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코리올라누스(7)-추방당한 전쟁 영웅

by leo


시장 개장일 아침이 밝았을 때 이전에 볼 수 없던 엄청난 평민이 시골은 물론 도시에서 몰려 포로 로마노를 차지하고 있었다. 호민관들은 줄을 매달아 포로 로마노를 구역별로 나눈 뒤 각 부족이 따로 자리를 잡게 했다.


로마인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부족별로 모인 것인 이번이 처음이었다. 귀족은 아주 거칠게 이에 항의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백인대별로 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래된 관습이 아닙니까?”


과거에 시민이 원로원에게서 넘겨받은 특정 사안에 대해 투표를 할 때에는 먼저 법에 따라 희생제의를 거행한 뒤 집정관들이 백인대별로 모이게 했다. 이런 희생제의는 오늘날에도 거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백인대별로, 전쟁 때처럼 깃발에 따라 도시 바깥의 마르스 평원에 모이곤 했다. 그들은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지 않았다. 집정관이 요청하면 순서에 따라 백인대별로 실시했다. 백인대 수는 모두 193개였다. 백인대는 모두 여섯 계급으로 나뉘었다.


가장 높은 재산 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전투에서 최전선에 나서는 시민으로 구성된 계급이 먼저 호명돼 투표했다. 이 계급은 기병 18개 백인대, 보병 80개 백인대로 구성됐다.


두 번째로 투표하는 계급은 재산이 조금 적은 탓에 최전선의 전사와 다른 장비를 갖추고 전투에서 조금 나쁜 자리에 서서 전투를 하는 두 번째 계급이었다. 백인대 수는 1계급보다 적어 20개였다. 거기에 목수, 무기 제작공, 전투 장비 기술자 등으로 이뤄진 두 개 백인대가 포함됐다.


제3계급은 22개 백인대로 구성됐다. 2계급보다 등급이 낮아서 전투에서 그들 뒤에 섰다. 그들이 전쟁에 가지고 가는 장비는 앞에 선 두 계급과 같지 않았다.


다음에 호명되는 계급은 재산이 훨씬 적은 등급이어서 전투에서 안전한 자리에 서고, 장비도 가벼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총 20개 백인대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나팔수 등으로 구성된 2개 백인대가 더 있었다.


다섯 번째 등급은 재산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무기는 투창과 투석기뿐이었다. 그들은 전선에 고정 배치되지 않았다. 무장을 적게 해서 이동하기 쉬웠기 때문에 중무장 병사들을 보조했다. 총 30개 백인대로 이뤄져 있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나머지 계급보다 수가 훨씬 적어 맨 나중에 투표했고, 1개 백인대뿐이었다. 그들은 병역 의무는 물론 다른 5개 계급의 사람들이 재산에 따라 나눠 내는 전쟁세도 면제받았다.


제1계급 97개 백인대가 같은 견해를 나타낼 경우 투표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머지 86개 백인대는 투표하러 갈 필요가 없었다. 상황이 다를 경우 22개 백인대를 가진 두 번째 계급이 투표했고, 이어 97개 백인대가 같은 견해를 보일 때까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계급 순서로 투표했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먼저 호명되는 1계급에서 투표가 종료됐다. 그래서 다른 계급을 부를 필요가 없었다.


아주 의심스러운 사안일 경우 투표는 가장 가난한 시민인 마지막 계급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투표를 한 192개 백인대가 96개씩 똑같이 나뉠 경우 마지막 백인대 투표는 저울의 추를 이리저리 바꿀 수 있었다.


코리올라누스를 지지하는 귀족은 백인대별로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8개 백인대로 이뤄진 1계급 투표에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2계급이나 3계급에서는 무죄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그들은 기대했다.


호민관들은 결과를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족별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불리해서는 안 됩니다. 경무장하는 사람이 중무장하는 사람보다 덜 명예스러운 상태에 있어서도 안 됩니다. 많은 평민이 마지막 호명 때까지 기다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도 안 됩니다. 모든 시민은 투표에서 서로 동등해야 하고, 명예에서도 동등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족별 투표를 실시해야 합니다.”


호민관들의 주장이 귀족들보다 더 정당한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평민의 재판정은 평민의 것이어야 하며, 귀족이나 법원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로마에 대해 저질러진 범죄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민관들은 격론을 벌이다 재판이 열릴 시간이 돼서야 귀족에게서 동의를 얻었다. 집정관인 미누키우스가 먼저 일어나 원로원에서 상의한 대로 연설했다.


