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연설을 마치자, 이번에는 마니우스 발레리우스가 일어섰다. 그는 모든 원로원 의원 중에서 평민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평민 반란 때)협상에 가장 큰 열정을 보였으며, 이번 경우에도 공개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지지했다. 발레리우스는 심사숙고하여 준비한 연설을 시작했다.
“일부 원로원 의원은 로마가 통합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면서 평민과 귀족을 갈라놓으려 하고, 하찮은 이유 때문에 내전의 불씨를 다시 키우려고 하는군요.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 공통의 이익입니다. 조화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원로원 의원들이야말로 올바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만약 민회가 코리올라누스를 재판할 권한을 얻는다면, 그리고 원로원 동의로 그런 특혜를 가진다면, 아마 그들은 처형을 강요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런 권한을 가진 것에 만족하고 그를 잔혹하게 다루기보다는 온건하게 다룰 것입니다.
호민관들이 반드시 코리올라누스 재판을 합법적인 결론에 이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평민이 그와 관련해서 투표를 할 권한을 가지더라도 그들은 코리올라누스를 무죄 방면할 것입니다. 일부는 코리올라누스에 대한 존경심에서, 또 일부는 원로원이 이런 권한을 부여해준 데 대한 호의로, 그리고 합리적인 일에는 그들에게 반대하지 않은 데 대한 호의 때문입니다.
집정관, 원로원 의원, 그리고 나머지 귀족 모두 한마음으로 재판에 참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를 옹호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그와 관련해서 가혹한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호소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참석하면 무게의 추를 무죄 쪽으로 돌려놓을 겁니다.
우리만 가서 견해를 밝힐 게 아니라 클리엔테스와 모든 친구를 다 모아 가야 합니다. 평민 중 누구라도 과거에 받은 도움 때문에 우리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면, 그들에게 과거의 호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베풀어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평민 중에는 권리를 사랑하고 부정을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인간의 불행에 동정을 표시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명예로운 지위에 있는 사람이 뒤바뀐 운명 때문에 고통 받을 때 측은지심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발레리우스의 연설 중 상당 부분은 코리올라누스에게 직접 전하는 말이었다. 그는 권고하기도 했고 책망하기도 했다. 간청하기도 했고 강요하기도 했다.
“당신은 평민과 원로원을 갈라놓으려 했습니다. 그런 독단적인 태도 때문에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당신 때문에 내란이 일어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당신은 남의 심기를 건드리는 태도를 고집하면서 당신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조신하게 행동하면서 부당한 비난을 막아내는 정당한 방어로 당신을 해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훌륭한 방법입니다. 당신이 이미 보여준 행동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온건하지 않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서 원로원에 당신을 위해 모든 위험도 무릅쓰라고 요구한다면 당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재앙 같은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며, 이기더라도 불명예스러운 승리가 될 것입니다.”
발레리우스는 수없이 탄식하면서 분열될 경우 로마에 불어 닥칠 수많은 피해를 일일이 설명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러한 피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 눈물은 속임수가 아니었고 진짜 눈물이었다. 나이로 보나 그동안 경력으로 보나 존엄성에서 독보적인 발레리우스는 원로원 의원들이 감동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연설의 마지막 부분을 이어나갔다.
“원로원 의원 여러분! 평민에게 귀족을 상대로 투표하는 권한을 주는 것이 나쁜 관습을 로마에 도입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호민관의 권력이 상당히 강해질 경우 전혀 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그런 추측은 실제와 정반대라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로마를 지키는 수단으로 삼으려면, 그리고 로마가 절대 자유와 권력을 빼앗기지 않고 모든 면에서 단합해서 조화를 이루는 걸 확실히 하려면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민중입니다. 모든 것보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군주정이든 과두정이든 민주주의든 단일하게 섞이지 않은 정부형태를 가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만드는 헌법입니다.
어떤 정치 형태든 쉽게 방탕과 무법으로 빠져듭니다. 이때 모든 것이 적절하게 잘 혼합되면 혁신을 이루게 됩니다. 관습을 부수려 하는 요소는 자기 통제력을 통해 원래의 성격을 유지하는 다른 요소에 의해 억제되게 마련입니다.
군주정이 잔인해지고 무례해지고 독재적 경향을 띠게 될 경우 일부 훌륭한 인물에 의해 뒤집히게 되는 것입니다.
최고의 인물로 구성된 과두정은 현재 우리의 정부 형태입니다. 만약 귀족이 무리를 이뤄 부를 자랑하게 된다면 그리고 정의나 다른 미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신중한 민주주의에 밀려나게 됩니다.
아주 온건하고 법에 따라 운영되는 민주주의는 질서를 잃고 무법천지로 변하게 되면 가장 강력한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가 무력으로 뒤집히게 됩니다.
우리는 왕과 같은 권한이 독재로 타락하는 걸 막기 위해 모든 대책을 다 고안했습니다. 한 사람 대신 두 사람에게 로마의 최고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행정권한을 부여하면서도 무제한적으로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겨우 1년이었습니다.
