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코리올라누스(2)-연설의 자유는 소중하다

by leo


호민관들은 평민 집회를 소집했다. 그들에게 코리올라누스가 원로원에서 한 말을 전달한 뒤 그를 불러 변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코리올라누스는 그들의 요구에 콧방귀만 뀌었다. 그를 데리고 온 사람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며 쫓아버렸다.


호민관들은 더욱 분개했다. 그들은 애딜리스들과 여러 시민을 데리고 코리올라누스를 붙잡으러 갔다. 그는 마침 원로원 앞에 서 있었다. 많은 귀족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호민관들은 애딜리스들에게 지시했다.


“코리올라누스를 체포하시오. 따라오지 않으려고 하면 강제로 끌고 가시오.”


당시 애딜리스는 티투스 브루투스와 가이우스 비셀리우스 루가였다. 두 사람은 코리올라누스를 체포하려고 앞으로 갔다.


다른 귀족들은 귀족이 호민관에 의해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되는 걸 치욕이라고 생각하고 애딜리스들을 막았다. 그리고 그들을 두들겨 패 모두 쫓아버렸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금세 로마 전체로 퍼져 나갔다. 모든 사람이 집에서 달려 나왔다. 집정관들과 부자들은 코리올라누스를 보호하는 귀족을 돕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정부 형태를 회복하려는 생각에, 그리고 비천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호민관을 도와 지시를 이행하려고 했다.


지금까지 서로 무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막아주었던 존경심은 양측 모두에게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도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다음날까지 결정을 미루었다. 집정관들의 조언과 간청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다음날 호민관들은 가장 먼저 포로 로마노에 갔다. 그들은 평민 집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차례차례 앞으로 나가 귀족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귀족은 조약을 어겼습니다. 과거를 잊고 용서하겠다고 평민에게 약속했던 맹세도 깨뜨렸습니다. 그들이 평민과 진정으로 화해할 생각이 없다는 증거는 바로 곡식 부족입니다. 귀족은 식민지단을 보내기 위해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평민의 수를 줄이려고 공모한 것입니다.”


호민관들은 코리올라누스가 전날 원로원에서 한 말을 되풀이하면서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평민은 코리올라누스에게 변론을 하라고 소환했습니다. 그는 오지 않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잡으러 갔던 애딜리스를 주먹으로 때려 쫓아버렸습니다.”


호민관들은 당시 원로원에 일어났던 일의 목격자로 원로원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원들을 지목했다. 또 애딜리스가 겪었던 모욕에 대한 목격자로 당시 포로 로마노에 있었던 모든 평민을 지목했다.


호민관들은 귀족에게 원한다면 변명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원로원 회의가 끝날 때까지 평민을 포로 로마노에 붙잡아두었다. 당시 원로원은 회의를 열고 있었다. 평민들에게 변론을 할지 아니면 무시할지 결정하려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견해는 고집스럽게 버티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집정관들은 회의를 해산하고 포로 로마노로 갔다. 원로원에 대한 비난을 반박하고, 코리올라누스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처벌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나이가 더 많은 집정관 미누키우스가 앞으로 나가 연설했다.


“식량 부족 사태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간단합니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일의 진상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분보다 더 좋은 목격자는 없습니다. 씨를 뿌리지 않았기 때문에 땅에서 수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분 자신이 더 잘 알 겁니다.


땅이 황폐해진 이유도 말씀드리지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결국 어떻게 해서 넓고 비옥하던 땅이 수확은 물론 노예, 가축 부족 사태에 시달리게 됐는지는 여러분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농지는 적의 공격 때문에 초토화됐으며, 그래서 식구는 많으면서 재산은 없는 평민은 가족을 먹여 살릴 능력이 안 되는 것입니다.


선동가가 주장하고, 그래서 여러분이 진실이라고 믿는 게 기근의 원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의 불행을 귀족의 공모 탓으로 돌리는 걸 그만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귀족에게 분노하는 걸 그만 두십시오.


식민지단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전시에 필요한 장소에 주둔군을 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기 때문에 식민지단을 보낼 이유가 생겼습니다. 상황이 아주 위급할 때 식민지단을 보내면 가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식민지단은 모든 생활필수품을 풍족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은 식량 부족에 덜 시달리게 됐습니다.