“귀족이 평민에게 베풀어준 모든 호의를 생각해보십시오. 평민의 요구에 따라 원로원이 허용해준 많은 공직에 대한 대가로 호의를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조화는 평화를 불러 옵니다. 로마에 많은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불화는 내란을 일으킵니다. 많은 도시가 이것 때문에 모든 시민들과 함께 파괴됐습니다. 나라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절대 분노에 사로잡히지 마십시오. 부정적인 조언보다는 긍정적인 조언을 받아들이십시오. 차분한 논리로 미래의 일을 잘 생각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일에 관해 생각할 때 조언자로 최악의 동료 시민을 택하지 마십시오. 최고라고 평가하는 사람을, 조국이 평화 때나 전쟁 때 많은 이익을 얻은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을, 당신이 불신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을 택하십시오.


코리올라누스에게 불리한 투표를 하지 마십시오. 그를 무죄 방면하십시오. 그가 로마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하십시오. 얼마나 많은 전투에서 로마의 자유와 패권을 위해 싸웠는지 기억하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그의 영웅적 업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고 그의 말에 대해 불만만 갖고 있다면 여러분은 경건한 것도, 정당하게 행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치 있게 행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코리올라누스는 혼자 와서 여러분에게 투항했습니다. 여러분이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와 화해하지 않고 가혹하고 냉정하게 대한다면, 로마에서 최고의 인물 300명으로 이뤄진 원로원이 그를 도와 중재에 나서기 위해 여기 왔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연민을 갖고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친구의 중재를 무시하고 적 하나를 처벌하지 말고, 많은 친구에게 호의를 베풀어 한 사람의 처벌을 면제해주는 길을 택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투표를 실시해 코리올라누스를 무죄로 풀어준다면 그가 잘못한 것이 많음에도 용서해주는 것이며, 만약 재판을 마무리하지 않고 미리 끝내버린다면 그를 위해 나선 모든 사람에게 크나큰 호의를 베풀어주는 게 되는 것입니다.”


미누키우스가 연설을 마치자 호민관 시키니우스가 앞으로 나서 연설했다.


“나는 평민의 자유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남이 그걸 배신하도록 버려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귀족은 코리올라누스가 평민에게 재판받는 게 동의했습니다. 나는 평민이 투표하도록 할 뿐이고 다른 것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미누키우스가 말을 이었다.


“호민관들이여! 여러분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코리올라누스를 투표에 회부하기를 원했소. 공식적인 기소 내용 이상으로 그를 비난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코리올라누스가 반역을 노렸다고 주장했소. 그걸 설명하고, 증거를 제시해 혐의를 입증하시오. 그가 단순히 원로원에서 평민에게 반대되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그를 비난하지는 마시오.


원로원은 이 혐의에 대해 그를 무죄처분하기로 결정했소. 그리고 코리올라누스가 특정한 혐의에 대해 평민 앞에 나서는 게 좋다고 판단했소.”


미누키우스는 원로원의 사전 법안을 낭독했다. 그리고 평민에게 이를 따르라고 말한 뒤 재판정에서 내려갔다.


시키니우스가 호민관 중에서 가장 먼저 코리올라누스의 혐의를 주장했다. 그는 아주 세심하게 계획하고 정교하게 연설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독재를 세우려고 평민에 반대하는 말을 계속하고 행동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시키니우스에 이어 가장 영향력이 큰 호민관이 연설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코리올라누스가 해명할 기회를 얻었다(번역자 주:역사가 리비우스는 ‘코리올라누스는 재판에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었던 시절 이야기부터 먼저 꺼냈다. 로마를 위해 참가한 많은 전쟁을 열거했다. 승리의 보상으로 받았던 많은 풀잎관, 포로로 사로잡은 적, 전투에서 목숨을 구해준 동료시민 이야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전쟁에서 받은 상을 직접 보여주었으며, 그에게 상을 준 장군의 이름을 거명했다. 그가 구해준 동료시민들의 이름도 불렀다.