그러고도 우리는 그들을 감시하기 위하여 동시에 최고의 인물 300명을 임명합니다. 원로원은 이 사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원로원이 적절한 범위 안에 머물러 있도록 원로원을 감시할 사람은 아직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겨우 최근에야 로마를 긴 독재에서 구해낸데다 길게 이어진 전쟁 때문에 아직 나태해지거나 방심할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리 엄청난 축복을 받았더라도 마음이 더럽혀지리라고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후손들과 관련해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길지를 고려해볼 때 저는 원로원에서 권력을 쥔 사람이 변화를 시도하고, 아무도 모르게 정부를 독재 왕정으로 바꿀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민에게 정부의 몫을 나눠준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우리에게 어떤 해악도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동료 시민보다 더 큰 권력을 노리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아 원로원에서 파당을 형성하는 사람은 호민관에 의해 민회와 신분이 낮고 비천한 사람들 앞에 나오라는 요구를 받으면 그의 행동과 목적을 설명해야 합니다. 유죄가 드러나면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평민이 방탕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최악의 선동가에게 유혹당해 최고의 시민에게 전쟁을 선언하지 않도록 탁월한 지혜를 가진 일부의 사람은 독재관으로 임명돼 모든 악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평민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절대적이고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권력을 부여받은 독재관은 로마에서 병든 부분을 잘라내고 나머지를 오염되지 않고 감염되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는 최고의 방법으로 시민들의 습관, 언어 사용, 목적을 고칠 것입니다. 가장 뛰어난 지혜로 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행정관으로 임명할 것입니다.
이런 일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하고 독재관은 다시 일개 시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런 일을 한 데 대해 명예 말고는 어떤 보상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것이 최고의 정부 형태라는 걸 믿으면서 어느 것에서도 평민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평민에게 해마다 로마를 통치할 행정관을 선출할 권리, 법을 재가하거나 무효화할 권리, 로마가 행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전쟁을 선포하고 평화를 받아들일 권한을 주었습니다. 원로원은 이런 문제에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재판에 참여할 몫을 줘야 합니다. 반란을 사주하거나 독재를 꿈꾸거나 적과 공모해 국가를 배신할 음모를 꾸미거나 다른 해악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당한 사람의 재판일 경우에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를 지켜볼 많은 눈을 임명하고 우리를 감시할 많은 사람을 임명함으로써 고압적이고 자기본위적인 사람이 법을 어기고 관습을 바꾸려고 하는 것을 더 힘들게 만들수록 로마의 상황은 더 나아질 것입니다.”
발레리우스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 의원들이 그의 견해에 공감을 표시했다. 원로원이 사전 법안을 채택했을 때 코리올라누스가 발언권을 얻었다.
“원로원 의원 여러분! 로마와 관련해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여러분은 잘 아실 겁니다. 내가 위기에 빠진 것은 여러분에게 보인 선의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행동은 나의 기대와 정반대입니다.
발레리우스의 의견이 다수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여러분에게 득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미래의 일을 제대로 판단 못했기를 바랍니다.
사전 법안을 받아들인 여러분이 어떤 조건으로 나를 평민에게 넘겨주려고 했는지를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내가 어떤 혐의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있는 자리에서 호민관들에게 내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혐의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지 이야기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코리올라누스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원로원에서 한 발언 때문에 재판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민관들이 이런 혐의로 그를 기소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호민관들은 서로 협의한 뒤 그를 독재를 노린 혐의로 기소한다고 말했다. 이런 혐의에 대해 변론할 준비를 하고 오라고 말했다. 그들은 코리올라누스의 혐의를 한 가지로 제한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자체가 강력한 것이 아니든 원로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든 호민관들은 원하는 대로 코리올라누스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울 권한을 얻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원로원 의원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다.
코리올라누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잘 알았습니다. 내가 재판받는 혐의가 그런 것이라면 평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사전 법령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원로원 의원 대다수는 그가 이런 혐의로 재판 받는 것에 상당히 만족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먼저 원로원에서 자유롭게 말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코리올라누스는 수수하고 비난받을 게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아주 쉽게 그런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재판을 위한 사전 법안이 통과됐다. 코리올라누스는 변론을 준비하기 위해 세 번째 시장 개장일까지 시간을 얻었다.
당시 로마인은 8일마다 시장을 열었다. 그날 평민은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와 그들의 생산품을 다른 물건과 교환했다. 법정에서 다툼을 해결했고, 모든 공적 사항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시장에 오는 사람 대다수는 소농이나 빈민이었다. 그들은 장과 장 사이 7일은 농촌에서 보냈다.
호민관들은 사전 법안을 받자마자 포로 로마노로 갔다. 평민을 모이게 한 뒤 원로원을 극구 칭찬했다. 법안을 낭독하고 재판을 열 날짜를 확정했다.
“모든 시민은 그날 반드시 참석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 당신들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은 외국에도 퍼져 나갔다. 평민과 귀족 모두 대단히 흥분했고 총동원령을 내렸다. 평민은 가장 거만한 사내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귀족은 귀족정을 옹호하는 사람이 적의 손에 떨어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간절함을 갖고 있었다. 평민과 귀족 모두에게 이번 재판은 자유에 대한 그들의 모든 주장이 걸린 한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