. 평민의 권한을 제거하겠다며 드러내놓고 말하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그는 재산이 많은 귀족 젊은이들을 이끌고 다녔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나눠준 덕분에 많은 클리엔테스도 확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코리올라누스는 아주 거만하게 굴었고, 늘 눈에 잘 띄었으며, 로마에서 가장 저명한 인물로 성장했다.
이런 일 때문에 코리올라누스는 행복한 결말을 얻지 못했다.
곡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원로원이 소집됐다. 관습에 따라 나이가 많은 의원들이 먼저 견해를 제시했다. 그들 중에서 드러내놓고 평민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젊은 의원들이 발언할 차례가 됐을 때 코리올라누스가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었다. 그가 연설을 시작하자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평민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거나 궁핍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귀족정을 없애고 로마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사악한 희망에 부풀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협상 때문에 평민이 얻은 이득을 살펴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평민은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계약을 지탱하는 신의를 저버렸고, 계약을 안전하게 해주는 법을 폐기했습니다. 집정관의 권한을 없애려고 새로운 행정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들은 법으로 호민관을 신성불가침한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새로 만든 법을 통해 독재적 권력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호민관은 위기에 몰린 평민을 구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권력을 이용해 하고 싶은 대로 약탈하고 노략질합니다. 그들이 새로 만든 법은 자유인이라면 할 수 있는 말을 내뱉는 사람을 모두 사형시킵니다. 이를 통해 행동의 자유는 물론 연설의 자유도 억압합니다.
평민이 새로 만든 법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들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개인이건 행정관이건 아무도 없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는 이런 상황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독재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독재자 한 사람 밑에 눌려 있건, 한 사람이 아니라 평민 전체에 눌려 있건 차이는 무엇입니까? 그 효과는 똑같습니다.
고귀한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의원이 이미 오래 전에 이런 부작용을 예상하셨듯이 이런 권력의 씨앗이 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이미 지나간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한마음을 이뤄 그것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아직 약해서 쉽게 물리칠 수 있을 때 로마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경험을 처음 했거나 유일하게 경험한 사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많은 사람이 악의 시작을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내몰리고 중요한 결과를 낳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나중에 악이 자라는 걸 막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시작 단계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혀 가치가 없는 게 아닙니다. 후회는 결과를 예방함으로써 무지 때문에 생긴 실수를 지워버리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평민의 행동을 무례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먼저 어기고 맹세를 위반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우리는 침략자가 아니라 침략을 물리치려는 것이며, 협약을 어기는 게 아니라 협약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며, 우리는 신에게 무죄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논의하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강력하게 주장하십시오. 협약을 어기고 조약을 위반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은 우리가 아니라 평민이라고. 평민은 로마로 돌아오게 된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평민은 원로원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로원 때문에 피해를 입은 평민을 보호하기 위해 호민관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권한을 원래 조건에 따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기존의 정부를 뒤집고 파괴하는 목적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최근 평민 회의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들의 선동가가 내뱉은 독설도 기억하실 겁니다. 그들은 무례와 무질서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런 미친 자들이 지금 허풍을 떱니다. 왜냐? 로마의 통치권은 그들이 행사하는 투표에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평민은 귀족보다 수가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평민이 협약과 법을 어기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침략자의 공격을 물리치고 그들이 부당하게 소유한 것을 박탈하고 앞으로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욕심내지 못하게 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평민이 부당한 이득을 얻은 뒤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평민이 부끄러움 없이 주제넘게 행동하도록 해준 데 대해 우리는 신에게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남아 있는 권리를 제대로 지키도록 노력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지혜롭게 행동할 뜻이 있다면 현재 상황은 오히려 더 유리합니다. 평민의 대부분은 기근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돈이 없어 견딜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심각한 위기에 몰렸거나 귀족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들은 로마를 떠나도록 해야 합니다. 좀 합리적인 사람은 우리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고 온건한 태도로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식량을 잘 간수하십시오. 일용품 가격을 절대 깎지 마십시오. 어느 때보다 높은 가격에 식량을 팔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킵시다. 평민의 배은망덕한 요구 속에서 정당한 근거와 그럴 듯한 핑계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평민이 반란을 일으키고 조국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이 마치 적의 영토를 약탈하듯이 로마의 들판을 약탈했기 때문에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이 때문에 국고를 털어 곡식을 구매하러 사절단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도 그들은 우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우깁니다.
평민의 선동가가 겁주기 위해 협박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모든 걸 양보하기를 거부한다면 평민은 우리를 어떻게 취급할지를 이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기회를 달라고 기도나 해야 합니다. 또 우리가 평민의 권한을 빼앗고 싶어 하면서도 머뭇거린다는 걸 평민이 알게 되면 그들은 우리에게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적대감의 증거라고, 우리의 무능을 겁의 증거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코리올라누스가 연설을 한 뒤 원로원의 견해는 둘로 나뉘었다. 그래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처음부터 평민에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이 협상을 받아들여야 했던 의원들은 코리올라누스를 기상이 넘치고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조국을 위해 최고의 조언을 내놓았다고 칭찬했다. 그들은 주로 젊거나 부유하거나 야심만만한 의원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계약에 따라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본 걸 분하게 생각했고, 다른 일부는 선거에 출마했을 때 패한 걸 잊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평민을 동정하고 재산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평화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코리올라누스의 연설을 불쾌하게 여기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귀족은 폭력이 아니라 친절로 비천한 시민들을 능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동료 시민을 향한 선의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합리성이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코리올라누스의 제언은 솔직한 연설이나 자유가 아니라 미친 것이오.”
이렇게 생각하는 의원은 소수였고 힘이 약했다. 그래서 폭력적인 다수 의원에게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호민관들은 집정관의 초청으로 원로원에 참석해 회의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했다.
“코리올라누스, 평민에게 그렇게 사악한 말을 내뱉다니 당신은 로마의 질병이며 골칫거리요. 저자를 사형시키거나 추방시켜 조국을 내란으로 몰아넣으려는 계획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렇게 할 것이오.”
호민관들의 고성 때문에 원로원에서 더 큰 소란이 일어났다. 특히 젊은 의원들은 호민관들의 위협을 참지 못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더 거만하고 더 무모하게 말을 내뱉었다.
“당신들이 로마를 혼란스럽게 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면, 그리고 빈민을 현혹시키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당신들에게 반대할 것이오.”
원로원의 분위기는 더 악화됐다. 호민관들은 평민에게 부여된 권리를 빼앗으려는 의원이 협약을 지키려는 의원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는 협약의 목격자였던 신의 이름을 큰소리를 외치며 원로원에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