코리올라누스는 애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동료 시민 여러분! 목숨을 건지게 해준 사람을 적으로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많은 사람을 구해준 보답으로 한 사람의 목숨을 보호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를 대접해야 합니다. 내가 구해준 사람은 대부분 평민이었으며 로마에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코리올라누스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슬픈 표정과 애원은 평민 사이에 부끄러움을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사람이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


코리올라누스는 옷을 갈기갈기 찢어 가슴에 가득한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의 온 몸은 흉터로 덮여 있었다.


“전쟁에서 동료 시민들을 구한 사람이 평화로울 때 동료 시민을 파괴하려 하고, 독재정권을 세우려고 하는 사람이 독재정권의 밑받침이 돼야 할 평범한 시민을 나라에서 몰아낸다는 게 합당한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코리올라누스가 이런 요지의 말을 이어나가자 평민 중에서 공정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를 무죄로 풀어줘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평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사람이 반역 혐의로 재판정에 끌려온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


천성적으로 악의적이고 정의를 싫어하고 쉽게 선동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그를 무죄로 풀어줘야 하는 걸 아쉽게 생각했다. 그들은 투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코리올라누스의 반역 증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달리 손쓸 방법이 없었다.


이때 원로원에서 코리올라누스 재판을 성사시킨 연설을 한 호민과 데키우스가 일어나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귀족은 코리올라누스가 원로원에서 한 말과 폭력적이고 거만한 행동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그를 처벌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영광스러운 사람이 여러분에게 말 말고도 어떤 행동으로 잘못을 저질렀는지, 그 행동이 얼마나 거만하고 독재적인지 잘 들어보십시오. 그리고 그는 일개 시민에 불과하면서 어떤 법을 어겼는지 배워보십시오.


여려분도 아시다시피 우리가 용기를 발휘해 적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은 국가에 귀속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일개 개인이 전리품을 처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군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전리품을 넘겨받은 법무관만이 전리품을 팔아서 수익을 국고에 넘기도록 돼 있습니다. 로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 어느 누구도 이 법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이 법을 악법이라고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서 있는 코리올라누스는 법을 경멸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법이 살아있는데도 그는 공공재산으로 귀속돼야 할 전리품을 스스로 처분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먼 옛날도 아니고 바로 지난해에 일어난 일입니다.


로마가 안티아테스 영토로 쳐들어가 많은 포로를 붙잡고 많은 가축, 많은 곡식과 그들의 재산을 노획했을 때 코리올라누스는 전리품을 법무관에게 신고하지도 않았고, 팔아서 수익을 국고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전리품을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그가 독재를 노린 증거입니다. 그가 지지자와 경호원, 독재 공모자를 만족시키려고 국가재산을 사용한 것이야말로 독재의 증거 말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이것이야말로 노골적인 법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코리올라누스! 나와서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해명해 보시오. 먼저 적에게 빼앗은 전리품을 친구들에게 나눠주지 않았소? 그렇게 할 때 법을 어긴 게 아니었소? 이 사람은 어느 것도 해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법을, 그리고 그가 한 행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를 무죄로 풀어준다면 여러분의 결정은 정의와 맹세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풀잎관, 용기의 보상, 부상, 그리고 모든 헛소리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씀하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코리올라누스! 어서 해명해보시오.”


데키우스의 연설은 평민의 감정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합리적이면서 코리올라누스의 무죄를 위해 열정적으로 애쓰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희망을 잃게 됐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를 망치겠다고 애쓰는 악의적인 사람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는 희망을 얻게 됐다. 그들은 공격에 필요한, 아주 중요하고 분명한 논거를 갖게 됐기 때문이었다.


독재정권을 세우려는 꿈이나 다른 사악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니었고, 로마를 괴롭히던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좋은 의도에서 한 일일지라도 데키우스의 말처럼 전리품을 나누어준 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로마에서는 분열이 이어지고 있었고, 평민은 귀족과 갈라져 있었다. 적은 로마를 경멸하면서 침략을 일삼았다. 그들은 끊이지 않고 로마 농촌을 약탈했다.


원로원이 이런 침략을 막기 위해 군대를 보내기로 결정할 때마다 평민 중 누구도 군대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로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고소하게 생각했고, 불행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다. 귀족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두 집정관에게 지휘권을 준다면 자원한 병사들을 이끌고 출정해서 적에게 보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휘권을 받은 뒤 클리엔테스, 친구, 그리고 장군의 능력을 볼 때 반드시 이기게 돼 있는 전쟁에서 생길 이득을 나누고 싶어 하는 일부 평민으로 군대를 편성했다.


