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키우스는 코리올라누스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그를 비난하는 사람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 마치 잘못한 것처럼 처벌을 면제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성격과 달리 탄원하고 애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코리올라누스 같은 사람은 변명을 늘어놓는 걸 우습게 알면서 내적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말을 온건하게 하면서 사람들에게 아첨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은 시니키우스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포로 로마노에 침묵이 흐르고 모든 평민이 코리올라누스를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아주 거만한 말을 내뱉었다. 평민을 무시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원로원에서 한 말을 하나도 부인하지 않소. 뉘우치는 것처럼 하면서 자비를 호소하거나 연민을 바라는 말은 하지 않겠소. 평민이 나를 심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오. 당신들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집정관 앞에서 나를 비난하면서 말과 행동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면 나는 법에 따라 재판에 설 것이오.
평민이 소환했기 때문에 나는 여기 온 것이오. 하지만 당신들은 불법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오. 반란과 귀향 이후 가지게 된 권력을 더 잡으려는 것이오. 당신들의 부당한 욕망을 억제하고 삼가시오.”
코리올라누스는 끊임없이 신랄하고 무모하게 평민을 비난했다. 특히 호민관들을 더 비난했다. 그의 연설에는 대중 집회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계산된 존중 같은 것은 없었다. 통치자의 분노에 직면한 시민에 대한 사려 깊은 경고도 없었다. 대신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적에 대한 절제 되지 않는 분노와 제물에 굴복한 자에 대한 가혹한 경멸만이 있을 뿐이었다.
코리올나누스가 연설을 이어가자 엄청난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성격과 경향을 지난 대중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처럼 이곳저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그의 말을 만족스럽게 생각했고, 일부는 거꾸로 불만을 터뜨렸다.
코리올라누스가 연설을 마치자 소동과 함성은 더 커졌다. 귀족은 그를 가장 용감한 사내라고 추켜세웠다. 그의 솔직한 연설을 칭송했고, 원로원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바로 앞에 있는 수많은 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동료시민들의 무례하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아첨하지도 않았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평민은 그의 연설에 대해 분노하면서 그를 거만하고 가혹하고 가장 저주스러운 적이라고 쏘아붙였다. 일부 성급한 평민은 그를 약식 처형하려고 달려들기도 했다. 호민관들이 그들을 사주하고 도와주었다.
시키니우스는 그들의 욕망을 묶고 있던 고삐를 풀어놓았다. 그는 코리올라누스를 쏘아붙이는 장광설을 늘어놓고 평민의 마음에 불을 지르더니 가장 격렬한 비난의 말을 쏟아내면서 선고를 내렸다.
“호민관들은 코리올라누스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는 애딜리스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호민관들의 지시를 받고 간 애딜리스에게 주먹을 휘둘러 쫓아냈습니다. 코리올라누스가 애딜리스에게 저지른 범죄는 호민관에게 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코리올라누스를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보는 언덕(타르페이아 언덕)으로 끌고 가시오.”
이 언덕은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을 던져버리던 높은 바위였다. 애딜리스는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코리올라누스에게 달려갔다. 귀족은 고성을 지르면서 그들을 몰아냈다. 평민들도 귀족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해서 무질서한 소동이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욕설을 주고받았다. 서로 밀고 당기며 몸싸움을 벌였다.
혼란은 두 집정관의 만류 덕분에 겨우 진정됐다. 평민과 귀족은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다툼을 벌이는 양측 사이로 들어간 뒤 릭토르들에게 양측을 뒤로 몰아내라고 지시했다. 당시 사람들은 집정관에게는 엄청난 존경심을 보였다. 그 존경심은 마치 왕에게 보이는 것과 비슷했다.
시키니우스는 당혹스러웠고 화가 났다. 그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찼다. 적을 무력으로 몰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번 선고를 내렸기 때문에 사형 시도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의를 실천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어떻게 할지 한참이나 고민했다.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는 시키니우스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협상 조건을 고안해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문제에서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특히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능했다. 브루투스는 시키니우스를 옆으로 데리고 가서 이렇게 조언했다.
“무모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계속 고집하지 마십시오. 귀족이 모두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집정관이 무기를 들라고 말하기만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평민 중에서 고지식한 사람들도 로마에서 가장 저명한 사람을 재판도 하지 않고 사형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걸 주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단 물러나십시오. 집정관과 다투지 마십시오. 괜히 불행스러운 일을 만들지 마십시오. 대신 코리올라누스를 재판할 날짜를 고르십시오. 그리고 민회를 열어 부족별로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하십시오. 다수결로 판결을 내리자고 하십시오.