식민지단을 투표로 결정할 때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의 뜻을 물으면서 불편부당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귀족과 평민이 그 원칙을 함께 지켰습니다.


선동가들이 이런 문제를 두고 귀족을 헐뜯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똑같습니다. 그들에게 득이 되거나 손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원로원이 최근 모임을 가진 것과 관련해 선동가들이 하는 주장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원로원은 식량 가격과 관련해 온건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원로원은 호민관 권한을 없애려고 작당한다. 원로원은 평민의 반란을 아직도 개탄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면에서 평민을 괴롭히려고 한다.’


우리는 다른 모든 주장처럼 이런 주장도 행동으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여러분에게 준 것과 똑같은 조건으로 호민관 권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식량은 여러분이 정하는 가격으로 팔 것입니다.


인내를 갖고 기다리십시오. 만약 제가 한 말이 실천되지 않는다면 우리를 비난하십시오. 하지만 여러분이 차이점을 꼼꼼히 살핀다면 평민이 귀족을 비난하는 것보다 귀족이 평민을 비난할 이유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심사숙고한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헐뜯기로 작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당한 비난을 받는 사람에게 안전장치는 되지 않고, 부당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변명만 되는 증거를 갖고 남을 비난하게 놔두는 것이야말로 국가에서 화합의 정신을 없애려는 사람에게 가장 쉬운 일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원로원을 비난한다고 욕을 들어 마땅한 것은 여러분의 지도자만이 아닙니다. 겪기도 전에 피해를 본다고 분개한다는 점에서 여러분도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게 미래의 부당한 일이라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화를 그때까지 삭혀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신중하기보다는 성급하게 결론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저열한 행동을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호민관들이 원로원을 싸잡아 비난한 부당한 행동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 설명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민관들은 우리가 원로원에서 무슨 발언을 하더라도 개인을 비방합니다. 우리가 나라를 쪼갠다고 몰아붙입니다.


호민관들은 조국을 정말 사랑하고 공적인 일을 토론할 때 솔직한 견해를 숨기지 않는 가이우스 마르키우스를 추방하거나 사형시키자고 여러분을 선동합니다. 제가 말하는 게 공정하지 않은지 아니면 진실인지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원로원과 협상할 때 여러분은 채무에서 벗어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가난한 사람을 억압에서 보호하도록 여러분 중에서 행정관을 뽑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두 가지를 다 얻었을 때 여러분은 원로원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정관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원로원에게서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권한을 제거하고, 전통적인 형태의 정부를 뒤엎은 것은 여러분이 요청한 것도 아니었고, 요청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왜 지금 여러분은 현재의 모든 제도를 뒤엎으려고 하는 것입니까? 어떤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서 여러분은 원로원의 권한에 속하는 관직을 없애려고 하는 것입니까?


원로원 의원이 견해를 솔직하게 발표하는 걸 위험한 일로 만든다면 여러분의 지도자에게서 어떤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법률에 근거해서 호민관들은 귀족에게 사형이나 추방령을 내리려고 하는 것입니까? 옛 법은 물론 최근 평민과 원로원의 합의에도 그런 권한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법에 정해진 경계를 침범하거나 무력을 정의보다 앞세우는 것은 민주주의의 증거가 아니라 독재자의 증거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원로원에게서 얻은 어떤 특혜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렇지만 여러분이 원로원과 협상할 때 요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어떤 주장도 하지 마십시오.


선동가들이 온건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은 주장을 하고 있으며, 불가능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는 걸 여러분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입장을 바꿔놓고 이렇게 생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원로원 의원들이 ‘평민 지도자들은 평민 집회에서 원로원에 대해 사악한 말을 내뱉었고, 귀족정을 전복하자고 선동했으며, 반란을 획책했다. 게다가 원로원이 준 것보다 더 큰 권한을 노리고 있으며, 재판도 없이 마음대로 아무나 사형시키려 한다다’면서 평민 지도자에게 비난을 퍼붓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원로원 의원들이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면책 없이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원로원의 이런 오만함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뭐라고 말할 겁니까?