코리올라누스는 적당한 병력을 모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적을 향해 진군했다. 적은 코리올라누스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물건을 쌓아놓은 적의 영토로 쳐들어가 엄청난 전리품을 챙겼다. 병사들에게 전리품을 나눠 가지라고 했다. 그를 도와준 병사들에게 노력의 대가를 얻게 함으로써 앞으로 다른 전쟁에도 기꺼이 참전하게 만들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참전을 거부했던 다른 평민도 분열 때문에 놓친 이득을 생각해서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독려하려는 뜻도 들어있었다.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힌 평민에게 그의 행동은 단순히 아첨과 독재를 위한 뇌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코리올라누스와 두 집정관은 이런 비난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에 포로 로마노는 함성과 소동으로 가득 차게 됐다. 이 장면을 본 호민관들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이제 부족별로 투표를 실시하시오.”


호민관들이 코리올라누스에게 구형한 처벌은 영구 추방이었다. 사형을 요구한다면 유죄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투표를 마치고 집계를 한 결과 표 차이는 아주 미미했다. 포로 로마노에 모여 투표에 참가한 21개 부족 가운데 무죄에 찬성한 부족은 9개였다. 따라서 두 부족만 더 그의 편을 들었다면 그는 무죄가 됐을 것이다. 법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가 똑같으면 무죄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귀족이 평민의 재판정 앞에 선 첫 사례였다. 이후에는 호민관들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평민 앞에 세워 재판을 받게 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평민은 큰 권력을 얻었고, 반면 귀족은 평민에게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고 행정관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하고, 평민이 희생제례를 거행하는 걸 반대하지 않고, 다른 여러 가지 특권도 나누어 가짐으로써 옛날부터 지켜온 위엄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일부 양보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의지에 반해 내놓은 것이었으며, 다른 일부는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에 따라 내놓은 것이었다.


로마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을 평민이 통제하는 재판에 소환하는 관습은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에게든 반대하는 사람에게든 논평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게 됐다. 훌륭하고 빼어난 가치를 가진 많은 사람이 그들의 업적에 걸맞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졌고, 호민관의 선동 때문에 부끄럽고 비참한 죽음을 맞기도 했다. 물론 거만하고 독단적 성격을 가진 많은 사람이 그들의 행동에 걸맞은 처벌을 받기도 했다.


판결이 최고의 동기로 이뤄지고, 권력자의 자존심이 깎일 때마다 이 제도는 아주 훌륭하고 감탄할 만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반면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정치인이 증오를 초래하는 바람에 부당하게 피해를 입을 경우, 다른 나라는 이 제도에 충격을 받았고 이런 제도를 만든 사람을 비난했다. 로마인은 이 제도를 없애야 할지, 아니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그대로 계속 유지해야 할지 수시로 논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 제도 자체만을 놓고 볼 경우 로마에 아주 큰 이익이 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호민관들의 성격에 따라 제도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하는 게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권력이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정의롭고 사려 깊은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경우 그가 나라에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 처벌은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고의 의도를 갖고 공직 생활을 하려는 훌륭한 시민은 재판에 회부되는 불명예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고, 그의 습관에 어울리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악하고 절제할 줄 모르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그런 권력을 얻을 경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제도를 개혁할 게 아니라 어찌 됐든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 평민의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직책이 가장 먼저 나타난 사람에게 임의로 부여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판이 코리올라누스의 추방으로 결론 나자 평민은 광적인 승리감에 젖었다. 그들은 귀족정을 폐지했다고 생각했다. 반면 귀족들은 실망했고 기가 꺾였다. 그들은 평민에게 재판을 할 기회를 주자고 한 발레리우스를 비난했다. 코리올라누스와 함께 귀가한 사람들은 탄식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코리올라누스는 울지도, 한탄하지도 않았다. 그의 위대한 영혼에 어울리지 않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와 아내는 옷을 찢으며 가슴을 쳤다. 죽음이나 추방 때문에 가장 소중한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비극을 맞은 사람이라면 그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고결성과 단호함을 보였다.


코리올라누스는 어머니와 아내의 눈물, 한탄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았다. 단지 그들을 위로했고, 단호하게 비극을 견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열 살 된 아들과 아직 젖먹이인 둘째 아들을 잘 돌보라고 말했다. 그는 추방에 필요한 준비물도 챙기지 않고 서둘러 성문을 나서 로마를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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