당신은 고발자이면서 판사 역을 맡아서 처벌 수위까지 결정하려 합니다. 지금 하는 행동은 독재자의 짓이며 단순히 폭력입니다. 민주적 정부의 절차에 따르면 기소당한 사람에게는 법에 따라 스스로를 옹호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다수결이 결정하는 대로 벌을 내려야 합니다.”
시키니우스는 브루투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는 다시 대중 앞으로 나가 이렇게 말했다.
“평민이여! 우리는 지금 로마에 해를 입힌 거만한 사내를 구하기 위해 유혈과 폭력적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귀족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귀족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파멸을 향해 성급하게 달려가서는 안 됩니다. 전쟁을 해서도 안 되고 서로 공격하고 방어해서도 안 됩니다.
일부는 그럴 듯한 핑계거리로 법을 내세웁니다. 재판 없이 누구도 사형할 수 없다는 법에 기댐으로써 그 사내를 처벌에서 구해내려 합니다. 우리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대접받은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주장대로 해봅시다. 우리를 해친 자들에게 폭력보다는 합리성을 보임으로써 우리가 더 우월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줍시다.
평민이여! 그러니 오늘은 이만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정해진 날짜까지 기다리십시오. 그 날은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서둘러 모든 준비를 마무리할 것입니다. 그날 여러분 앞에 이 사내를 세울 것입니다.
여러분은 투표를 실시할 합법적인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처벌을 그에게 내리면 됩니다. 이 일은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물 판매와 분배 문제와 관련해서 원로원과 귀족이 사려 깊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의 진행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혼란스러웠던 이날 평민 집회는 막을 내렸다.
두 집정관은 곧바로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의원들과 당면한 혼란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 논의했다. 이들은 먼저 곡식을 싼 값에 평민에게 판매해 호감을 얻기로 했다.
그런 다음 원로원에 호의를 보여 투쟁을 중단하라고, 코리올라누스를 재판에 회부하지 말라고 평민 지도자를 설득하기로 했다. 만약 그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평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늦춰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원로원은 이런 내용을 투표로 확정한 뒤 평민 집회에 곡식과 관련한 법령을 제출했다. 모든 평민이 환영하는 가운데 이 법은 재가를 얻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곡물 가격은 내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장 싼 가격으로 결정한다.’
여러 번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귀족은 호민관들로부터 코리올라누스 재판을 취소시키겠다는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 다만 가능한 한 오래 재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원로원은 다음 상황을 이용해 재판을 더 연기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시칠리에서 독재자 겔론이 보낸 사절단이 로마에 선물로 곡물을 보냈다. 곡물을 실은 배는 로마로 돌아오다 안티움 항구에서 멀지 않은 항구에 정박했다. 이때 안티아테스 족이 해적 떼를 보내 곡물을 마치 적에게서 탈취한 전리품처럼 빼앗아가 버렸다. 곡물을 지키던 사람들은 감옥에 가둬버렸다.
두 집정관은 이 소식을 듣고 안티아테스 족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마가 사절단을 보냈지만 그들은 배상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두 집정관은 병역 의무를 치를 나이가 된 모든 사람을 모아 군대를 구성한 뒤 원정길에 올랐다. 원로원은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모든 사적, 공적 소송은 일시 중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쟁에 걸린 시간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길지 않았다. 훨씬 짧았다. 로마가 모든 병력을 이끌고 출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안티아테스 족은 조금이라도 저항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시칠리에서 온 사절단은 물론 빼앗은 곡식도 모두 돌려주었다. 로마군은 로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군대가 해산되자 호민관 시키니우스는 평민 집회를 열어 코리올라누스 재판을 거행할 날짜를 선언했다.
“로마에 사는 시민들은 이 문제를 결정하러 무리지어 몰려오십시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잠시 일을 미루고 꼭 참석하십시오. 자유와 로마의 안전을 위해 투표를 하셔야 합니다.”
시키니우스는 코리올라누스에게도 그날 재판에 나타나 변론하라고 했다. 재판과 관련해서 법이 부여한 특권 중에서 어떤 것도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