만약 누군가가 ‘평민을 위해 솔직히 말하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벌을 내리겠다’면서 연설의 자유를 빼앗아간다면 여러분은 모욕감을 느끼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평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은 당연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참지 못하는 걸 다른 사람들은 참으라고 하는 게 합리적인 생각입니까?


그런 요구를 한다면 여러분은 스스로 여러분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진실하다는 걸 입증하는 것 아닙니까? 또 여러분의 불법적 행동이 새로운 힘을 얻지 못하게 하라고 우리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로마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이 저에게서 비난받은 것과 정반대 행동을 할 거라면 저의 조언을 따르십시오. 온건하게 행동하십시오. 여러분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 같은 악한 감정 대신 동료 시민으로서 마땅히 필요한 행동을 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정의를 중대하게 배려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실수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러는 것은 여러분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로마로 돌아온 것과 관련해서 우리는 그걸 잊으려 하고, 여러분은 그걸 기억하려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다시 말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요청에 따라 많은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우리에게 한 가지라도 보답해 주어야 합니다. 조국을 너무나 사랑하고 전쟁 기술에서 누구보다 뛰어는 사람을 로마에서 쫓아내거나 사형시키지 마십시오.


만약 로마에서 그런 용기를 제거해 버리면, 여러분도 알다시피 로마에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겁니다. 요구를 누그러뜨려야 합니다.


여러분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쟁에서 그 사람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지를 기억해 보십시오. 그가 기분 나쁜 말을 했다고 반감을 가지지 말고 그의 영광스러운 행동을 기억하십시오. 그의 연설은 여러분에게 어떤 해악도 주지 않았습니다. 반면 그의 행동은 여러분에게 큰 이익을 안겨 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와 화해할 수 없다면 원로원에 호의를 베풀어 준다는 생각으로 그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와 굳게 화해합시다. 그리고 마치 로마가 출발 단계에 있는 것처럼 굳게 뭉칩시다.


여러분이 끝내 우리의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도 여러분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십시오. 이번 일은 진지한 우정과 더 큰 이익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내란과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누키우스의 연설을 들은 평민은 감동받았다. 온건한 연설, 인간적인 약속이 그들을 감동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호민관들은 불쾌해졌다. 특히 가이우스 시키니우스 벨루투스가 특히 기분 나빴다. 그는 평민을 선동해 귀족과 갈라서도록 했고, 평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사령관으로 임명된 사람이었다. 그는 귀족정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이유로 저명한 위치에까지 올랐고, 두 번이나 호민관이 됐다. 로마가 조화를 이뤄 옛날의 좋은 질서를 회복하는 게 그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시키니우스는 비천한 출신이었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전쟁 때나 평화 때나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귀족정 아래서는 지금 같은 명예와 권력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로마에 반란을 일으켜 많은 해악을 가져왔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키니우스는 무슨 말을 할지 동료들과 협의한 뒤 그들의 동의를 얻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평민의 불행한 상태에 동정의 말을 몇 마디 한 뒤 본격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미누키우스! 우리의 열악한 상태를 멸시하지 않으면서 행동을 잘 설명해주어 감사합니다. 귀족이 빈민의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해준다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할 겁니다. 귀족이 말과 행동을 일치시킨다면 저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더 열렬히 그 사실의 목격자가 될 것입니다.”


시니키우스는 연설을 이렇게 시작함으로써 온건하고 유화적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 그는 두 집정관 근처에 서 있던 코리올라누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코리올라누스! 당신은 원로원에서 했던 말에 대해 왜 동료 시민 앞에서 해명하지 않는 겁니까? 왜 온건한 벌을 내려달라고 간청함으로써 평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고 하지 않는 겁니까?


많은 사람이 목격했기 때문에 나는 당신에게 사실을 부인하라거나 부끄러운 변명을 늘어놓으라고 조언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은 콜리올라누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보다 뛰어난 긍지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집정관과 귀족들이 당신을 위해 중재에 나서지 않고 당신이 직접 변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9. 코리올라누스(1)-평민은 고생해야 말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